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실비 제르맹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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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몸은 깊은 바다 속에 오랫동안 잠겨 있어서 그 터진 살 속에 수없이 많은 조가비, 해초, 산호, 그리고 온갖 바다 꽃들이 박힌 익사자의 몸과 같다. 그래서 그 살이 더 많이 터지면 터질수록 더 많은 조가비들과 조개껍데기 꼴들과 응고된 눈물과 피가 번식하는 것이다, 그 살이 더 많이 부대끼고 훼손당하면 당할수록 그 상처들에는 무수한 눈들과 입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상의 주인들과 강자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역사를 만드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역사를 견디고 역사에 희생된 모든 약자들, 무명의 모든 하층민들, 익사자들이 죽어가듯이 지상의 거처를, 지상의 아름다운을, 하늘과 빛과 바람의 공간을 동시에 다 빼앗긴 채 그 역사로 인하여 죽는 자들이니까 말이다-78쪽

순교자의 혀는 영원히 순수하고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왜냐하면 말에 의하여, 말에 대한 존중에 의하여, 입 밖에낸 말에 대한 변함없는 충실함에 의하여, 그 혀가 생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기적을 일으켜 찬양받는 요한 네포무크의 혀는 그 변함없이 발그레한 모습을 통해서 말이 얼마나 심각하고 까다로운 것인가를, 말을 한다는 것은 그때마다 자신의 명예와 영혼을 거는 행위라는 것을 소리쳐 말했다-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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