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47p.
..한편 도쿠토미 소호는 본래 ‘부잣집 자제‘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고 보고, ‘젊은이의 인격‘을 다섯 가지로 유형화했다. 안정 지향적이고 윗선의 말을 잘 따르면서 분위기도 정확히 파악하는 ‘모범 청년‘, 자기중심적이고 부자가 되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 ‘성공 청년‘, 자유 경쟁 시대(다이쇼 시기)가 불러온 ‘삶의 고통‘을 감지하고 문을 걸어 잠근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번민 청년‘, 육욕의 노예가 되어 퇴폐적인 나날을 보내는 ‘탐닉 청년‘, 자신을 찾지 못하고 부화뇌동하며 세태에 휩쓸리는 ‘무색(無色) 청년‘이 그것이다. 미야다이 신지(宮臺眞司)처럼 고도의 통계 분석을 활용한 ‘예기 이론적 인격 시스템 유형론‘은 아니지만, 오늘날에도 통용될 만한 다섯 가지 유형이다.

87p.
..다시 말해, "젊은이는 발칙하다."라는 식으로 젊은이를 ‘이질적인 타자‘로 간주하는 지적은, 이미 젊은이가 아닌 중·장년층의 ‘자기 긍정‘이자 ‘자아 찾기‘의 일종인 것이다.
..자기가 사회에서 ‘이질적‘이라고 느낀 대상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면, 그 스스로 ‘이질적인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이것과는 반대로 자신이 느끼기에 ‘이질적인 대상‘을 ‘이질적‘이라고 잘라 말해버리면, 그 스스로 ‘이질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주게 된다.

133~134p.
..전 교토 대학교(京都大學) 교수인 오사와 마사치(大澤真幸, 52세, 나가노 현)는 조사에 회답한 사람들의 마음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인간은 어느 순간에 "지금 불행하다.", "지금 생활에 불만족을 느낀다."라고 대답하는 것일까? 오사와 마사치에 따르면, 그것은 "지금은 불행하지만, 장차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할 때라고 한다.
..미래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사람이나 장래의 인생에 ‘희망‘이 있는 사람은 "지금 불행하다."라고 말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이제 자신이 ‘이보다 더 행복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인간은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즉, 인간은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걸지 않게 됐을 때, "지금 행복하다." 혹은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라고 대답하게 되는 것이다.

213~214p.
..특정 사회 운동을 준비하면서 자원을 획득하고자 할 때 중요하게 작용하는 요소는 그 구상(framing)이 얼마나 훌륭한가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떤 프레젠테이션(presentation)이나 브랜딩(branding)을 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그 사회 운동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것의 성공적인 예는 미국의 ‘공민권운동‘이다. 본래 흑인이 주도했던 공민권 쟁취 투쟁은 ‘권리와 기회의 평등‘이라는 다각적인 구상을 내세웠기 때문에, 여성과 장애인, 아메리카 원주민, 노인 등 다양한 소수자(minority)를 해당 사회 운동의 테두리 안으로 유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공민권운동‘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사회 운동이 대체로 ‘당사자‘만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최근의 사회 운동은 꼭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대상을 포괄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실제로 오늘날의 사회 운동은 점차 그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사회 운동은 심각한 얼굴로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자!‘라고 외치는 대신, 마치 축제에 참가하는 기분으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 놓기도 한다.

218~219p.
..사람들이 행동을 시작하고, 그것이 대규모 운동으로 이어지는 계기. 바로 그들이 지닌 가치관이나 규범의식이 침해당했을 때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서 2장에서 서술했듯이, 젊은이들의 가치관은 더욱 컨서머토리화하고 있다. 무언가 높은 대상을 향해 분발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 관계 등 자신과 가까운 세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의식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아무리 ‘격차사회‘라든가 ‘블랙 기업‘이라고 시끄럽게 떠들어 대도, 젊은이들 스스로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는 한 대규모 시위 따위는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자신들의 사회‘가 침해되거나 ‘자기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세계‘가 지적을 당했을 때는 어떤 움직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315~316p.
..전쟁이란 본디 제노사이드(genocide)를 목적으로 하는 수단이 아니다. 가능한 한 인프라와 인명을 보존하면서 자기 피해를 최소화하는, 그러면서도 상대 통치 기구의 파괴를 목적으로 하는 외교 수단이다. 20세기에 벌어진 숱한 전쟁처럼 대규모 공습을 하지 않더라도, 전력이나 수도 차단, 통신망의 파괴 등을 통해 얼마든지 ‘일본‘을 지배할 수 있다.
..‘일본‘이 사라지더라도, 일찍이 ‘일본‘이었던 나라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여전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국가의 존속보다도, 국가의 역사보다도, 국가의 명예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물론 ‘일본‘은 지켜야 할 대상이지만) 굳이 ‘일본‘에 구애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나는 ‘일본이 끝장날지도 모른다.‘라고 초조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으며, ‘일본이 끝장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뭐?‘라는 생각만 든다. 역사가 가르쳐 주었듯이, 인간에게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의외로 당당히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