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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행전 - 평범한 일상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는 101가지 신앙 이야기
류호준 지음 / 세움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일상행전>, 너무나 일상적이고 소소한 내용이기에 어떤 추천도 없는 일상적인 책이다. 부제가 “평범한 일상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는 101가지 신앙 이야기”이다. 저자는 류호준 목사(무지개교회)였고, 구약학 교수(백석대)였다. 2019년에 은퇴하고 글쓰기 전념하려고 한다. “일상”에 대해서 여러 저술을 출판해서 진리와 은혜를 공유하려고 했고, 은퇴 후에 첫 저술을 세움북스에서 출판했다. 목사와 신학자에서도 “일상”을 좋아했는데, 목사와 신학자의 자리에서 떠나 일상에서 일상을 어떻게 찾을지 기대되기도 한다. <일상행전>은 사역 말년까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수 십 년 동안 사역에서 보았던 교회와 신학계에서 있는 소소한 내용들을 볼 수 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알뜰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은 여행에서 찾는 것인데, <일상행전>은 일상에서 찾는 알뜰신잡이다. 알뜰신잡은 여행, 지식, 잡담이 어우러진 인문학의 전형이다. <일상행전>도 일상, 전문적인 신학 사고, 신학, 성경 지식 등등 알콩달콩한 내용들을 구성하고 있다.
<일상행전>은 저자가 자기 일상에서 발굴한 101가지 소재를 소개했다. 저자는 일상을 “일상(日常, daily life)은 반복적이다, 무료하다, 지루하기도 하다, 인생살이 대부분은 일상의 연속이다”으로 규정했다. 저자는 101가지 이야기를 구분하지 않고 끊김 없이 나열했다. 그래서 좀 더 일상적이고 단순하지만 일상처럼 질서가 없다. 일상적인 이야기, 신학교 이야기, 신학과 성경 이야기가 랜덤으로 썩여있다. 그리스도인의 복잡한 일상이 그대로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책은 순서대로 읽어도 좋겠지만, 화장실용 도서로 상당히 유용할 것 같다. 저자의 한 소재를 갖고서 자기 사고를 연결해서 글을 만든다면, 저자의 일상과 독자의 일상이 연결되는 학문의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저자의 소개하는 소재에는 그렇게 될 수 있는 재미있는 발상과 윗트가 있다.
저자의 101가지 일상은 모두가 일상에서 발생한 에피소드이기 때문에 독특하다. 자기 일상과 자기 지식과 비전을 제시하기 때문에 101가지 모두가 단막극이고 연속극이다. episode 28은 “신라면 유감”인데, 신라면, 신(辛)과 신(申)을 갖고서, 성경 고전어(히브리어, 헬라어), 우리 고전어 한자어, 국어 능력 등 모든 것을 총제적으로 융합시켜 제시했다.
일상은 설교 예화의 생생한 보고이다. 멋진 예화를 찾아내서 제시하는 위력보다, 일상에서 발견한 사건과 성경, 신학,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것이 신학자이고 설교자이다. 저자는 우리가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 지식이나 부족한 것들을 소소하지만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Ph.D와 Th.D에서 Ph.D를 더 좋아하는 한국교회의 착각을 지적해 주기도 했다(episode 19).
<일상행전>은 일상에서 삶의 전체와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유익한 저술이다. 목회와 교수 사역자가 겪은 다양한 일상은 자체로 보화이다. 그 일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 유익이다. 위대한 신학자들은 체계적인 저술을 펴낸 것이 아니라, 잡록(雜錄)들을 모은 것이 많다. 더 많은 사역자들도 유사한 저술이 필요하다. 순천대대교회의 공학섭 목사의 <시골목사의 이야기>, <글로 쓰는 목회>가 생각나기도 한다. 류호준 박사의 <일상행전>은 <일상행전> 2를 기대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