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혜신의 맛있는 저염밥상 - 우리 몸에 이로운 제철 저염식
윤혜신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불손하게도, 저염밥상하면 떠오르는 게 대략 이런 짤.



한 10여년 전에 이러저러한 이유로 식생활을 개선하고자 전격적으로 모든 것을 바꾼 채 1년 정도 살아본 적이 있다.

물론, 그것만 먹지 않았다. 그래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으므로, 저염식에 입맛을 길들여가면서, 일상식을 조금씩 떼어가는 (이유식 떼듯이?) 그런 자연스러운 경로를 아마도 내 몸이 찾아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아주 서투니까, 조금씩 천천히 가겠다는 그런 마음...

막상 직장을 다니니 쉽지 않았다.

어른과 다른 메뉴를 챙겨 주어야 하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내 식습관을 바로 잡기 위한 별도의 끼니를 준비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불성설인가. 틈틈이 요리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세상을 비웃었던 것 같다. 육아맘이 먹고 싶은 메뉴와 그나마 챙겨먹을 수 있는 메뉴간의 그 엄청난 간극이란... ㅠㅠ

그럼에도 10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은 잔잔한 기쁨과 추억을 전해준다.

어린 시절 엄마의 할머니가 해주셨다던, 그 손맛을 기억해낸 우리엄마의 그 슴슴하고, 달달하고, 고수운 밥상.

바지런히 몸을 움직여 '제 땅에서 제철에 난 자연스러운 음식'을 먹으면서 '담백하게 맛나게 살' 것을 제안하는 그야말로 우리 할머니 손길이 듬뿍 느껴지는 음식 레시피와 사진들.

온통 좋아하는 것들 특히,

노각무침, 들깨머위무침..

닭가슴살 카레조림, 배추샐러드..

하나같이 양념 비율을 적당한 손맛으로 맞추어 지어내야 하는 음식들이거나, 갓 구매해서 재료맛으로 먹어야 하는 종류들 위주. 자칭 '할머니 입맛'을 가진 나는 이제 드디어 할머니처럼 부엌에서도 종종거리고 싶은 때가 온건가. 저것들을 강렬히 먹고 싶어지는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점인지도.

장마 여파로 배추 한포기에 1만원 가까이 한다던데 유독 배추샐러드가 먹고 싶은 오늘이 바로 그 날인갑다.

이따 마트를 한 번 털어야겠다.

+ 책을 덮기 전에 한 번, 기억해두고 싶은 저염식 익숙해지는 노하우를 목록으로 정리해본다.

1. 3개월 정도 적응 기간을 두세요

2. 식사 전에 생과일, 생채소를 드세요

3. 소스는 섞지 말고 찍어드세요

4. 나트륨 배출 재료를 넣으세요 (단호박, 양파, 부추, 해조류, 고구마, 양배추, 시금치 등)

5. 때로는 자극적으로 먹어요 (향신료 등)

6. 반찬보다 밥을 많이 드세요 (저탄고지식단을 추구하는 나로서는 좀 난감하다만)

7. 국이나 찌개는 건더기 위주로 드세요

**서평단 선정에 따라 무상제공된 책을 읽고 작성한 후기이나, 상업적 이해관계와 상관없는 주관적 의견을 담았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 직장인 열전 - 조선의 위인들이 들려주는 직장 생존기
신동욱 지음 / 국민출판사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지도 공식적으로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물론, 나의 경우 프리랜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므로, 정규직 직장인들이 대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교과서와 현실의 격차를 다소 젊은(?) 나이에 겪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게, '40대나 되어서 정규직 경착륙'이라는 이례적인 경험이 있기는 했다.


