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우리 흑인들은 백인들처럼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뉴기니 친구인 얄리의 의문으로부터 인간의 문명이 차이가 나는 궁극적인 이유에 대해 감춰진 진실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간다.


유럽인이 남북아메리카를 정복할 때 가지고 갔던 것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앞선 기술, 정치적 조직과 더불어 (본의는 아니지만) 병원균도 함께 했는데, 원주민들에게는 유럽인의 총보다 병원균이 훨씬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아메리카를 정복할 수 있었던 직접적인 원인일 뿐 궁극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


저자는 궁극적 원인에 대해서 식량생산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인류가 수렵채집생활을 거쳐 정주생활을 하면서 식량을 직접 생산하기 시작하였고, 식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존 야생식물을 작물화하는 과정이 필요하였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서 작물화를 위한 식물이 풍부했던 것은 아니다. 작물화가 용이한 식물이 비교적 풍부한 곳이 있는가하면 전혀 없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곳에 거주했던 인류는 다른 지역에서 적절한 작물을 제공받지 않는 한 직접적인 식량생산이 불가능했다.


가축화도 비슷하다. 일견 쉬워보이는 가축화였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무수한 동물 중에서 가축화를 할 수 있는 동물은 온순해야하고, 사람에게 복종해야 하고, 먹이가 저렴해야 하고, 질병에 면역성이 있어야 하고, 성장이 빨라야 하고, 감금 상태에서도 잘 번식해야했다. 그러나 이처럼 복잡한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야생동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와 같은 작물화와 가축화가 중요한 이유는 식량생산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인구밀도가 높아지고(반대로 인구밀도가 높아져서 식량을 생산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잉여생산물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식량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전문화 조직을 발생시킴으로써 문자, 정치 조직, 앞선 기술 등의 밑거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작물화와 가축화는 지구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지 못했다. 서남아시아, 중국 등 일부 지역에서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기 시작했지만, 다른 대륙에서는 전혀 없거나 일부만 가능했다. 그것은 작물화, 가축화할 적당한 야생동식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방법은 앞선 문명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앞선 문명의 사람이 그렇지 못한 지역을 차지함으로써 문명이 확산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비슷한 위도 상에 위치할 경우는 계절 및 일조량 등의 환경적 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에 작물화와 가축화의 전파가 쉽다고 얘기한다. 반대로 위도가 다를 경우에는 환경적 차이가 커서 동일한 작물과 가축도 쉽게 이동할 수 없었는데, 긴 가로 축을 가진 유라시아 대륙이 전파가 빨랐던 반면, 세로 축으로 이루어진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아메리카대륙은 남북으로 긴 형태이며, 안데스산맥, 사막 등으로 교류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소수의 작물과 가축도 쉽게 전파되지 못했다. 결국 작물화와 가축화를 바탕으로 기술과 정치조직을 내세운 유럽인에게 정복당하게 된 것이다. 반면에 서남아시아와 더불어 대표적으로 작물화와 가축화에 성공하고 문명을 발달시킨 중국이 유럽에게 밀리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매우 설득력있게 말하고 있다.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을 통해 저자가 최초에 고민했던 부분, 왜 문명은 차이가 발생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점이 이 책의 장점인데, 더불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그러나 쉽게 반박하지 못했던) 오해들 중 하나인 인종에 따른 우열에 대한 어리석은 의문을 합리적 근거로 반박할 수 있다는 점과 추운 계절에 사는 인류가 도전에 맞서기 때문에 더운 지방에 사는 사람보다  번성하게 되었다는 비합리적인 의문에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된 점이 좋았다. 실제 생물학자들이 지난 40년간 인종에 대해 연구한 결과 생물학적으로 인종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인다고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또 다른 의문도 생긴다. 선택할 수 없는, 우연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문명화가 구분되고 발전의 격차가 벌어진다면 그 지리적 위치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절대 극복할 수 없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지정학적 위치나 그 밖의 자연적 차이는 지금도 여전히 인간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어서 누군가에게는 이점으로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현대는 하고자 한다면 고립을 피할 수 있고, 다양한 문명의 이점을 비교적 쉽게 습득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얻은 정보와 기술을 통해 문명의 격차를 줄이고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따뜻한 지역에서 문명이 시작되었지만 추운 지역에서 환경적 불리함을 극복하고 문명을 선도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쉽지만은 않다. 불리한 점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문명화의 필수적 조건이 지리적 위치였다면, 앞으로는 또다른 필수조건이 필요할 것이고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문명화에 앞서 나가는 길일 것이다.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지구상의 수없이 많은 식물과 동물 중에서 작물과 가축으로 만들 수 있는 종이 매우 적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는데, 그렇기에 현대의 중요한 작물과 가축의 대부분을 만들어낸 고대인들의 고난과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의 말미에 한국인과 일본인의 쌍둥이론이 언급되어 있다. 이 내용은 한국인으로서 무척 흥미로웠는데, 한국과 일본은 적대감과 경멸을 떨치고 한핏줄이라는 유대감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재발견할 수 있는가에 동아시아의 미래가 크게 좌우된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끝으로 과거를 돌이켜보면 진보와 혁신을 했던 인류는 살아남았으나 그렇지 못했던 인류는 결국 사라지는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점은 우리가 혁신과 진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시사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흥미로웠던 이야기 ▼

