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김지현 / 레드스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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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 바쁜 일정 속 힐링을 하겠다면 바쁘게 책을 신청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또 더디 가게 되었다. 두께감에도 불구하고 편한 문체와 대화체, 빠른 소토리 전개 등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제목과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상처받고 불안한 한 소녀를 통해 치유되는 주변 사람들과 이웃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소설은 에밀아자르의 '자기앞의 생'을 많이 닮아있는 듯 하다. 모두 상처받고 아픈 아이들과 그들을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어른들이 삶이 정돈되고 따뜻해지고 세상의 온기가 더해진다.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할렘을 연상시키는 동네의 허름한 아파트 현관을 하루종일 지키고 앉아있는 어린 소녀와 그를 지켜보는 공황장애를 가진 한 남자로부터 시작된다. 불안한 동네에 혼자 앉아있는 어린 소녀를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공황장애의 빌리는 어린 소녀 그레이스를 향해 용기를 내어 말을 건넨다. 그것이 시작이었을까?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낯선 이웃들은 그레이스를 구하기 위해 서로의 상황을 배려하고 이해하며 뭉치기 시작한다.

 

그레이스는 약물중독인 엄마와 헤어지기 않기 위해, 바람 앞에 촛불일지 모를 자신의 인생에 대한 마지막 신호를 보내기위해 그렇게 하염없이 아파트 앞에 앉아있었는지도 모른다. 막무가내의 천방지축 그레이스를 지키기 위한 이웃들의 고군분투는 어느덧 그들 자신의 치유와 힐링이 되고,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싹트게 된다.

 

공황장애를 극복하고 그레이스에게 춤을 가르치는 빌리와 어린시절 트라우마로 극복하는 에일린, 혹독한 인종차별을 이겨내고 그레이스의 스페인어 선생님 된 펠리페까지,,,,, 또 약물중독의 늪에서 딸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태어난 그레이스의 엄마.... 모두들 그렇게 치유되고 성장하고 배워나간다.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목적으로 일하는 교사들이 어쩌면 천사같은 아이들을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며 치유되고 있는지도....... 읽은 지가 꽤 되는 책을 다시 꺼내들어 등장인물들과 줄거리를 훑어내리는 내 가슴도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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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독립선언 - 교사가 만들어가는 교육 이야기 교사독립선언 1
실천교육교사모임 지음 / 에듀니티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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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곳이 정신을 쏙 빼 놓는 마법을 부리는 건지,,, 날짜가 언제 가는 줄 모르게 흘러가는 바람에 후기 작성도 이제야 하게 되었다. 교사독립선언은 친구로부터 간단한 이야기를 듣고 '그런 멋진 모임이 있었어? 근데 책으로 나왔다고?' 라고 놀라던 차에 서평 이벤트가 있어 신청을 하였고, 운 좋게 당첨되어 받아 읽어보게 되었다.

책 표지부터 교사들의 고민과 행복이 물씬 느껴지는 듯 했다. 교사, 그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교육 이야기.... 교사의 독립선언은 교육부, 교육청에서 만들어진 교육과정과 체계에서 벗어나 교사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교실 안과 밖의 교육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을 담아냈다.

특히 강연자들의 이야기 중 교육과정 자율권 확보에 대한 내용은 평소 지역과 사회, 학교를 고려하지 못한 교육과정에 대한 불만족을 토로하면서도 안이하고 나태한 생활 속에서 스스로 길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던 나의 교사로서의 삶에 큰 충격을 주었다. 안되는게 아니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고민을.. 생각을... 그리고 실천을.... 이 밖에 훌륭하신 여러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교직이라면 틀에 박히고 식상하고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라는 나의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다. 그들은 충분히 열정적이고 살아있었으며 지금도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었다.