물론, 아직도 착륙(?)이라는 과정은 결론보다는 끝없는 지향점에 지나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만큼 아직도 나는 어디에 안착해 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한다. 아마도 정년까지 다닐지라도, 혹은 퇴사를 하더라도 안정감이란 그냥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경착륙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가 어린 나이에 쓸데없이 '선생님' 대접을 오랫동안 받아서라고 생각한다. 전문통역이라는 직무에는 어쩔 수 없이 '돈값만큼'의 압박이 지워지고, 이에 따른 다소 무거운 존칭이 종종 사용된다. 그러나, 거대한 조직의 하나의 부품으로서 개인의 전문성이 가볍게 삭제되는 '일반화'의 경험을 늙어서 하고 나니, 여기저기 쑤신데가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회사가 가라는대로 1년 남짓의 기간마다 다른 분야의 일을 하다보니, '잘하는 게 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몇년째 지속되고 있다. 당연히 자존감이 끝모를 바닥으로 향하고 있다.


자식이 부모에게 가장 짜증이 날 때 하는 말로 '내가 하려고 했단 말이야'는 어떨까. 부모는 보다 못해 잔소리를 한다고 하지만, 자식은 그 말을 듣는 순간까지 어쨌거나 하려고 마음은 먹고 있었을것이다.


아마도 자식이 처한 실무의 늪에는 부모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걸림돌들이 한 두개가 아닐거다. 현장학습을 다녀와 아직도 다리에 알이 배긴 채로 저녁의 피로가 가중되고 있고, 눈은 스르르 감기고, 책상 어딘가에 굴러다닐 숙제를 머릿 속으로 수색하는 중으로 '조금만 쉬면' 힘이 나서 숙제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상태.


혹시 나는 그런 상태로 상사의 잔소리를 대하고 있지는 않나.


이 책은 대단히 교과서적인 원칙을 7가지 제시하고 있다.


1. 상사와 함께 성장하라.
결국, 상사도 동료이고, 단지 나보다 좀 더 무거운 책임을 가진(이를테면, 의사결정) 자일 뿐이다. 인사권이 투명하지 않은 원칙으로 행사되는 조직에서는 책임을 지는 자의 입김으로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그 밑에서 실무를 맡은 부하직원들은 상사의 지위에 악용만 당하고, 인정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결국, 직장 내의 갑을병정 관계로 인해 관계의 층위가 쌓이고 쌓이고, 누구의 의사결정일지라도 실무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탁하고 오염된 수질환경으로 구성원들의 무력감이 더해가는 그런 조직도 흔하다. 유능한 상사 밑에 유능한 부하직원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국내처럼 지위가 올라갈수록 실무차원의 디테일은 보려 하지 않는, 그러다보니 볼 줄 모르게 되는 연공서열의 구조에서는, 부하직원이 유능하더라도 상사가 눈이 멀어 제대로 결정 못하는 경우도 허다한 경우를 보게 된다.


2.직장동료를 내 편으로 만들어라.
실제로도 그렇다. 상사와의 관계에만 치중한 나머지 동료와의 관계에 소홀하는 경우들. 직장인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무리 가기 싫은 자리로 발령을 받든, 말도 안 되는 불합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직을 하게 되든, 누구도 이전 팀, 이전 직장의 사람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일은 안 하려한다. 그러다보니, 그렇게도 미워 어쩔 줄 모르던 직장상사를 피해 도피성 이직을 하더라도, 그 상사가 나에 대해 자행할 수 있는 평판조작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퇴사사유에 상사의 이름을 적지 않는 게 상책이다.


3.선후배 간의 관계에도 노력하라.
멘토-멘티 관계란 반드시 입사 순서로 정해지진 않는다는게 내 생각이다. 분명, 어떤 특정 분야에서 상당기간 업력을 쌓은 사람이라면, 나이 많은 나보다 그 분야의 전문가이다. 늘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로부터 배울 수 있는 관계라야 협업이 가능하고, 협업이 가능해야 우리 모두 롱런할 수 있다.


4.기본 실력에 충실하라
책 전반을 통틀어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다. 나의 실력과 평판,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춘다 하더라도, 기본기가 없는 직장인은 협업파트너가 되기 힘들다. 기업이란 이윤을 목적으로 구성되는 조직이라는 기본 사실도 마찬가지로, 대규모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기대되는 역할은 당연히 나의 주관적 상황에 쉬 휘둘리지 않는, 언제나 어떻게든 일정 수준의 일을 진행시키는 프로페셔널이다. 탄탄한 기본기에 기반하여 쌓아올린 직무전문성이 없이는 불가능한 얘기다.