 

그러나 사실 수많은 발명품, 또는 대부분의 발명품은 호기심에 사로잡히거나 이것저것 주물럭거리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개발했고, 그들이 염두에 둔 제품에 대한 수요 따위는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다. 일단 어떤 물건이 발명되면 그때부터 발명자는 그것의 용도를 찾아내야 했다. 그리고 상당 시간 사용된 이후에야 비로소 소비자들은 그것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중략) 토머스 에디슨의 축음기는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 p352

발명에 대한 상식적인 견해는 실제로 발명과 필요의 일반적인 역할을 거꾸로 뒤집어놓은 것이며, 그것은 와트나 에디슨 같은 희귀한 천재들의 중요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p354

와트가 그런 증기 기관을 만들 아이디어를 얻게 된 것은 토머스 뉴커먼의 증기 기관을 고치던 중이었다.

뉴커먼의 증기 기관도 실은 영국인 토머스 세이버리가 1698년에 특허를 받은 증기 기관의 뒤를 이은 것이었고, 그것 역시 프랑스인 드니 파팽이 1680년경에 설계한 증기 기관의 뒤를 이은 것이다. 그리고 다시 또 그것보다...

에디슨 1879년 10월 21일 밤에 '발명' 했다는 백열전구도 실은 1841년~1878년에 다른 발명가들이 특허를 얻은 수 많은 백열전구를 개량한 것에 불과했다.- p356

일부 천재 발명가들이 어느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장소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과연 세계사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겠느냐는 점이다. 대답은 명백하다. 그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356

기술은 발명된 이후 그 용도가 개발된다.- p357

 

펼친 부분 접기 ▲




1.불량의학, 크리스토퍼 완제크, 열대림, p19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항우 강의
왕리췬 지음, 홍순도.홍광훈 옮김 / 김영사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나라 병사들이 이미 초나라 땅을 완전히 포위했구나.

사면이 모두 초나라의 노래로다.

대왕의 의지가 이미 다했으니.

내가 어찌 살고자 할 것인가.  (虞姬)1


근 중국에서 제작한 드라마 삼국지(三國志), 초한전기(楚漢傳奇)2가 KBS에서 방영하였다, 삼국지는 95회로 종료되었고, 초한지는 현재 방영중(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22회 방송). 방송얘기를 짧게 하자면, 안목없는 내가 보기엔 고전을 충실히 재해석하고 재미도 곁들인 드라마로 추천해주고 싶다.