그들과 고민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과 나도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의구심이 생겼다. 독서후기라야 글 읽고 이 책의 어디가 좋고 어디가 별루며 기억에 남는 부분이 이렇다...로 마무리 될 것이 분명하나... .교사 독립선언은 나의 교사로서의 정체성에 큰 울림과 멈춤을 준 책이었다. 멈춤이란..... 여기까지의 나와 앞으로의 나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의한 것이 분명하리라. 이 멈춤이 더 큰 도약의 시작이 되길 바라며 훌륭한 생각들을 모아 다른 이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신 여러 선생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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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 소리, 사랑해! - 베로니크의 코다(CODA) 다이어리 장애공감 1318
베로니크 풀랭 지음, 권선영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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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 소리, 사랑해>는 베로니크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소설을 읽기 전에는 농인과 청각장애인의 차이도, 청인과 청각장애인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도, 코다의 뜻도, 더욱이 그들의 생활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입에 발린 소리와 어쩌다 마주친 농인들의 대화 장면들을 애써 무관심한 척 지나치려고 했던 나의 모습이 전부다. 환경적인 요인도 있겠거니와 우리의 교육과 사회가 그들에게 관심의 틈을 부여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 않을까?


<수화, 소리, 사랑해>는 농인 부모를 둔 코다인 베로니크의 이야기이다. 그녀가 태어나고 성장하고 성인이 되는 일련의 과정을 가감없이 자연스럽고 순수하게 써 내려갔다. 그녀는 자신의 부모를 사랑하지 않았다. 농인이라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받아왔을 여러 가지 편견과 불이익에 좌절하고 분노하면서 어느덧 익숙해져버린 그녀는 그 분노의 화살을 부모에게 돌렸다. 남과 다른 어린시절과 사춘기를 지내면서 그녀는 보통의 존재가 될 수 없는 그녀의 운명은 점차 그녀의 삶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킨다.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법인 농인들의 언어, 수화. 수화처럼 직관적이고 순수하고 적나라한 언어는 없다는 베로니크의 말처럼 그 언어를 사용하는 베로니크의 부모들 또한 순수한 삶을 통해 베로니크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하나의 축을 제공한다. 소설 속 농인들은 실제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직관적이며 삶에 가감이 없었다. 의뭉스럽거나 천연덕스러운 거짓부렁을 지껄이거나 어마어마한 사기극을 꾸미기에 수화는 너무나 순수하다.


베로니크는 농인들의 수화를 통역하고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배우이자 무대연출가의 삶을 살고 있다. 그녀가 겪었을 농이들의 세상과 또 나와 같이 겪었을 청인들의 세상이 서로 아우러져 그녀가 만드는 소설과 연극과 영화와 이야기가 된다. 소설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을 순수함을 깨워주는 따뜻함을 가졌다. 소설의 따뜻함은 베로니크의 그녀의 부모를 향한 사랑, 수화에 대한 애정과 농인 세상에 대한 믿음과 사랑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수화만큼이나 간결하고 직관적인 그녀의 글을 통해 독자 또한 그녀가 바라본 순수한 농인의 세계, 수화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그들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수화 또한 우리의 세상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순수한 방법의 하나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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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신간평가단님의 "<인문> 분야 신간 평가단을 모집합니다. "

1. 아니오 2. <인문> <문학> 3. blog.naver.com/neodin1202 4. 알라딘 서평단에 꼭 참여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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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그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1
헤르타 뮐러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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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헤르타뮐러의 신작 숨그네를 만난건 5월 어느날이었다. 평소 책에 관심이 많으신 지인의 소개로 읽게 된 숨그네는 300여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흥미롭지 못하거나 읽기 어려워서라기보다는 매 페이지마다 곱씹어봐야할 구절과 표현들이 책장을 넘기는 나의 손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숨그네는 작가와처럼 루마니아에서 베를린으로 말명한 오스파 파스티오르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파스티오르는 루마니아에 거주하는 독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제수용소에 전쟁포로로 끌려가 우크라이나에서 5년동안 노역을 하게 된다. 그의 경험을 통해 강제수용소의 참상을 그리게 된 뮐러는 시적언어와 몽환적인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뮐러는 17세의 동성애자 레오의 시선으로 강제수용소의 생활과 그 속에서 느끼는 인간적인 고독과 절망, 공포와 비인간적인 참상을 독백적인 어조로 담담하게 그려낸다. 인간성이 사라진 극단의 상황에서 처참한 현실을 시적인 언어로 표현한 아이러니한 글들이 오히려 독자들을 자극하는 듯 했다.
 