5.평판 관리를 통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라
평판 관리는 사내정치랑은 다른 얘기다. 조직 내 사회생활은 나라는 구성원을 마케팅하는 과정과도 같다. 아무리 회사 내 친한 친구를 사귀더라도, 결국에 업무관계로 맺어진 관계는 회사 내 자원으로서의 내 평판의 핵심요소가 된다. 결과적으로는, 어떤 사적 관계에서도 공적인 영향을 받을 수가 없는 게 직장생활이다. 이 책은 꼬투리 잡힐만한 일을 하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다. 다소 답답하게 들리는 조언이지만, 조직 내 사적인 관계는 없다는 측면에서 공감되는 얘기다.


6.말을 잘하는 것은 직장인의 무기다
"유머는 자신의 인간미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며, 결국 자신의 평판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꾸준히 재미있는 말하기를 연습하자. 그것이 아직은 어렵다면, 다른 동료의 유머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자. 결국 중요한 것은 함께 즐겁게 웃으며 일하는 분위기가 아니겠는가" p. 304
비단 직장생활 뿐일까. 유머는 커뮤니케이션의 윤활유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 웃고 시작하는 것만큼 그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감히 자부한다. 단지, 긴장감 넘치는 전투같은 하루하루 속에서 상대방에게 어설프게 유머를 시도했다가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으로 브랜딩될 리스크도 상당하다는 얘기는 덧붙이고 싶다. 유머가 어렵다면, '언제나 미소' 정도는 어떨까.


7.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괜찮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 '저는 그냥 가늘고 길게 살려구요'. 그만큼 조직원으로 살아가면서 조광조 같은 불꽃직원으로 연명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임원평가시즌이 될 때마다 흉흉한 과거의 소문이 도는 걸 보면서 '역시 나는 팀장이 아니라 다행이야'라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다.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손짓을 하든 하지 않든,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p.307
현실은 이다지도 씁쓸하지만, 역시나 너무나 맞는 말이다.


성과평가시즌이 될 때마다 '대체 이 의미없는 글짓기연습은 서로 왜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 뿐이다. 그렇지만, 의미란 없으면 어떤가.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모든 최선을 다할 뿐이다. 결국, 이게 직장인의 기본 아닌가.


조선의 위인도 따지고 보면 조직생활을 했고, 그 중에 나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업적을 남기기도, 이슬로 사라지기도 했다. 관계를 관리했고, 프로젝트에 헌신했다. 오늘날의 존버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거든, 지금이든, 기본원칙에 충실한 자는 급속도로 달라지는 직무 환경에서 회사 안이든, 밖이든 살아남는 개미가 될 것이다. 생존력을 기른 존버러들은 조직을 위한 남의 일을 하다가, 결국엔 나의 일을 잘해낼 수 있는 일잘러로 거듭나는 게 나름의 작은 목표라 할 것이다.


저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장생활에 대한 책을 냈다. 아마 역사학도라는 개인기를 직무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 책으로 엮어낸, 그야말로 나의 일을 해낸 하나의 성공케이스로 봐도 될 것 같다.


이제 누구에게도 언제든 될 수 있는 퇴사시기를, 나의 일을 시작하는 창업의 시점으로 보아야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입사를 목적으로 하는 이력서가 아닌, 창업목적의 이력서를 작성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 직장인 열전 - 조선의 위인들이 들려주는 직장 생존기
신동욱 지음 / 국민출판사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직장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지도 공식적으로는 10년이 훌쩍 넘었다. 물론, 나의 경우 프리랜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므로, 정규직 직장인들이 대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교과서와 현실의 격차를 다소 젊은(?) 나이에 겪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게, '40대나 되어서 정규직 경착륙'이라는 이례적인 경험이 있기는 했다.