특히, 진건빈이 맡은 曺操는 매우 훌륭했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 상에 나온 曺操의 모습은 잔인하거나, 웅장한 모습, 또는 너무 잘생긴 모습이다. 그러나 역사와 소설에 등장하는 조조는 결코 그와 같은 단순한 인물이 아니다. 반면에 위 드라마의 曺操의 모습은 천진스럽다가도 잔인하고, 배포가 크면서도 옛일을 잊지 않고 되갚는 다양한 모습이 섞여 있는 인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런 曺操를 보노라면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아니 그 인물을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되는데, 그 점이 무척 마음에 든다.


초한지의 劉邦역은 진도명으로, 몇년 전 EBS에서 방영한 臥薪嘗膽句踐역을 연기 배우다. 삼국지와 마찬가지로 초한지가 재밌는 이유를 꼽으라면 단연코 劉邦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劉邦의 모습은 너무 진지하다. 하지만 劉邦은 귀족 출신도, 큰 뜻을 품었던 사람도 아닌 한낱 평민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욕잘하고, 우스개소리 좋아하고, 진지하지 못한 모습이 진짜 劉邦의 모습일지 모른다. 진도명의 劉邦이 바로 딱 그 모습이니, 어찌 재밌지 않겠는가.


力拔山兮氣蓋世

時不利兮騶不逝

騶不逝兮可奈何

虞兮憂兮奈若何3


힘은 산도 뽑아 옮길 만하고 기개는 세상을 덮고도 남았다.

형세 불리하니 오추마(烏騶馬)조차 나아가지 않는구나.

오추마가 나아가지 않으니 어찌하겠는가.

우미인아, 우미인아 너를 어찌할 거나.4


劉邦이 욕과 우스개를 좋아하는 건달이었다면, 산을 뽑을 만한 기개, 力拔山의 기개의 소유자는 바로 항우 項羽이다. 농담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 평생 진지하고 심각한 모습만 보였을 것 같은 사람.


항우는 유방과 직접 맞붙은 싸움에서 모두 승리를 할만큼 전투의 천재이다. 그러나 그런 항우도 딱한번 패하게 되는데 그 전투가 바로 垓下전투. 물론 엄격히 말하자면 유방과의 대결이라기 보다, 또다른 전쟁의 신, 한신과의 대결이다. 그리고 항우는 해하전투에서 해하가를 남기고 장렬히 자결을 한다. 삶과 죽음이 모두 극적이다.


역사는 언제나 승리자의 것이다. 그렇기에 敗者는 사랑받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삼국지의 유비가 중국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敗者라면, 항우도 패왕별희(覇王別姬)라는 경극을 통해서 끊임없이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항우의 어떤 점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가? 또 역발산의 기개와 전투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항우는 왜 유방에게 패하게된 것일까?


"항우강의"는 항우가 실패한 원인과 사랑받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항우가 실패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1) 정치적 유치함, 2) 군사활용의 수동적 자세, 3) 성격적 약점을 뽑는다.


정치란 결국 사람과의 관계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훌륭한 정치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항우는 다양한 방법으로 관계 설정을 하지 못했다. 강함과 약함을 조절하지 못했고, 중요함과 그렇지 않음을 구분하지 못했다. 이는 적과의 관계에서 뿐 아니라, 부하 장군들과의 관계에서도 동일한 실수를 저질렀고, 결국 黥布 등 많은 자들이 등을 돌리며 자멸하게 된다.


그리고 항우는 투항한 秦나라 병사 20만을 죽이는 잔인함 등으로 민심을 얻지 못하고, 유일한 謀士인 范增과의 불화도 문제였다. 더군다나 저자(왕리췬)는 범증이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더 많은 유능하지 못했던 모사라고 말한다.


본인의 잘못으로 불행으로 끝날 수 밖에 없었던 항우. 그러나 그 자신이 한때나마 중국을 호령하던 西楚覇王이었고, 이후 많은 사람들로부터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조금은 위안이 될까.


