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들의 꿈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읽는 라틴문학이다. 한참 소설에 빠질 때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소설 속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소설을 드문드문 읽게 됐다. 그리곤 쉽게 읽히는 추리소설만 찾아읽게 됐네. 그러다 오랜만에 만나게 된 라틴아메리카 소설. 유럽 소설과도 다르고 미국 소설과도 확연히 다른 이 소설에 흠뻑 빠져 며칠간 허우적거렸다. 보르헤스 소설에 열광했던 사람이라면 오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의 <영웅들의 꿈>도 분명 좋아할 거 같다.

21살의 자동차 정비공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영웅들의 꿈>은 정비공 에밀리오 가우나가 소년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다. 경마로 큰 돈을 딴 주인공이 사흘 낮과 사흘 밤동안 벌어지는 카니발 축제에 존경하는 박사와 친구들을 초대에 진창 술을 마시고 놀다가 마지막날 홀로 낯선 곳에서 잠을 깬다. 분명 어렴풋한 기억 속에 가면을 쓴 여자를 만나 매혹되었는데 술에 몹시 취해 그녀와 헤어지게 된 것이다. 가우나는 이후 가면을 쓴 여인을 잊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녀를 찾아 헤맨다. 그러다 연극을 하는 클라라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잠시 가면을 쓴 여인을 잊게 된다. 하지만 그는 다시 그때의 모험을 반복하려고 한다. 클라라와의 사랑에 안주하기보다 모험을 찾아 떠나는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

가우나는 결국 그날 카니발 축제 이후 3년 만에 다시 붉사의한 모습의 여정을 반복하면서 잊고 있었던 기억을 찾아나선다. 과연 그 앞에 펼쳐질 진실은 무엇일까?

이 소설이 환상문학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게 현실과 환상의 넘나듬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때문이다. 카니발 기간 동안 주인공이 겪는 환상적인 이야기와 클라라와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건 '클라라'라는 인물의 캐릭터 때문인듯 하다. 둘의 연애는 아주 현실적이지만 동네 최고의 미녀인 그녀 존재 자체도 뭔가 환상적이기 때문이다. 뭐 그런 기분 있지 않은가? 너무 완벽한 연인을 만나면 행복하면서도 어느 한구석이 불안한 것. 과연 내가 이 행복을 누려도 되나? 이 행복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을건가? 같은... 쓸데 없는 걱정에 지금 그대로의 행복을 누리지 못했떤 기억... 한번쯤 있을거 같다.

암튼, 주인공은 그런 불안정한 현실을 과감하게 박차고 나와 모험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모험을 통해 그가 소년에서 어른으로 조금씩 성장하게 되는 거다.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모험을 선택해야 한다. 진실을 외면하지 말 것. 그것이 이 소설이 나에게 던져준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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