"너는 돌아올거야"라는 할머니의 말을 희망으로 품고 사는 레오, 각자 다른 희망으로 수용소의 생활을 견디는 사람들은 배고픔과 노역과 절망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배고픔에서 태어나 사람들에게 붙어다니며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삽질 1번 = 빵 1그램의 배고픈 천사로부터 배고픈 천사의 활약으로 성의 구분이 없어진 '뼈와 가죽의 시간'으로부터 또 숨이 넘어갈 듯 말듯 그네를 타는 숨그네로부터 사람들은 벗어나고자 한다. 벗어나고자하면 더욱 빠져드는 늪처럼 사람들을 옭아매는 그들은 수용소의 사람들로 하여금 선잠을 자면서 '선잠을 먹고' 저녁이면 '빵 바꾸기'의 함정에 걸려들게 하여 결국 배고픔의 끝, 욕망의 끝에서 '한방울 넘치는 행복'을 만나도록 한다. 지긋지긋한 수용소 생활을 끝낸 레오의 생활에서 어쩌면 또다른 향수로 존재하게 된 수용소라는 단어는 뮐러의 '낱말상자'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 독자들의 머리 속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시리도록 아름다운 뮐러의 언어들은 소설 속 지옥의 상황을 시적으로 표현하며 이를 접한 독자들은 시적이고 환상적인 언어의 이면에 존재하는 극한의 상황을 극단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절망의 순간과 좌절의 상황을 처절한 언어가 아닌 몽환적인 분위기와 시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그녀의 마술같은 언어의 힘이 놀랍다.
 
수용소에서의 일상을 관조적인 태도로 독백과 묘사, 대화등을 섞어 담담하게 그리면서도 오히려 독자의 심금을 울리도록 하기 위해 또 상황의 처참함을 고발하기 위해 시적인 언어를 선택하여 아름다운 문장을 완성했다. 수용소의 일상에서 발견되는 배고픔, 절망, 죽음, 노역, 인간성 상실, 극한의 상황, 좌절, 공포 등의 단어는 배고픈 천사, 하조베, 감자인간, 한방울 넘치는 행복, 심장삽, 실존의 절대영도, 뼈와 가죽의 사간, 숨그네 등의 시적 옷을 입고 화려하게 승화된다. 
  
수용소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레오에게 냉전의 시대가 남긴 것은 무엇이었을까? 비극적인 세계사의 한 부분이자 우리 삶의 닮은 꼴을 그리는 숨그네는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비록 평화와 공존의 시대가 찾아왔으나 수용소 생활의 잔여물이 남은 듯 고향에 돌아와도 치유되지 않은 레오처럼 우리의 가슴 속에는 한 줌씩 간직한 불신과 냉대와 고독을 마주한 듯한 껄끄러움이 남아있다. 전쟁을 직접 겪거나 레오와 뮐러처럼 극한의 상황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그 시대의 상황을 인식하고 세계사의 어두운 책장을 넘기게 된 계기를 마련해 준 소설이었다. 소설이라기 보다는 한 편의 시를 읽은 듯한 기분이 들었던 숨그네는 독자의 공감을 얻어내고 우리 가슴 속에 응어리진 무언가를 깨뜨릴 수 있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주고 있다.
 
읽는 내내 그 언어적 우월함과 처참한 비극적 상황에 소설을 소화하는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했던 나는 소설의 리뷰를 쓰는 과정에서도 또 한 번 수용소의 그들과 레오의 일상을 곱씹어야 했다. 지구반대편 전혀 다른 역사 속에 살고 있는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의 뇌 속의 이미지와 의식을 주무르는 언어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소설 '숨그네'는 소설을 뛰어넘는 예술 그 자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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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 2010-08-0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문학동네 편집부의 고우리입니다.
이번에 제작하는 소책자 <헤르타 뮐러 스페셜북>에 독자님의 리뷰 일부를 게재하고 싶어 사용 허가 요청 드립니다. ^^ 보시는 대로 답글 또는 메일kupsch@naver.com로 허락 여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용하려는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설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시를 읽은 듯한 기분이 들었던 『숨그네』는 독자의 공감을 얻어내고 우리 가슴 속에 응어리진 무언가를 깨뜨릴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


고맙습니다.


문학동네 2010-08-0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진행 일정이 급해 답을 기다리지 못하고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책 나오면 한 부씩 보내드리겠습니다. 메일로 주소와 연락처를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