책 의 끝부분에는 항우를 노래한 많은 시들을 실려있으니, 중국 사람들의 항우에 대한 사랑을 한번 느껴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항우의 유일한 모사이지만 이류의 능력밖에 갖지 못했던 범증, 장막안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의 전장에서 승리를 하는 장량, 그리고 전쟁에는 천재이지만 정치에는 둔재였던 한신을 읽는 재미도 좋다.


초한지를 읽거나, 읽은 후, 드라마를 보거나 보는 중에 함께 보면 재미가 더하리라 생각한다. 또한 10년전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장국영을 통해 우희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1993년에 개봉한 영화 패왕별희를 추천한다.



  1. 항의강의, p226, 우희가 지은 垓下歌의 답가 [본문으로]
  2. http://www.ahtv.cn/huod/2012/12/chcq/ [본문으로]
  3. http://ko.wikipedia.org/wiki/항우 [본문으로]
  4. 垓下歌, 항의강의, p102 [본문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그의 꿈은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었다. 그는 몰랐다. 자신의 꿈이 어느새 자기 등뒤에, 저 뉴욕 너머의 혜량惠諒할 수조차 없는 불확실성 너머, 밤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미국의 어두운 들판 위에 남겨져 있었다는 것을.1



설 속 화자話者의 이름은 닉 캐러웨이Nick Carraway. 그는 1900년대 초 미국 중서부 도시에서 삼대에 걸친 부유한 집안 출신이다. 그리고 1922년 봄 '눌.러.앉.을.생.각.으.로' 동부로 가고, 그곳에서 개츠비를 만나게 된다.


이 소설을 번역한 소설가 김영하氏는 '표적을 빗나간 화살들이 끝내 명중한 자리'라는 멋진 한 문장으로 이 소설을 표현하고 있다.


모두 다 빗나간 화살들. 그런데, 만일 그날 정원사의 말처럼 수영장의 물을 빼고 개츠비가 수영을 하지 않고 닉과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면, 마이케일러스가 목사에게 전화를 해 윌슨을 혼자 있도록 하지 않았다면, 머틀이 노란 차를 향해 뛰어들지 않았지만, 데이지가 운전을 하지 않았다면, 개츠비의 노란색 오픈카를 톰 뷰캐넌이 운전하지 않았다면, 연료가 충분했다면, 데이지가 모두에게 시내에 나가자고 하지 않았다면, 데이지의 초대에 응하지 않았다면, 갈색 승마복을 입은 여자가 개츠비 집에 들려 그와 톰 뷰캐넌이 만나지 않았다면, 닉이 캐츠비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거나 뷰캐넌이 정부를 두지 않았다면, 어느 토요일 밤 개츠비의 파티에 가지 않았다면, 닉을 파티에 초대하지 않았다면, 파티에서 조던 베이커를 만나지 않았다면, 수상비행기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개츠비의 옆집에 살지 않았다면.. 전쟁이 없었다면..


그날, 유난히 덥지 않은 날이었다면..


그들의 화살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을까.







어쩌다보니 세 개의 출판사에서, 역자譯者가 각기 다른 『위대한 개츠비』를 갖게 되었다. 역자가 다른만큼 같은 내용지만 느낌이 미묘하게 다르다.


소설 첫 시작이기도 하면서 인상적이었던, 닉의 아버지가 닉에게 충고하는 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예로들어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에 깊이 되새기고 있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2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극도의 희열을 간직한 미래를 믿었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 갔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 내일 우리는 좀 더 빨리 달릴 것이고 좀 더 멀리 팔을 뻗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맑게 갠 아침에는......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전진하는 것이다.3


내가 지금보다 더 어리고 상처받기 쉬웠던 시절에 아버지가 충고를 해주신 적이 있는데, 나는 그때 이래로 그 말씀을 마음 속에 되새겨 왔다.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면, 네가 지닌 이점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누리고 있지는 못하다는 걸 꼭 기억하려무나."4


개츠비는 초록색 불빛을 믿었다. 그것은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 서 뒤로 물러가는 최고의 환희를 약속해 주는 미래였다. 그때 그 미래가 우리를 교묘히 피했던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팔을 더 멀리 뻗을 테니까...... 그러면 언젠가 어느 맑은 날 아침이......

