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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 꽃보다 시보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고민정 글.사진 / 마음의숲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처음 서점에서 이 책을 봤을 때는,

삼각관계나.. 뭐 그런 이야기인 줄 알았다.

(순식간에 머릿속에 펼쳐지는 온갖 사랑과 전쟁류..)


표지에서 고민정 아나운서의 모습을 찾기도 좀 힘들었고,

그녀의 삶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신간 코너에 놓인 이 책이 소설인지, 에세인지, 심리학 분석책인지 아리송하긴 했지만

연한 분홍색 표지의 그 제목은 이상하게 머릿속에 맴돌았었다.


여러 기사와 방송(특히 연애 3년만에 고민정이 처음 데리고 간 파스타 집에서 조기영 시인이 '아, 원래 한식을 좋아하던 게 아니라 날 위한 거였구나.'라고 느꼈다는 말에 울면서 공감하던 심진화가 나온 예능)을 접하고 이것이 아나운서가 쓴 에세이임을 알게 되었다.

꽤, 잘 나가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다시 서점에 갔을 때, 나는 이 책을 구매해 읽어보게 되었다.


나의 대학시절과 연애담을 떠올리며..

'아니, 이렇게 로맨틱한 사람이!', '아니, 이렇게 지고지순한 여인네가!'를 주구장창 외치며..


우리는 현재 시인이 된 남편과 아나운서인 부인을 보지만(완성된)

이들이 처음 만난 20대, 30대 초에는

엄청 뭔가 있어보이는 아주 오래된 선배, 심하게 풋풋하고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신입생 정도일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 적은 돈, 난치병, 큰 나이차이를 극복한다는 게 서로가 서로에게

엄청난 도박이였다고 본다. 포기해도 되는 이유가 너무 많다.

물론 그들이 도박이 아닌 사랑으로 지켜냈기에 이 책이 나올 수 있었겠지.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고 마침내 서로의 곁에 가장 알맞은 형태로 자리잡아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정말 의리있고 줏대있는 멋진 두 사람의 성공스토리 같아

부러워졌다.


무뚝뚝하고 정론을 주장할 것 같은 시인 남편은 힘들지 않나.. 생각 중,


1999년 5월 셋째 주 월요일, 내가 성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가 살던 옥탑방 뒤 작은 산의 아카시아 나무들은 내게 인사를 해 왔다.

'이 숲에 오신 당신을 환영합니다.'

'저를 한 번 꼬옥 안아 주세요.'

'그리고 당신 곁에 있는 그 사람을 꼬옥 안아 주세요.'

그가 성인이 되는 나를 축하해 주기 위해 숲 속 곳곳에 붙여 놓은 나무들의 말이었다. 내가 오기 전 그는 적당한 나무를 찾아 글이 적힌 종이를 달아 놓았고, 난 그가 시키는 대로 아르드리나무를 안기도 하면서 종이가 걸려 있는 나무들을 따라 은평구 신사동의 한 작은 산을 올라갔다. 처음에는 무슨 나무를 안느냐며 쑥스러워하기도 했지만 이 작은 산의 나무들이 진짜 나를 축복해 주는 것 같아 갈수록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나무들의 안내를 받으며 한 정자에 도착했다.

_<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中


라는 대목을 보고 '아, 이 부부 엄청 귀엽게 놀겠구나.' 싶고

'갖은 립서비스보다는 이런 임펙트 한 방이 남자를 만드는구나' 하며 고민정 아나운서가 왜 조기영 시인에게 벗어나질 못하는지 공감을 하게 되었다는..


아무래도 사랑 이야기고 방송인의 이야기다 보니 책을 읽고 주변 기사나 방송으로 뒷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번쯤 읽고 공감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조기영 시인이 고민정 아나운서에게 청혼할 때 썼다는 시를..

(고민정 아나운서가 11살이나 어린데 5번이나 먼저 청혼하고도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려서 드디어 받은 프로포즈. 역시 남자는 한방이다.)


외로움이 
그리움이 
삶의 곤궁함이 폭포처럼 쏟아지던
작은 옥탑방에서도,
그대를 생각하면 
까맣던 밤하늘에 별이 뜨고,
내 마음은 이마에 꽃잎을 인 
강물처럼 출렁거렸습니다.
 
늦은 계절에 나온 잠자리처럼,
청춘은 하루하루 찬란하게 허물어지고,
빈 자루로 거리를 떠돌던 
내 영혼 하나 세워둘 곳 없던 도시에,
가난한 시인의 옆자리에 
기어이 짙푸른 느티나무가 되었던 당신.
 
걸음마다 질척이던 
가난과 슬픔을 뒤적여, 
밤톨같은 희망을 일궈주었던 당신. 
슬픔과 궁핍과 열정과 꿈을 
눈물로 버무려 당신은 오지 않은 
내일의 행복을 그렸지요. 
 
그림은 누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눈이 시렸을 뿐
수 많은 기억들이 봄날의 벗꽃처럼 
흩날려버릴 먼 훗날, 

어려웠던 시간, 나의 눈물이 
그대에게 별빛이 되고 나로 인해 
흘려야했던 그대의 눈물이,
누군가에게 다시 별빛이 될 것입니다. 

가을을 감동으로 몰고가는 
단풍의 붉은 마음과 헛됨을 경계하는 
은행의 노란 마음를 모아,

내 눈빛이 사랑이라는 한마디 말도 없이,
그대의 마음 속으로 숨어버린 그 날 이후, 
내 모든 소망이었던 그 한마디를 씁니다,
저와 결혼해주시겠습니까....

푸른 하늘에 구름을 끌어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그대의 
사랑에 대하여 쓰며 천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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