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나이드는 명상의 기술
손혜진 지음 / 마고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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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보면 어지럽게 조각난 생각들을 원상태로 맞춰내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에는 모으기라도 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쓸모 없는 생각들이라면 진공청소기로 쓰읍, 빨아들이고 청소통을 텅, 비워버리면 되겠지만. 살면서 만들어지는 인연이나 흔적들을 쉬이 끊어내는 것이 그리 간단치만은 않으니, 아니, 어쩌면 불가능한 것이니. 지금 느끼고 있는 그런 잡념들이 쓸모 있는 것이 될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할 필요가 있는 듯합니다. 그러려면 생각의 이물질을 한 곳으로 모아줘야 할 터인데요, 그러한 빗자루질의 역할을 하는 게 명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그런 명상,의 의의를 새삼 알려준 게다가 그러한 명상의 방법론까지 제시해 준 책이 한 권 있습니다.

  흔히 명상,이라고 하면 영을 단련시키려는 수행자 혹은 종교적으로 어떤 경지에 이른 사람 등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 혹은 해야 하는 -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이 책을 읽어 보기 전에는 비슷하게 느꼈거든요. 물론 살면서 명상,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이 많지도 않았지만요. 굳이 찾자면 교복 입었던 시절 읽었던 <성자가 된 청소부> 류의 책을 접하며 '어디 나도 한번?'정도의 잔물결 같은 호기심이 전부였지요. 그러면서 '명상은 조금 더 어른이 된 후에'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어쩌면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행복하게 '나이 드는'이라고 명명했을 지도요. 하지만 나이,라는 것 시간,이라는 것은 결국 누구에게나 흘러가는 것. 그러므로 책의 제목 나아가 이 책의 필요성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요. 아하, 서두가 길어졌습니다. 그럼 실제로 책을 펴 볼게요.

  명상의 세계 맛보기,라는 1장으로 시작하는 책은 '변화에 대한 수용 미덕'을 언급하며 삶에서 만난 갑작스러운 파도를 피하는 아니, 파도를 타는 방법을 넌지시 흘려주고 있습니다. '변한다는 것에 대한 색다른 통찰'이라는 위빠사나 명상,이 그것인데요. 처해진 상황 그대로를 인정하는 데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명상인 듯해요. 책에서는 행선(걷기 명상)과 좌선(앉은 상태의 명상) 방법에 대해서 차근차근 안내해주고 있구요. (이 글을 쓰는 와중에 오른발이 저려 오는데, 이 저림증을 그대로 바라보는 것도 위빠사나 명상의 일종이 될 수 있을까요? 오른발 뒤꿈치를 흐르는 실핏줄이 몇십 분 간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자세 좀 고쳐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네요. 이때 '나는 이게 편하니까 그냥 있어!'라고 무시를 해버리면 우리의 위대한 동지 mb가 될 듯하니 자세 좀 고치겠습니다.)

  이왕 다른 길로 샌 것, 고백 한 개만 할게요. 사실 이 책을 손에 든 건 몇 달 되었는데요. 어딘가에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추천,이라는 걸 하기에는 아직도 제가 읽어낸 것이 부족하기만 합니다. 여기 있는 모든 명상법을 해보지도 못했고, 역으로 보면 이 책에서 읽어내야 할 것이 그만큼 많거든요. 해서 책의 목차를 훔쳐다가 보여드릴 터이니, 혹시라도 지금 이 순간에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아물거리기만 하는 생각의 파도를 가지신 분, 또 그것을 정리하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면 글을 마저 꼬옥 읽어보시길 바라요.

  그렇게 해서 이 책을 마저 소개 하자면, 명상으로 질병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절명상, MBSR명상이. 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안내하는 (그것은 결국 타인을 위한 삶이었지만요) 보행현원 명상이.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으로 초월명상이. 웰다잉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죽음명상이. 제시되어 있어요. 또한 우울함을 극복하 는 자애명상, 글쓰기 명상, 만다라 면상, 춤명상 등도 제시되어 있구요. 각각의 문제 상황과 그것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는 명상의 방법이 순차적으로 제시되어 있지만, 꼭 그런 문제에 봉착하지 않더라도 왕왕 사용해보면 좋을 듯해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명상은 스트레스 완화명상과 글쓰기 명상이에요. 그중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는 MBSR 명상이 적힌 장의 내용을 들춰보면, 이 명상을 하기 위해 지켜야 할 점이 나와있네요.

  • 판단하지 말 것
  • 인내심을 가질 것
  •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을 것
  • 자기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신뢰할 것
  • 지나치게 애쓰지 말 것
  • 매시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 것
  • 집착하지 말고 내려 놓을 것
  어쩌면 이는 명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집착,으로 점철될 지도 모르는 우리의 '삶'을 살아내기 위한 울타리로 삼아야 할 것은 아닐는지 생각해봅니다. 이 명상과 연관된 재미난 명상법으로 저자는 '건포도 명상'이라는 걸 귀띔해주는데요, 궁금증이 일렁이시는 분은 사서 보셔요. :) (..하하...)


  저자는 머리말에서  

  명상은 '내려놓기' 정신에 근간을 두고 있다. 명상은 제아무리 행복하거나 불쾌하거나 무향무취의 경험일지라도, 매 순간 공평무사한 태도로 단지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평온한 주시는 우리의 마음을 맑은 거울처럼 닦아놓아 세상과 우리 자신 안에 있는 것들을 그대로 비춰준다.
  이러한 혜안은 다름 아닌, 삶의 참모습을 꿰뚫어보는 통찰지혜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앎'이라고 하면서 '지식'이라고 하면서 주섬주섬 주워 삼켰던 것들이 가끔은 고이 소화되지 않고 생각의 위장에 걸려 삶을 지치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돌아봅니다. 그렇게 조각난 생각들, 잘못하다가는 위를 건드리고 장을 할퀴어서 우리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지는 알았는지 또, 물어보게 됩니다. 생각 때문에 생채기가 난 삶들, 그 삶을 청소기처럼은 아니지만 아침이슬 내린 후 마음의 마당을 쓸어내는 대빗자루질 같은 게 명상이 아닐까요. 그러한 명상의 방법론을 알려준 <행복하게 나이 드는 명상의 기술>.

  마음의 마당이 어지러운 당신,에게 강추합니다. :)

<제가 쓴 원문은 요기 있어요! http://winniejy.egloos.com/538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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