그러므로 우리는 흐름을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5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6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에게서 멀어지기만 하는 황홀한 미래를. 이제 그것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뭐가 문제겠는가.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리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마침내 어느 찬란한 아침......

그러므로 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쉴새없이 과거 속으로 밀려나면서도 끝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7


같은 내용이지만 역자에 따라서 느낌이 사뭇 다르다. 어느 번역이 더 훌륭하고의 문제보다는 각 역자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김영하씨의 번역이 읽기 편했고, 마음에 든다.


펭귄클래식 코리아판으로는 앞의 이만식譯 本은 절판된 것으로 보이고, 다른 역자(김보영)의 책이 판매중인데(2009년에 첫 판이 나왔고, 2011년 12쇄인데 다른 역자로 바뀐 이유는 무얼까. 앞 부분만 보면 번역이 젊어진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모 출판사를 겨냥하지 않았을까 하는건 그저 내 느낌), 최근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 맞춰 각 출판사마다 저렴한 가격에 마케팅 중이니 주머니 얇은 독자에게는 (한편으로는) 반가운 때기도 하다.



  1. p224 [본문으로]
  2. 민음사, p9 [본문으로]
  3. 민음사, p255 [본문으로]
  4. 펭귄클래식코리아, p77 [본문으로]
  5. 펭귄클래식코리아, p286 [본문으로]
  6. 문학동네, p11 [본문으로]
  7. 문학동네, p225 [본문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유기 전5권 세트 (양장)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동양 판타지
    오승은 지음, 왕굉희 외 그림, 연변인민출판사 번역팀 옮김, 김성재 교열 / 현암사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유기라고 하면 누구나 읽어보고 내용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읽어본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서유기의 등장인물인 삼장,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은 어린 시절부터 흔하게 듣던 인물이고, 만화책 및 각종 동화책으로 쉽게 접하다보니 어느샌가 우리는 서유기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정말 제대로 알고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렇지 못했다.


    2,500페이지가 넘는 긴 이야기라는 것은 제.대.로. 읽어보겠다고 마음을 먹고나서 알게 되었고, 각 인물이 단순히 평면적인 인물이 아닌 매우 많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입체적인 인물이라는 점이 새삼스러웠다. 그러나 입체적 해석은 난해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삼장의 원래 법명은 현장이며, 속세의 姓은 陳. 삼장이라는 이름은 삼장의 경을 가지러 가기에 (당)태종이 제안한 호이다. 손오공(猻悟空)의 이름은 첫 스승인 수보리조사가 지어준 이름이고, 이후 삼장에 의해 行者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천계의 천봉원수였던 저팔계의 법명은 저오능(猪悟能)으로 관세음보살이 지어주었으며, 그 후 삼장에 의해 팔계(八戒)라는 이름을 얻는다. 또한 권렴대장이었던 사오정(沙悟淨)도 관세음보살이 지어준 법명이며 후에 삼장으로부터 화상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세 제자가 모두 悟 항렬로, 깨달음(悟)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삼장이 타고가는 백마는 서해용왕의 아들로, 이처럼 서유기는 삼장과 세 제자, 그리고 백마가 경을 찾아 떠나는 모험 이야기이다.


    긴 모험 속에서 삼장은 언제나 나약한 모습을 보이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는 책의 머릿말에 언급된 것처럼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를 파괴하러 가는 프로도가 무거운 책임에 나약해지고 괴로워하듯이) 모든 사람들의 과업을 짊어지기에 어린아이 마냥 나약해졌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의 나약한 모습이 바로 그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약함과 우유부단함 속에서 서천에서 여래를 만나 경을 구해야겠다는 일념은 단 한번도 무너지지 않는다. 괴물에 잡혀서 울고, 깊은 산을 두려워하고, 큰 소리에 놀라 말에 떨어질 정도로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서천으로 가야한다는 의지와 도를 향한 열정은 그 누가 따라갈 수 있을까.


