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커스 Vol. 01 : 플라네타리움 - 어른의 과학 메이커스 1
동아시아 편집부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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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투영기가 생각보다 그럴듯함...

솔직히 잡지 부록으로 오는 조립식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알고있던 별자리 이것저것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네요 ㅋㅋㅋ

한동안 이거 조물딱거리고 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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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의 힉스 사냥꾼 - 우리 과학자가 들려주는 힉스 입자 이야기
김동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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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에 관심 많은 독자라면 다 늦게 또 무슨 힉스냐 할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힉스 입자 발견이 이슈가 된지도 이미 한참이 지났다. 외국 저자들이 쓴 묵직한 책도 이미 여럿 나왔다. 

 제목에서 예상되다시피,  이 책은 힉스 입자에 관한 이야기다. 힉스입자의 발견 당시의 이야기부터, 힉스입자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입자물리학, 미국과 유럽간의 경쟁, 그를 위한 거대 실험설비에 관한 설명, 그리고 앞으로의 연구방향까지. 힉스입자를 둘러싼 전체적인 그림을 머리에 넣고싶은 사람이라면 권함직한 책이다.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은 덤이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가장 재미난 부분은 아마 4장 '바벨탑의 사회학' 중에 소개된 저자의 경험담이리라. 저자는 LHC에서 관련연구를 하는 경북대 김동희 교수다. 그는 이 연구주체가 얼마나 거대한 연구집단이었는지, 또 그들간에 얼마나 치열한 경쟁원리가 도입되어 있는지를 본인의 진땀나는 경험담을 통해 들려준다. 저자가 같은나라 사람이라 그런걸까, 아니면 원래 저자의 블로그에서 나온 책이라 그런걸까? 저자의 경험담은 어느 대단한 과학자의 일화같지가 않고, 여느 사람 사는 모습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연구해서 먹고사는 어느 친한 형님이, 야, 대학교수쯤되면 편할 거 같지? 이 세계도 나름대로 힘들다며 들려주는 이야기같기도 하다. 과학은 과학자들에게 살아가는 '현실'이다. 

 김동희 교수의 경험담은 지금을 사는 과학자들이 연구하는 현실이 어떤지 생각하게 한다. 아쉽게도, 그런 저자 본인의 경험담은 분량이 그리 많지는 않다. 길게 보면 4장과 5장, 짧게 보면 4장의 '필자가 몸으로 겪은 논문 출판 경쟁' 파트에 국한된다. 그의 진땀나는 경험담은 현재 과학은 거대 자본을 끌여들이고, 죽고 죽이는 경쟁 원리 속에 자신을 몰아넣어야 하는 그런 과학임을 엿볼 수 있는 귀한 장면이다. 이 장면 하나만 반복해서 읽으려고 지금도 이 책을 옆에 끼고 있다. 이런 경험담을 더 많이 들려줬더라면 어땠을까. '우리 과학자가 들려주는'이라는 부제목을 본 독자라면 그런 것을 더 기대하지 않을까?

 거기에 덧붙여, 좀더 우리 사회와 밀착한 이야기를 꺼냈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세계적인 연구환경을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또다른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이 나라 과학 발전의 방향성에 대해 뭔가 말해 줬더라면. 100층짜리 건물을 올리는 일보다, 강바닥을 파헤치는 일보다 더 목마르게 투자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음을 보여줬더라면. 아니, 그런 얘기는 너무 나간 것 같다. 100층짜리 건물도, 강바닥 토목공사도 어쩌면 필요한 일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런대로 들려줄 새로운 얘기가 있지 않았을까? 

