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으로 들었던 생각.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았을까)


'줄리언 반스가 에세이를 낸다고?'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한국에서도 엄청난 베스트셀러작가의 반열에 든 그가 에세이를 쓴다는 게, 심지어 그것도 미술에 대해서 쓴다는 게 놀라웠다. 하루키가 재즈에 심취하여 (그리고 전문가적 지식도 있다) 책을 쓰는 것과 비슷한 걸까. 하루키의 재즈관련 책이 재밌었기 때문에 이 책을 들기까지의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기대하게 만들었다.




화가에 대해서 일반 미술책에서 칭찬만 열심히 적었던 것 이상으로 '줄리언 반스의 관점'에서 그에 대한 수많은 사적인 부분과 그에 대한 생각을 알려준다. 소설가이기 때문일까. 그런 이야기를 하며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 대해 꽤나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흥미를 돋궜다.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유명한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여 그들이 벨 에포크 시대를 함께 살았다는 걸 알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나는 미술에 대해 문외한이었고, 여전히 그렇긴 하다)


이 책에 대해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나는 좀 어려웠는데, 생각보다 간단했다.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은 미술 버전의 알쓸신잡이다."


다산북스(출판사)의 연재 예정 포스트에서 본 글이 기억에 남는데, 이것보다 더 잘 설명할 문구가 없어서 적어놓는다.




책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구는 "그래서 세잔이 그린 초상화들은 모두 정물화다." 라는부분. 세잔은, 미술책을 조금이라도 열어본 분들은 아는 사실이겠지만, 모든 화가들에게 영향을 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다. 어찌 보면 피카소보다 더. 내가 이제껏 흘겨봤던 정물화가 그냥 정물화가 아니었고, 변화의 시작이 세잔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그저 감탄만 나왔었다. 그것의 연장선으로 초상화를 정물화라고 표현한 것이 나에게는 색다른 시각을 안겨주었다.




​유명한 인물이 자신의 '덕질'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는 가끔 내적친밀감을 느낀다.

아, 이 사람도 무언가에 흠뻑 빠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을 때는 우리와 다름없구나 같은. 그것에 대한 호기심, 열정이 넘칠 만큼 차올라서 구구절절 막힘없이 얘기하게 되고, 기분이 업되서 통통 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받는다. 정말 좋아하는 관심사에 대해 얘기해 본 경험을 가진 이들은 그 감정을 알 것이다.


아마 줄리언 반스와 미술 인터뷰를 누군가 한다면 그런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을 것 같기도.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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