물론, 아직도 착륙(?)이라는 과정은 결론보다는 끝없는 지향점에 지나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만큼 아직도 나는 어디에 안착해 있다는 느낌을 갖지 못한다. 아마도 정년까지 다닐지라도, 혹은 퇴사를 하더라도 안정감이란 그냥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경착륙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가 어린 나이에 쓸데없이 '선생님' 대접을 오랫동안 받아서라고 생각한다. 전문통역이라는 직무에는 어쩔 수 없이 '돈값만큼'의 압박이 지워지고, 이에 따른 다소 무거운 존칭이 종종 사용된다. 그러나, 거대한 조직의 하나의 부품으로서 개인의 전문성이 가볍게 삭제되는 '일반화'의 경험을 늙어서 하고 나니, 여기저기 쑤신데가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회사가 가라는대로 1년 남짓의 기간마다 다른 분야의 일을 하다보니, '잘하는 게 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몇년째 지속되고 있다. 당연히 자존감이 끝모를 바닥으로 향하고 있다.


자식이 부모에게 가장 짜증이 날 때 하는 말로 '내가 하려고 했단 말이야'는 어떨까. 부모는 보다 못해 잔소리를 한다고 하지만, 자식은 그 말을 듣는 순간까지 어쨌거나 하려고 마음은 먹고 있었을것이다.


아마도 자식이 처한 실무의 늪에는 부모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걸림돌들이 한 두개가 아닐거다. 현장학습을 다녀와 아직도 다리에 알이 배긴 채로 저녁의 피로가 가중되고 있고, 눈은 스르르 감기고, 책상 어딘가에 굴러다닐 숙제를 머릿 속으로 수색하는 중으로 '조금만 쉬면' 힘이 나서 숙제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상태.


혹시 나는 그런 상태로 상사의 잔소리를 대하고 있지는 않나.


이 책은 대단히 교과서적인 원칙을 7가지 제시하고 있다.


1. 상사와 함께 성장하라.
결국, 상사도 동료이고, 단지 나보다 좀 더 무거운 책임을 가진(이를테면, 의사결정) 자일 뿐이다. 인사권이 투명하지 않은 원칙으로 행사되는 조직에서는 책임을 지는 자의 입김으로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그 밑에서 실무를 맡은 부하직원들은 상사의 지위에 악용만 당하고, 인정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결국, 직장 내의 갑을병정 관계로 인해 관계의 층위가 쌓이고 쌓이고, 누구의 의사결정일지라도 실무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어려운 탁하고 오염된 수질환경으로 구성원들의 무력감이 더해가는 그런 조직도 흔하다. 유능한 상사 밑에 유능한 부하직원이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국내처럼 지위가 올라갈수록 실무차원의 디테일은 보려 하지 않는, 그러다보니 볼 줄 모르게 되는 연공서열의 구조에서는, 부하직원이 유능하더라도 상사가 눈이 멀어 제대로 결정 못하는 경우도 허다한 경우를 보게 된다.


2.직장동료를 내 편으로 만들어라.
실제로도 그렇다. 상사와의 관계에만 치중한 나머지 동료와의 관계에 소홀하는 경우들. 직장인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아무리 가기 싫은 자리로 발령을 받든, 말도 안 되는 불합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직을 하게 되든, 누구도 이전 팀, 이전 직장의 사람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일은 안 하려한다. 그러다보니, 그렇게도 미워 어쩔 줄 모르던 직장상사를 피해 도피성 이직을 하더라도, 그 상사가 나에 대해 자행할 수 있는 평판조작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퇴사사유에 상사의 이름을 적지 않는 게 상책이다.


3.선후배 간의 관계에도 노력하라.
멘토-멘티 관계란 반드시 입사 순서로 정해지진 않는다는게 내 생각이다. 분명, 어떤 특정 분야에서 상당기간 업력을 쌓은 사람이라면, 나이 많은 나보다 그 분야의 전문가이다. 늘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로부터 배울 수 있는 관계라야 협업이 가능하고, 협업이 가능해야 우리 모두 롱런할 수 있다.