    반면 손오공은 몸과 마음이 모두 자유인듯 싶다. 天帝의 자리도 능력에 따라 해야한다는 엉뚱한 얘기를 하기도 하고, 어려운 일이 있어도 항상 낙천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다. 삼장의 앓는 소리에 經을 읽어보기는 했냐고 오히려 스승을 면박을 주기도 하는 손오공의 모습은 황당하기도 하지만 서유기의 주인공 답게 언제나 웃음을 준다.


    조금만 곤란한 상황이 닥치면 수시로 짐을 나눠들고 각자 길을 가자는 것은 언제나 저팔계이다. 항상 배고프고, 짐을 들기 싫어하고, 어떻게 하면 손오공을 골려줄까 고심하지만, 오히려 당하는 것은 그다. 필마온이라고 소리치며 손오공을 욕하지만 손오공은 그런 모습을 오히려 즐긴다. 상당히 현실적이고, 끝까지 精慾을 완전히 버리지 못한 저팔계지만 사오정과 함께 스승을 지키는 책임을 나눠지지 않았다면 손오공도 삼장을 무사히 서천에 모시고 가지 못했으리라.


    그러나 사오정은 어떤 인물인지 알기가 쉽지않다. 대사도 그리 많지 않은데다가, 요괴와 싸우기 보다 주로 스승을 지키는 쪽이다. 항요장을 휘두르며 대활약을 기대해보기도 하지만, 언제나 묵묵히 그 자리에 서 있다. 톡톡튀는 손오공을 잡아주고, 눌러앉으려는 저팔계를 일으켜주는 역할이 사오정의 역할인데, 다른 무엇이 그 속에 있을지 궁금하다.


    서유기를 읽으면서 이전까지 몰랐던 사소한(?) 점이라면, 손오공이 행자라는 이름도 있다는 것, 저팔계의 법명이 오능이라는 것, 사오정의 또다른 이름이 화상이라는 것과, 세 제자 모두 소식(蔬食)을 했다는 것이다. 저팔계가 채식만 했다니! 고기 뜯는 저팔계의 모습이 사실이 아니라니!


    끝으로 여러 출판사에서 서유기 완역판이 나오지만, 절판으로 구하기 힘들어 직접 출판사로부터 사는 노력을 기꺼이했던 이유는 화려한 컬러 삽화 때문이다.


    다른 책들과 달리 현암사의 서유기 삽화는 단여코 최고라 할 수 있으며, 최고의 삽화가 서유기의 재미를 더욱 배가시킨다.


    틈틈히 읽느라 꽤 긴 시간을 읽었지만, 삼장과 세 제자, 백마가 함께 했던 고난의 여행길은 내게는 지난 여름 더위를 잊게 해주는 즐거운 여행이었다.


    끝으로 머릿말에서도 발췌한 손오공의 얘기를 적고 싶다.


    "스승님은 여러 나라를 직접 다니지 않으면 고해를 초탈할 수가 없어. 그래서 한 걸음을 옮기는 데도 힘이 드는 거야. 우리는 스승님의 목숨을 지켜 드릴 수는 있어도 그 괴로움을 대신해 드릴 수도 없거니와 경을 가져올 수도 없어. 설령 앞질러 가서 부처님을 뵙는다 해도 부처님은 우리에겐 경을 내주지 않는단 말이야. 고생 없이 손에 넣는 물건은 소중하지 않는 법이거든." (22회. 손오공이 저팔계에게 한 말)


    다시 서유기와 함께한다면 그때는 전혀 다른 서유기를 읽게 되리라 생각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추럴리 데인저러스 - 우리가 잘못 알아 온 음식, 건강, 환경에 대한 100가지 지식들
    제임스 콜만 지음, 윤영삼 옮김, 전창림 감수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 삶은 온갖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단지 어떤 위험한 요인을 덜 위험한 요인으로 대체해 나갈 뿐이다. 예를 들어 살충제에 노출되는 것은 항생제를 먹는 것보다는 위험하지만, 핵발전을 하거나 등산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덜 위험하다.

