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핀 청년시인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윤동주.이상.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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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핀 청년시인_윤동주 이상 박인환 지음_스타북스_304p_2018

한때는 시집도 모으고, 서점가면 시집 읽으며 맘에 드는 시를 노트에 베껴적기도 했었다.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사는게 바쁘다보니 시 한편 여유롭게 음미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거 같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소설책보다 시한편 읽는게 훨씬 시간이 적게 드는데도 말이다. 근데 신기한건 어떤 시는 짧디 짧지만 그 여운이 오래 남아서 소설 몇페이지를 읽는 거 보다 더 많은 생각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소리내어 읽고 또 읽으며 단어와 단어의 운율을 느끼고, 시인이 그리는 그림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다보면 한편의 시가 한 권의 소설책만큼 풍부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걸 알기 때문인가? 괜히 시 한편 읽어서는 마음이 심숭생숭 해질까봐 선뜻 시집을 못 펼치겠는 거다. 왜냐면 육아맘인 내가 시를 음미할 시간이 사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도 이렇게 책 한권에 내가 좋아하는 시인 세명의 시가 담겨 있다면 무조건 책을 펼쳐야하지 않을까? 윤동주, 이상, 박인환 시인의 공통점이라면... 세사람 모두 30년도 살지 못하고 요절했다는 거다. 스물일곱의 이상, 스물여덟의 윤동주, 스물아홉의 박인환... 사는 모습은 달랐지만 이 세사람 모두 험한 세상의 저항과 순수를 시에 담았다. 윤동주의 시는 다들 좋아할테고, 이책을 통해 박인환의 덜 알려진 시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이책은 시뿐만 아니라 발간 원문 그대로 다른 시인이나 작가의 서문과 추도 시나 발문이 실려 있으며, 이상과 박인환 편엔 서울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민윤기 회장이 두 시인의 발자취를 따라 특별취재하고 해설을 담아 윤동주에 비해 덜 알려진 두 시인의 생전과 생후에 관한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전해준다.

학창시절 입시로만 시를 접했다면 이제라도 시집을 펼쳐보시길 권한다. 한때 국어강사여서 하는 이야기가 아님. 정말 우리나라 시 중에 정말 아름답고도 긴 여운을 남기는 시가 참 많다. 혹시 학창시절에 봤던 문학책 아직 안버리고 책장에 꽂혀있다면(물론 다 버렸겠지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나직히 시를 읽어보자. 신체시 이후에 현대시라면 맘에 드는 시 몇편 꼭 만날 수 있을 거다. 윤동주 시는 뭔들!!!

 윤동주 <소년>과, 이상의 <가정>은 다들 아실테고...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 이시가... 박인환의 시였는지 이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나도 늙었나보다... 그 사람의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 거 보면... 이 시 한편에 잠시나마 추억에 잠겨봤다. 시원한 맥주한잔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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