4.기본 실력에 충실하라
책 전반을 통틀어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다. 나의 실력과 평판,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춘다 하더라도, 기본기가 없는 직장인은 협업파트너가 되기 힘들다. 기업이란 이윤을 목적으로 구성되는 조직이라는 기본 사실도 마찬가지로, 대규모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기대되는 역할은 당연히 나의 주관적 상황에 쉬 휘둘리지 않는, 언제나 어떻게든 일정 수준의 일을 진행시키는 프로페셔널이다. 탄탄한 기본기에 기반하여 쌓아올린 직무전문성이 없이는 불가능한 얘기다.


5.평판 관리를 통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라
평판 관리는 사내정치랑은 다른 얘기다. 조직 내 사회생활은 나라는 구성원을 마케팅하는 과정과도 같다. 아무리 회사 내 친한 친구를 사귀더라도, 결국에 업무관계로 맺어진 관계는 회사 내 자원으로서의 내 평판의 핵심요소가 된다. 결과적으로는, 어떤 사적 관계에서도 공적인 영향을 받을 수가 없는 게 직장생활이다. 이 책은 꼬투리 잡힐만한 일을 하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다. 다소 답답하게 들리는 조언이지만, 조직 내 사적인 관계는 없다는 측면에서 공감되는 얘기다.


6.말을 잘하는 것은 직장인의 무기다
"유머는 자신의 인간미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며, 결국 자신의 평판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꾸준히 재미있는 말하기를 연습하자. 그것이 아직은 어렵다면, 다른 동료의 유머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자. 결국 중요한 것은 함께 즐겁게 웃으며 일하는 분위기가 아니겠는가" p. 304
비단 직장생활 뿐일까. 유머는 커뮤니케이션의 윤활유이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 웃고 시작하는 것만큼 그 이야기를 잘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감히 자부한다. 단지, 긴장감 넘치는 전투같은 하루하루 속에서 상대방에게 어설프게 유머를 시도했다가 분위기 파악 못하는 사람으로 브랜딩될 리스크도 상당하다는 얘기는 덧붙이고 싶다. 유머가 어렵다면, '언제나 미소' 정도는 어떨까.


7.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괜찮다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 '저는 그냥 가늘고 길게 살려구요'. 그만큼 조직원으로 살아가면서 조광조 같은 불꽃직원으로 연명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임원평가시즌이 될 때마다 흉흉한 과거의 소문이 도는 걸 보면서 '역시 나는 팀장이 아니라 다행이야'라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다. 행운의 여신이 나에게 손짓을 하든 하지 않든,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p.307
현실은 이다지도 씁쓸하지만, 역시나 너무나 맞는 말이다.


성과평가시즌이 될 때마다 '대체 이 의미없는 글짓기연습은 서로 왜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 뿐이다. 그렇지만, 의미란 없으면 어떤가.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모든 최선을 다할 뿐이다. 결국, 이게 직장인의 기본 아닌가.


조선의 위인도 따지고 보면 조직생활을 했고, 그 중에 나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업적을 남기기도, 이슬로 사라지기도 했다. 관계를 관리했고, 프로젝트에 헌신했다. 오늘날의 존버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거든, 지금이든, 기본원칙에 충실한 자는 급속도로 달라지는 직무 환경에서 회사 안이든, 밖이든 살아남는 개미가 될 것이다. 생존력을 기른 존버러들은 조직을 위한 남의 일을 하다가, 결국엔 나의 일을 잘해낼 수 있는 일잘러로 거듭나는 게 나름의 작은 목표라 할 것이다.


저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직장생활에 대한 책을 냈다. 아마 역사학도라는 개인기를 직무경험이라는 렌즈를 통해 책으로 엮어낸, 그야말로 나의 일을 해낸 하나의 성공케이스로 봐도 될 것 같다.


이제 누구에게도 언제든 될 수 있는 퇴사시기를, 나의 일을 시작하는 창업의 시점으로 보아야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입사를 목적으로 하는 이력서가 아닌, 창업목적의 이력서를 작성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으리라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