    터넷, TV, 책 등 많은 미디어를 통해 하루에도 수없는 건강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이다. 많은 자본들이 건강분야에 집중하고 있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건강 비법을 자랑한다.


    '자연산', '유기농', '천연'이라는 단어를 사람들은 '안전'이라는 단어와 동일시하며, 어떠한 위험도 없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인공', '화학'이라는 단어는 '치명적'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정말 그런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그렇다고 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상반되는 의견과 너무나 많은 정보의 홍수속에서 전문가가 아니면 도저히 판단을 할 수 없다. 과연 어떤 말이 옳을 것인가?


    여기에 대한 길잡이를 해줄 좋은 책이 있다. 바로 내추럴리 데인저러스(naturally dangerous)


    저자인 제임스 콜만(James Collman)스탠포드 대학교 화학부 교수로 두 명의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한 저명한 학자이며 유명한 학자 중에서 대중과 소통하는 몇 안되는 학자라고 한다.


    나를 포함해 자연산은 무조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적인게 위험하다는 제목은 의문을 넘어서 반감을 준다. 하지만 콜만 교수는 우리가 느끼는 잘못된 정보로 인한 공포는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과학적 근거를 통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나하나 설명해준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한다.


    1. 완전히 안전한 물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적 화학 물질이든, 인공적 화학 물질이든 모두 위험할 수 있다.

    2. 인간에게 어떤 물질의 안전성이나 효율성은 농도에 따라, 그리고 신체중 어느 부분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달리진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특정 음식은 무조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어떤 성분은 몸에 극히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은 (일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그 물질이 어떻게 쓰이느냐, 얼만큼의 양으로 쓰이느냐, 또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득실이 생긴다는 것이다.


    재밌는 예를 들어보자. 주름을 펴고 탱탱한 피부를 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물질이 있다면 그것은 보톡스일 것이다. 그런데 보통스는 BTX(Clostridium botulinum, 보톨리누스균)라는 물질로 구소련이 생물학전을 위해 만든 변종 탄저균으로 매우 치명적인 독소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보톡스는 해로운 물질인가, 이로운 물질인가.


    미생물도 마찬가지이다. 빵을 만들때 사용하는 효모균은 피부에 감염될 겨우 입이나 질 속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즉 '어디에 머무르느냐'에 따라서 유용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 것이지, 본질적으로 우리 몸에 좋거나 나쁜 물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와 같은 예는 '자연산' 및 '유기농' 제품에도 해당된다.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제품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TV에서는 유기농으로 재배된 채소를 자랑하며, 농약을 뿌리지 않았으니 흙만 털어서 먹어도 된다며 직접 먹는 장면을 시범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짚을 썪힌 퇴비를 사용해 키운 유기농 식품이 실제로 우리 몸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식품과학자들이 있다. 그것은 자연 비료에 쓰인 동물의 배설물에 든 치명적인 세균들이 식품을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인데, 실제로 농략 잔류물 때문에 죽었다는 사람은 지금껏 보고된 바가 없지만, 음식을 통한 세균 감염으로 죽은 사람은 매년 수백 명씩 보고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유기농으로 재배할 경우 세균의 위협에 노출될 확률이 8배나 높으며, 또한 아플라톡신 같은 자연 독소뿐만 아니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데, 더 재밌는 것은 농약을 전혀 쓰지 않는 천연 식품에서는 천연 살충제를 자체적으로 만들며, 세대가 거듭될 수록 그 농도는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천연 살충제는 바로 천연 발암물질이 라는 것. 우리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살충제는 피하고 있지만, 대신 '천연'으로 만들어진 살충제를 먹고 있는 것이다. 과연 '천연'으로 만들어졌기에 몸에 해롭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럼 우리는 미생물을 선택해야 하는가, 아니면 살충제를 선택해야 하는가?


