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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 - 국경선은 어떻게 삶과 운명, 정치와 경제를 결정짓는가
존 엘리지 지음, 이영래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평점 :

▶ 하나의 지도, 여러 개의 선
지도를 펼쳐보면, 수없이 많은 선들이 그어져 있다. 이 선들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가 별다른 의문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대부분의 선들은 우리의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고, ‘신중’하게 그어지지도 않았다.
당장 우리나라가 속한 한반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한 ‘38선’은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 같지만 100년이 채 되지 않은 나름 싱싱한(?) 선이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 선은 ‘우리나라’가 아닌 타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런 선이 비단 우리나라에만 존재할까? 다른 나라에는 없을까? 그럴 리가. 특정 국가들의 욕망과 욕심과 탐욕으로 생긴 선은 세계 곳곳에 존재하며, 지금도 새로이 만들어지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이 책은 그렇게 만들어진 선 중에서도 작가가 엄선한 ‘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머리말에서 작가는 본인이 느끼기에 흥미롭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골랐다고 말하는데, 그래서인지 책에 등장하는 47개 선 모두 거를 타선 없이 재밌고 흥미진진하다.
중요한 건 책의 내용이 단순 ‘재미’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거다. 존 엘리지의 매력적인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강대국이라 불린 나라들이 저지른 만행과 선이 만들어낸 역사와 선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해관계를 자연스레 깨닫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들 역시 세계사의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지금도 선은 움직일 준비를 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다른 지역의 크고 작은 전쟁은, 중국의 남중국해 주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안다. 그들의 행동이 ‘순수’한 자기 영토 주장이 아님을. 그 안에는 깊고도 진득한 탐욕이 도사리고 있음을 말이다.
세계사에 관심은 있지만 선뜻 시도하지 못한 사람들이 입문서로 읽기 좋은 책이다. 여러 번 말해도 입이 안 아플 정도로 쉽고 재밌다. 개인적으로는 읽을 때 세계지도를 함께 봐서 그런지 더 이해가 잘 됐다. 그런 면에서, 면지 부분에 책에서 언급한 경계선들이 들어간 세계지도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