 과학에 있어서 7~80년대는 낭만의 시대였다. 달에 사람을 보낸 것도 그 때였고, 외우주를 향해 보이저가 출항한 것도 그 때다. 그 갸냘픈 쪽배에 만날지 못만날지도 모를 외계의 누군가를 위한 인사를 실어 보냈더랬다. 그 낭만은 <바람이 불다>의 주인공 지로의 비행기처럼 (비록 당장 불을 뿜는 포화는 아닐지언정)냉전시대의 정치역학 위에 불안하게 올라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정치가들에게도 과학은 다른 의미에서 낭만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순수한 꿈이 낭만이었겟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국가와 민족의 번영이 또다른 종류의 낭만이었다. 과학은 그 낭만을 위해 존재하고 발전했다. 이 책에 나타나는 저자의 경험담은, 지금은 '자본주의'가 움직이는 과학의 시대임을 실감하게 한다. 거대 자본을 끌어들여야 하고, 세계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국가를 설득해야 한다. 과학자들도 경쟁의 원리속에 연구해야 한다. 

  사람들은 힉스가 이슈였었던 줄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 모든 학문이라는게 다 같이 가게 마련 아닌가. 이 책은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 이 점을 비판할 수는 없다. 그랬더라면 전혀 다른 책이 되었을 것이니까. 그런 부분은 다른 책이 채워주면 되는 부분이니까. 이 책은 순수하게 과학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지만, 저자의 경험으로 들려주는 힉스입자 발견 이야기, 그리고 이후의 세계적인 과학 연구 방향 이야기는 한 사람의 사회 구성원으로서도 들어둘 가치가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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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크로스 1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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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서적 시장이 유난히 척박한 우리나라 책시장 상황.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작가 정재승이 꼭 필요한 기획 속에서 우리나라 대표 논객을 만난 책인데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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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새를 그리다 - 극락조의 발견, 예술, 자연사
데이비드 애튼버러 & 에롤 풀러 지음, 이한음 옮김 / 까치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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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펼친다. 페이지마다 화려한 극락조 그림들에 눈이 다 황송하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다. 게다가 '잘못된 그림'이다! 실제 극락조는 이런 포즈를 취하지 않는다고 본문에 떡하니 나와 있다. 그런데도 오류를 바로잡아줄 실물 사진은 단 한 장도 싣고 있지 않다. 거참, 극락조 책인데 극락조 사진 한 장이 없다니?