    다시말하자면 '천연', '자연'이 무조건 안전한가? '인공', '합성'은 몸에 해롭기만 한 것인가?


    또한 저자는 잘못된 과도한 공포를 지적한다. 예를 들어, 유전자변형 식품에 대해 사람들은 과도한 공포를 갖고 있다. 그런데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전자변형 식품이 해롭다는 증거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오히려 강력한 반대로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유전자변형 식품을 얻지 못하는 저개발국 사람들은 계속 식량 부족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에 영국의 저명한 환경운동가 마크 라이너스는 GM 반대입장을 철회하고 GM 지지입장을 공식 선언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15 년 이상 3조나 되는 GM식품을 먹었으나 단 한 건도 위해성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유기농 음식을 선택해 사망한 사람들은 있지만 GM 식품을 먹고 사망한 사람은 한명도 없다. GM 식품으로 다치기보다 소행성에 맞을 가능성이 더 많다.”며 “우리는 더 이상 GM이 안전한지 아닌지 논의할 필요도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

    오히려 GMO의 문제보다는 식량 전체의 자본 종속화, 불균형 등의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혹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며, 어떤 해를 끼치게 될지 모른다고 할 수도 있다. 그 말이 사실이 되는 날이 올지 모른다. 그러나 과학은 믿는 것이 아니며, 결과가 확정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결과를 토대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시기에 새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는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결과를 부정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물론 유기농 제품과 전통육종 제품의 가치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살충제를 사용해서 기른 제품과 GMO 제품을 최고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모두 위험성과 가치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을 고려해서 가치를 증대시키고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유기농 제품의 허(虛)를 인정해야 본래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잃지 않은 새로운 유기농 제품도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저자는 또한 「건강 보조 식품을 둘러싼 오해들」을 통해 우리가 몸에 좋으리라고 믿고 먹었던 각종 비타민, 미네랄 등의 허와 실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건강보조제 시장은 끊임없이 커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건강을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에 크게 이상없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건강 보조제는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인체에 필요한 이러한 요소들은 "꼭" 필요하지만 "과도할" 경우에는 오히려 해가 되는데, 대부분 균형잡힌 식사를 통해 얻을 수 있고,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필요할 경우, 즉 건강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지나친 건강보조제를 먹고 있는',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사람이라면 과도한 복용을 당장 중지하고, 균형잡힌 맛있는 식사를 하도록 권장한다.


    더불어, 저자는 지구 온난화, 방사능, 암, 광우병, 항생제, 약, 질병 등 다양한 내용을 균형잡힌 시각과 과학적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인들의 무지와 오해를 바로잡아주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무지와 오해 속에서 진실을 외면한 채 살고 있는가.


    오래전부터 논란이 되었고, 얼마전에도 다시 논란이 된, MSG의 무해성에 대해서 여전히 받아들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아직도 전자레인지로 데운 음식이 건강에 매우 나쁘다고 믿는다. 천일염에 있는 미네랄이 미네랄은 소량 필요하고 일반적 식사에서 모두 다 섭취할 수 있음에도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말에만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효용성에 비해 과도한 지탄를 받고 있는 설탕을 대신해 사람들은 꿀을 대신하고 있다. 그런데 꿀의 주성분이 무엇이란 말인가?


    때론 진실은 받아들이기 힘들고,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애써 피하려고 하지만 그렇다고 진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불편해도 진실에 한발자국 다가가고 싶다면, 그런데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내추럴리 데인저러스』를 추천한다.


    과학적인 내용이니 만큼 저자는 웹사이트를 통해 새롭게 업데이트 된 내용을 알려주고 있으니, 책이 출판된 이후 무엇이 변했는지 웹사이트(http://www.naturallydangerous.com/) 도 방문해서 확인해 보면 좋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