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앞서 말하지만, 여기서 82년생 김지영은 80년대 삶을 살아온 여성을 대표하는 사람이고, 90년대 김지영은 90년대를 살아온 여성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그들이 살아온 삶은 시대가 변한 만큼 많이 다를 것이고, 시선의 차이도 분명 존재할 것임을 미리 말한다.*


진짜 너무 읽고 싶었던 82년생 김지영.
책은 생각처럼 정말 빨리 읽혔지만, 쉬운 책은 절대 아니었다. 나는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을 키우고 싶어하는 '아마추어'급의 아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너무 들어보고 싶었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은 사람한테도, 70~80년대를 살아온 여성, 남성에게도, 그리고, 내 또래 남자인 친구한테도 들어보고 싶었다. 이 책은 읽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정말 다를 거 같았다.
-
저에게는 지원이보다 다섯 살 많은 딸이 있습니다. 딸은 커서 우주비행사와 과학자와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딸이 살아갈 세상은 제가 살아온 세상보다 더 나은 곳이 되어야 하고, 될 거라 믿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딸들이 더 크고, 높고, 많은 꿈을 꿀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16년 가을. 조남주
-
내가 책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한 행동은 '팟빵' 채널 '요조 장강명, 책 이게 뭐라고!' 의 <82년생 김지영> 을 듣는 거였다.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의 의견이 너무 듣고 싶었고, 요즘 내가 즐겨듣는 라디오 팟빵에서 독서 채널을 쓱- 흝었다. 근데, 마침 누가 저 채널의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후기를 쓴 걸 본게 기억에 남아서 틀어서 보게 됐다. 정말 반갑게도 그 라디오 안에는 조남주 작가님이 계셨다. 그래서 나는 작가님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작가님은 위에 언급된 딸. 그 딸을 헬페미로 키우는 게 목표라고 하셨다. 이 책을 가족들이 없는, 잠 자는 시간에 틈틈히 쓰면서 그렇게 오열을 하셨다고 한다. 그냥 당신이 살아온 삶이 떠오르고, 그 삶이 안타깝고, 감정몰입이 돼서 그런거겠지. 나는 90년대 후반의 여성이기 때문에 사실은, 많이 공감할 수는 없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 우수한 인재는 대부분이 여자였고, 대학진학률도 높고, 나한테는 언니밖에 없기 때문에 .. 
그렇지만, 일부분일지라도 읽으면서 같이 울컥하고, 화나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고, 정말 그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
새 집은 방과 거실, 주방이 모두 따뜻했고, 현관 안에 화장실과 욕실이 다 있어서 집에 한번 들어오면 신발을 신고 이동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자매의 방이 생겼다. 가장 큰 방은 부모님과 막내 동생이 썼고, 다음으로 큰 방은 김지영 씨와 언니가 썼고, 가장 작은 방은 할머니 방이 되었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전처럼 자매와 할머니가 한 방을 쓰고, 남자애가 따로 방을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어머니는 확고했다. 연세도 많으신 할머니를 언제까지 손녀들과 같은 바을 쓰시게 할 거냐며, 혼자 편하게 라디오도 듣고 불경도 들으면서 낮잠 주무실 수 있게 방을 내드려야 한다고 했다. 
"아직 학교도 안 들어간 애한테 방은 무슨 방. 어차피 밤마다 베개 끌어안고 안방으로 쪼르르 올 텐데. 너 혼자 잘래. 엄마랑 잘래?" … 어머니의 계획대로 자매는 자매만의 방을 갖게 되었다.  p.49 
-
남성우월주의 사회, 정말 말 그대로 남성중심의 사회를 이미 겪은 김지영씨의 어머니는 딸들에게 그들만의 공간을 선물해주었다. 아버지와 할머니는 결사반대했을지라도. 김지영씨의 어머니는 참 사연이 많다. 홀시어머니를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받들었다. 모신걸 넘어서서 받들었다. 밥부터 빨래, 온갖 집안일을 혼자 해내고, 아들을 원하시는 시어머니, 남편 아래에서 셋째 딸까지 낙태하는 그런 모습을 보였다. 진짜 이렇게 순종적일 수가 없다. 그런데도 그 어머니는 불평하나 없었다. 그게 사회의 당연한 흐름이었고, 잘못되었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의 사회는 여성의 희생을 정말 당연하게 생각했다. 
-
'82년생 김지영'의 이야기 중 김지영씨가 아이를 낳고 집안일을 하면서 손목이 아파 병원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의사선생님은 김지영씨를 보면서 "예전에는 방마이 두드려서 빨고, 불 때서 삶고, 쭈그려서 쓸고 닦고 다햇어. 이제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하고, 청소는 청소기가 다 하지 않나? 요즘 여자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라는 말을 한다. 우리집에서도 가끔 나오는 말.
'더러운 옷들이 스스로 세탁기에 걸어 들어가 물과 세제를 뒤집어쓰고, 세탁이 끝나면 다시 걸어 나와 건조대에 올라가지는 않아요. 청소기가 물걸레 들고 다니면서 닦고 빨고 널지도 않고도. 의사들도 예전에는 일일이 환자 서류 찾아서 손으로 기록하고 처방전 쓰고 그랬는데, 요즘 의사들은 뭐가 힘들다는 건지. 어떤 분야든 기술은 발전하고 필요로 하는 물리적 노동력은 줄어들게 마련인데 유독 가사 노동에 대해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제 여자들은 예전과는 다르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재능을 뽐내느 시대이다. 그렇지만, 내 주변 남자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 구시대의 인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다. 그것도 문젠데 설상가상으로 그 친구들은 그 인식이 정말 당연한 건 줄 알고, 잘못된 건지도 모르고 있다.
-
이 책은 출간 전 수정을 대폭 겪어야 했는데, 그 이유는 남성을 가해자로 표현한 부분을 다 잘라야했기 때문이다. 본래, 책에는 김지영씨가 원치않는 임신을 해 낙태를 한 경험 등 남성을 가해자로 한 사건들이 몇몇개 들어가 있었는데, 그 부분은 빼는 게 좋겠다는 말이 나와서 수정을 하셨다고 한다. 
-
책에는 내 의견이 틀리지 않다는 걸 증명하 듯 각주로 다양한 보고서 출처들이 남겨져 있다. 물론, 읽으면서 억울한 사람들은 있겠지만 이렇게 살아온 여성의 삶을 부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