 <낙원의 새를 그리다 - 극락조의 발견, 예술, 자연사>는 극락조가 중심이지만 극락조에 관한 책이 아니다. 극락조를 만나는 인간에 관한 책이다. 17세기에서 20C 초중반까지, 극락조가 유럽인들에게 소개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당시 유럽 세계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목차는 생물학적 분류인 '과'단위로 되어 있지만, 그런 건 별로 중요치 않다. 그보다는 그 종들이 세상에 알려지는 과정에서 인간 군상들의 행동을 보여주는 데 치중한다. 극락조 장식깃을 유럽인들에게 건네었던 원주민, 그 장식깃으로 부와 명예를 얻으려 정글로 달려간 탐험가, 탐험가들을 지원하고 명예를 사는 스폰서(주로 왕족과 귀족들), 수입된 극락조 장식깃으로 치장하고 사치를 과시하는 소비자(주로 귀부인들), 신종을 분류하고 도감을 발간한 박물학자와 그들을 위해 제한된 정보를 상상력으로 채운 그림을 그린 화가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당시 화가들의 그림들이다. 정보전달 수단이 글과 그림 뿐이던 그 시대에 극락조의 외양, 행동 등  정보를 전달할 목적으로 그려졌다. 사진이 없던, 혹은 기술적으로 부족하던 시대에는 그림이 유일한 수단이었다. 당시 사람들로서는 이런 그림을 보면서 극락조의 모습을 열심히 상상하는 수 밖에 없었다. 책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사실 정보 전달이라는 목적을 이루는 데 그림이 사진에 비해 항상 열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사진이 이미 발달한 20세기 중후반까지도 Time지와 같은 주요 잡지에는 이 방면의 전문 화가들의 그림이 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실물을 확인하고픈 욕구를 그림만 가지고는 완전히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재미있는 점은, 이 책이 현재의 우리에게도 똑같이, 당시처럼 극락조의 실제 사진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글과 그림만으로 정보를 제한한다는 점이다. 멸종한 공룡도 아니고, 극락조는 분명히 현재에도 살아있는 현생종인데 그런 극락조를 그림으로만 보고 있자니, 읽을수록 확인하고 싶어 감질난다. 몇 번이고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럼에도 이 책은 끝까지 사진을 배제하고 그림과 글로만 묘사하는 옛 방식을 굳이 고수한다. 이 책이 다루는 바로 그 시대의 방식이다. 이렇게 정보가 제한된 방식은 정보 전달에 더 효과적인 다른 수단(사진이나 동영상 등)이 존재하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정보 전달'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지 몰라도, 확실히 상상력을 자극하는 맛이 있다. 글 만으로 우리는 극락조의 환상적인 빛깔을 상상하고, 화가들이 그린 수려한 그림에 우리의 상상으로 그 빛깔을 덧씌운다. 당시 사람들도 그랬으리라. 신비감에 부풀었으리라. 얼마나 두 눈으로 보고 싶었을까. 처음 깃털가죽을 보았을 때, 그들은 날개도 다리도 없이 영원히 공중을 날며 이슬을 먹고 사는 그런 새를 상상했었더랬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이 제공하는 경험은 매우 특별한 것이다. 극락조에 대한 정보를 당시의 방식으로 제한한 덕분에 현재의 우리도 그 당시처럼 극락조를 만나는 특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제한된 정보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우리는 정말로 당시 유럽인들이 느꼈음직한 경외심, 신비감, 호기심으로 극락조를 대하게 된다. 아직까지도 알려진 것이 적은 극락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낙원의 새를 그리다 - 극락조의 발견, 예술, 자연사>는 극락조가 아니라 극락조를 매개로 제국주의 유럽인을 살펴보는 책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자연과학이기보다는 인문학이지만, 평범한 지식 전달 이상으로 그들의 감정을 전달해 그들을 이해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문학과도 비슷하다. 묘하게 끌리는 구석이 있는 책이다.


 마지막 챕터에서 '잡종'을 다루며 이 책은 끝난다. 극락조는 종들 사이가 유전적으로 가까운 탓에 유난히 잡종이 많다. 그런 탓에 극소수의 표본만이 채집된 채 다시는 발견되지 않은 것들은, 잡종인지 새로운 종인지도 확인하기 힘들다. 귀부인들의 모자장식이 되느라 많은 수의 극락조가 남획되었는데, 그 통에 멸종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역사적 맥락에서은 당연히 이 시대에 대해 그리 좋은 평가가 내려질 수는 없다. 이 시대에는 인간의 탐욕에 의한 파괴가 일상적인 시대였고, 심각성도 모르던 시대였다. 아름다운 그림들을 감상하며 그들의 경외감을 함께 느끼다 보면 불편한 진실은 잠시 잊게 된다. 하지만 그런건 잠시 보류하고, 제국주의시대 유럽인이 되어 보기를, 그들도 우리같았음을 음미해보기를 권한다. 살고 있는 당대에 대해서 올바른 평가를 내리기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극락조를 보며 경외감을 느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한 편으로 그 것을 파괴하면서도 말이다. 우리도 우리 시대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자신을 미화하고자하는 욕구를, 우리와 과거의 저들과 다른 점을 찾아내 그 차이를 확대해석하고픈 욕구를 느낄 수도 있다. 제국주의시대 사람들도 그들 스스로는 위대한 탐험이라고, 인류 지성의 커다란 진보라고 여겼을 것임을 상기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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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 DNA에서 양자 컴퓨터까지 미래 정보학의 최전선 카이스트 명강 1
정하웅.김동섭.이해웅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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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으로, 대중은 과학같은 거 싫어한다. 모른다. 알고 싶지 않다. 왜? 어려우니까. 안그래도 세상 살기 팍팍하니까. 돈 벌어 먹고사는 것만도 골치아프니까. 뭣하러 머리를 사서 괴롭히겠나, '힐링' 안되게스리. 굳이 머리아픈 걸 볼 거라면 차라리 '주식책' 보고 돈 벌어모을 생각을 해야지. 과학에 관한한, 대중은 모른다는 사실에 위기감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말이야 바른 말이지, 좀 골치아픈건 사실 아닌가? 다른 장르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자연과학서적은 훈련이 좀 되어있지 않으면 즐기기 힘들단 말이다. 맞다, 과학은 일반인이 잘 알기엔 너무 어렵다. 대신 발상을 좀 바꾸면 어떨까? 잘 알기 어렵다기 보다, 거꾸로, 그렇게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대충 잘' 알면 된다고. 우리 문외한들로서는 '대충 잘'만 알면 된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신생 과학분야 3가지를 강의 형식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름도 개념도 생소할 전문분야를 '대충 잘'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은 골치아픈 것 다 빼고 두 가지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첫째, 그게 무엇인지. 둘째, 그걸로 뭘 할 수 있는지.

