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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체제 만들기
백낙청 지음 / 창비 / 2012년 1월
평점 :
양극화 해소를 위한, ‘거울’ 바라보기
-<거울의 법칙>에 비춰 본 <2013년 체제 만들기>-
“통일? 그런 거 꼭 해야 하나? 통일하면 세금 늘어난다잖아. 지금도 먹고 살기 힘든데....”
주위의 20대들에게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이처럼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통일 후의 있을 경제적 곤란을 그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통일 후에 있을 문제는 경제적 곤란 뿐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국가의 정치를 어떻게 이끌어갈 지도 문제이다. 오랜 세월 동안 떨어져 있던 민족의 화합을 이루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20대들이 다른 문제들은 생각하지 못한 채 경제적 이유만 들어 통일을 반대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그들 자체가 경제적인 곤란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왜 20대들은 항상 경제적 불만을 토로하는가? 엄기호 씨의 <이게 사는 건가>라는 글에서 일면이나마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글에서 ‘대학은 상대적 빈곤을 절감하는 공간이 되어 가고 있다.’라며 대학교 내 부르주아 식당이나 스타벅스 커피를 예를 들어 여유로운 대학생과 고학생의 신분이 갈라진다고 서술했다. 20대들이 꿈을 꾸고 열정을 길러야 할 공간에서조차 그들을 한숨짓게 만드는 것, 바로 양극화가 20대와 통일을 이간질한 주범이다.
노구치 요시노리 저의 <거울의 법칙>이라는 책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은 감동시킨 이 이야기는 간결하지만 의미심장하다. 평범한 주부인 에이코의 아들이 어느 순간부터 왕따를 당한다. 그녀는 이웃집 부인으로부터 우연히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아들과 대화를 하여 풀어보려 하지만 아들은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이 갈등의 원인은 겉으로 보면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곳에 있었다. 에이코 자신이 아버지와 벽을 쌓고 있었고 남편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않았기에 아들과의 단절이 생긴 것이다. 결국 에이코가 자신의 아버지와 남편과 앙금을 털자 마법처럼 아들과의 갈등도 해소된다. 저자는 이 짧은 글을 통해 “모든 현실은 우리 마음 속을 비추는 거울”이란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마음속에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계속 그런 일들만 연이어 일어난다.”라는 것도.
우리는 왜 가난한가? 심화되는 양극화현상으로 그 체감 빈곤 지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원인을 단순히 복지의 부족으로 여기거나 모든 책임을 재벌에게만 떠넘기려 한다. 하지만 <2013년 체제 만들기>는 거울의 법칙처럼 그 원인을 내부 깊숙한데서 찾으려고 한다. 바로 87년 체제가 넘지 못한 ‘분단’이라는 우리나라의 상처와 한계가 양극화란 안 좋은 일을 불러온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면서 ‘민주화’로 상징되었던 87년 체제는 그 빛을 잃고 말았다. 표현의 자유는 억압당하고, 국민의 의견도 듣지 않은 법안들이 통과되었다. 이 책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수구 세력의 집권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 국민의 작은 바람-그저 남한만 잘 살면 된다-때문이라고 말한다. 분단 체제이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이라는 기득권층의 무기가 있음에도 국민들은 그것을 실감하지 못한다. 분단 체제 하에서는 기득권에 반발하는 세력을 “빨갱이”로 낙인찍으며 그들의 발언을 저지할 수 있다. ‘내부의 단결을 위해서는 외부의 적을 만들라.’라는 전략을 기득권이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에 비판을 가하다가도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지면 북쪽을 경계하며 기득권에 대한 반발을 접는다. 분단 체제 하에서는 언제 외부에서의 침략이 올지 모르다는 걱정에 비판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 백낙청은 이런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2013년 체제로 가기 위한 전략을 내놓았다. 그 첫째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승리하는 것이다. 그 기세를 말미암아 대선에서도 박근혜 이외의 인물이 당선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단순히 여당을 몰아내기 위해서가 아닌, 수구 세력을 약화하고 통일로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한 전제 조건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야당이 선거에서 승리한 후, 악화된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로 향하는 첫 발걸음인 남북 연합을 추진해야 한다. 모두가 남북 연합을 꿈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남북 연합은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시동이 걸린 상태였지만 이명박 정부 때에 이르러 모든 것이 포맷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비핵,개방3000’은 포용이 아닌, 남한 측에서의 북한에 대한 일방적 요구였다. 자신들의 체제를 보장받지 못하는 북한 쪽에서는 당연히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김대중, 노무현 정책이 이뤄왔던 포용 정책 1.0은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이 책에서는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포용 정책 2.0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참여를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다. 정부는 자신의 기득권이 통일로 위협받을 것을 알기에 통일을 이루는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못하다. 그렇기에 민간 기업을 포함한 시민사회가 남북 연합을 만드는데 있어 나서야 하는 것이다. 남한에서만의 민주화에 만족하는 것이 아닌, 북측도 포함한 민주화에 힘써야 하며 그것이 분단 체제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의 분단 체제를 비추는 양극화의 해소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결국 양극화로 고통 받는 우리는 통일을 외면할 것이 아니라 통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거울의 법칙>에서의 에이코가 아들과의 갈등이 자신과 아버지의 갈등을 비추는 거울임을 깨닫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했듯이 말이다. 그리고 통일을 이루기 위한 제일 첫 걸음인 남북연합이라는 막중한 일을 해낼 수 있을만한 정당에게 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책을 덮고서도 생각해 볼 문제는 남아있다. 일단 국내에서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 연대가 결렬이 되었다. 여당과 야권의 1대 1구도로 맞서려던 계획이 실패했는데 어떻게 야권이 이를 타개할 지가 주목된다. 또한, 국외의 문제로는 중국의 북한 포로 송환 문제이다. 지금 단 한 명의 정치인만이 북한 포로 송환 반대를 위해 싸우고 있다. 북한이 비민주적인 행태를 저지르는 것을 눈감는 것은 결국 남북연합을 저 멀리 떼어놓는 행위인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남한 측의 도발에 북한 측에서 우리 정부를 비방하는 대규모의 군사와 민간인 행진이 있었는데, 이에 무작정 눈살을 찌푸리기보다는 ‘왜 이런 방식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을까?’라고 한 번 더 생각해보는 태도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