 여기에 소개되고 있는 분야들은 하나같이, 어지간히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것들 뿐이다. '복잡계 네트워크 및 데이터 과학', '생물정보학', '양자정보학'. 이름만으로는 뭐하는 분야인지 지레짐작도 힘들다. 아, 하나는 알 것도 같군, 복잡계 어쩌구가 아무튼 무진장 복잡할거라는 것 말이다. 이런 낮선 분야를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게 소개하기 위해, 이 책은 '그게 무엇인지', '그걸로 뭘 할 수 있는지', 이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언급한다. 나머지는 다 뺐다. 듣기도 싫고 들어봤자 모르는 배경 이론들은 최소한만 남기고 다 들어냈다. 덕택에, 3부 양자정보학 파트를 읽어도 양자역학을 알게 되지는 않는다. 대신 그걸로 뭘 할 수 있는 것인지 정도는 아주 확실하게 알게 된다. 

 그렇게 해서 획득한 이 책의 미덕은 '쉽다'는 것, 그리고 '재미있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쉬운 것만 남겼으니까. 재미도 있다. 선거결과를 점쟁이처럼 딱딱 맞추는데 재미 없을리가 있나. 강의를 담당한 교수님들께 '쉽게 쉽게'를 누누히 강조하는 누군가의 모습이 상상되기도 한다. 읽고 나면, 다 이해를 했든 못했든, '뭐시기라는 게 있다더라. 좌우지간 희한한 거더라'는 인상 만큼은 확실히 남겨 준다. 

 제목이기도 한 1부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이런 면에서 아주 모범적이다. 전체 3부 중 대표라 할 만 하다. 확실히 이해시키고자 하는 딱 하나의 개념, '복잡계 네트워크' 하나만 잡아서 '그게 무엇인지'를 확실히 이해시킨다. 그 것도 지극히 평범한, 일상언어의 수준에서. 어려울 것도 없다, 요즘 네트워크란 말 못 들어보고 사는 사람 없을 테니. '그게 무엇인가'를 이해시키고 나면, '그걸로 뭘 할 수 있는가'를 실감하게 하기 위해 피부에 와 닿는, 아니 잘만 하면 은행 계좌에도 와 닿을 것 같은 군침도는 적용 사례를 줄줄이 소개한다. 수학 얘기나 할 줄 알았더니, 그 수학으로 현역 정치인들 관계도를 읊어내린다. 이런 것도 하는거야? '좌우지간 대단하다'싶다.

 바른대로 말하자면, 사실 2부와 3부는 1부만큼 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특히 3부가 그렇다. 혹시 '쉽게 쉽게'를 교수님께 설득하는 데 실패하기라도 한 걸까? 그런 게 아니라 아마 해당 분야의 특성상 한계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쉽게쉽게 가기로 했기로서니, 이름부터 '양자'가 떡하니 붙어서 들어오는 양자정보학에서 양자역학을 설명하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누구나 그 단어의 일상적인 의미를 아는 1부의 '네트워크'와는 상황이 다르다. 양자 암호화가 수학적 암호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물리적으로 절대 안전한 방식임을 보이려면 달리 별 수가 없다. 결국 '어디까지 설명하고 어디까지 생략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문제다.

 현대 과학의 최전방을 다룬다는 점 자체가 이 책을 꼭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으로 만든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가 다루고 있는 세 분야는 '정보'라는 테마를 공유한다. 얼핏 서로 동떨어진 세 분야 - 응용수학, 생물학, 양자물리학 - 에서 '정보'라는 공통된 주제가 어떤 새로운 연구 주제를 열어주는지, 그래서 그 분야들이 어떻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통섭'이다. 일반인들에게 권함직한 재미있는 대중과학서는 시중에 꽤 나와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실험실에서 행해지고 있는 이런 최신 연구 트렌드들은 대중서로 소개되지 않은 것들이 훨씬 많을 터이다. 이들 신생 연구분야들 중에 어느 것이 갑자기 주목받아 우리 사회를 바꾸어 놓을 지 모르는데, 현재 진행형의 트렌드가 일반 대중을 상대으로 소개된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다.

 생각해 볼 점이 있다면, 우리가 이런 것들을 '왜 알아야 하는가'이다.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이 부분이 다분히 실용적인 관점에 고정되는 감이 있다. '그 것으로 뭘 할 수 있는가', 즉 '쓰임새' 대한 소개가 중요한 촛점이기 때문이다. 소개된 세 분야의 선택부터가 실용적 측면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셋 다 기초과학이라기보다 사용처가 분명한 응용학문들이며, 공유하는 주제는 다름아닌 '정보'다. 이런 실용적인 학문이라면 독자로 하여금 별 고민 없이도 '야, 이거 알아야 겠구나'싶게 만들 수 있을 터이다. 아무렴, 이렇게 쓰임새가 많은건데 알아야 하고말고. 경제에 도움되고 국가 안보에 중요하다는데. 

 그러나 우리가 최신 과학의 흐름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이유는 그 것이 많이 쓰인다거나 알고 있으면 돈이 될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 살리려고, 국가 안보를 위해서 공부한다면 얼마나 가난한 철학인가. 실용적인 측면에서라면, '그런 것 모르고도 잘만 쓴다'는 항변을 쉽게 들을 수 있다. 상대성이론이 거기에 사용된다는 사실도, 상대성이론 자체도 모르지만 우리는 자동차 GPS를 잘만 쓰지 않나. 누구나 어려워서 싫어하는 과학임에도 '왜 알아야 하는가'하는 질문은, 사실 우리가 왜 교양 지식을 쌓아야 하는가의 질문과 같다. 과학은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초적인 교양으로서 공부될 필요가 있다. 

 카이스트 명강 시리즈 다음 권의 주제는 '뇌'이다. 예정된 제목은 <1.4킬로그램 속의 우주>. 해당 강의에 참석해 들은 것은 아니라서, 다음권에서 과연 인문학적 지식으로서의 과학 공부의 필요성이 등장할지, 아니면 계속 실용적 목적으로만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뇌과학이 주제인만큼 1권인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와는 조금 다른 시각이 기대된다. 뇌에 관한 최신의 연구는 우리 인간이 인간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다. 이토록 본격적인 전문가의 영역을 이토록 쉽게 다루어 주는 시리즈, 흔치 않다. 반가운 책이다. 다음권이 기대된다. 초판 1쇄 나오는 즉시 기다렸다 냉큼 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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