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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롤 모델 - 9명의 그녀들이 말하는 나의 꿈, 나의 일
박은몽 지음 / 멘토르 / 2010년 8월
평점 :
올해로 내 나이 스물, '스무살의 롤모델'은 스무 살의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책이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부터 '라디오작가'가 되고싶었다. 초등학생 ~ 중학생 동안 바라던 '초등학교 교사' 라는 장래희망 대신 방송작가를 새로 꿈꾸게 된 건 가히 나에게도 새로운 충격이었다. 그저 라디오나 TV를 듣고, 즐기는 것만 관심있었지 직접 해보겠다는 마음은 없었기에.
9개의 분야, 그리고 9명의 롤모델 중 난 선혜윤 PD님, 손정은 아나운서, 홍수연 작가님의 글을 제일 먼저 읽었다. 아무래도 내 꿈이 방송국과 관련있는 곳이다보니 제일 먼저 읽게 됐던 것 같다.
선혜윤 PD님은 <우리 결혼했어요> 와 <오빠밴드>를 연출하셨던 분인데, 처음 읽을 땐 '아, 이런 프로그램을 연출하셨구나' 라는 생각만 하다가 글의 마지막이 되서야 '아! 개그맨 신동엽의 부인!'이란게 생각났다. 그러고보니 <오빠밴드>를 볼 때 뵌 적이 있었다. 뭔가 신기했다. 항상 프로그램을 볼 때 연예인(연기자)들만 봐왔지, 그 프로그램을 이끄는 PD, 작가 등등의 스텝들은 솔직히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정작 프로그램을 이끌고 싶은 꿈을 가진 내가 조금 어리석은 생각을 가졌던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한편으로는 선혜윤 PD님의 파트 중 써있는 이 문장을 보면서 프로그램을 위해 희생하는 스텝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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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도 얼굴도 가려지고 오직 프로그램만 남아 기억되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PD들의 한결같은 바람이기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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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혜윤 PD님께서 바라시는 것처럼 앞으로도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연출해주셨으면 싶다.
손정은 아나운서는 <보고싶은 밤 손정은입니다> 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이미 알고 있는 분이었다. 내가 가입한 예비언론인의 카페에서도 그룹스터디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상식문제 등을 취합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win-win하려는 분들이 많으신데, 손정은 아나운서도 지방 방송국에서 실력을 쌓고, 그룹스터디를 활동을 하면서 수도권 방송국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참 존경스러웠다. 만약 내가 손정은 아나운서였어도 지방 방송국에서 일하는 것으로만 해도 만족했을텐데.. 손정은 아나운서는 자신의 확실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어쩌면 백조가 될지 모르는 그 위험을 안고도 도전했다. 그리고 이루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룬 손정은 아나운서가 했던 말 중에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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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도 아나운서 외의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요. 언제나 제 꿈은 아나운서였죠. 가끔 주변에서 아나운서가 되는 일이 쉽지 않으니 혹시 안 될 경우를 대비해서 다른 준비도 해두라고 충고했지만, 그런 말은 듣기도 싫었어요. 아나운서는 제1의 꿈이 아니라 유일한 꿈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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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제까지만 해도, 이 문구를 읽고 문득 '내가 방송작가가 될 수 없다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영학도도 아니고, 뭔가 취업이 보장되는 그런 학과에 재학하는 게 아니다보니(물론 요즘 실업난이라 어느 학과를 가든지 취업이 힘든 건 사실이지만)졸업하고 나서 내 꿈을 이루지 못하면 난 평생 뭘 해먹고 살아야하는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 문구를 다시 읽은 지금, 어제의 내 걱정은 내 걱정일 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손정은 아나운서에게 아나운서가 유일한 꿈이었듯, 내게도 라디오작가는 내 유일한 꿈이다. 손정은 아나운서가 자기 꿈을 이뤘듯이 나도 내 꿈을 멋있게 이루고 싶다.
홍수연 작가님은 <결정! 맛대맛>과 <에드워드 권의 예스 세프>에 참여하신 작가님이다. 작가님이 대학교 3학년에 재학중일 때, <남자 셋 여자 셋>을 맡고 있던 대선배님께서 학교를 방문하시고, 홍수연 작가님이 '나 방송작가 되고 싶어요!'라고 주변에 알린 덕분에, 친구분들께서 대선배님께 작가님을 소개시켜줘서 방송 일을 처음으로 하게 되셨다고 한다. 사실 이 부분에서의 작가님이 제일 부러웠다. 나는 아직 '나 방송작가 되고 싶어!' 라고 떠들고 다니지도 못하고, 내 주변에도 나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내 꿈을 알고 있는 사람도 얼마 되지 않는다. 문득 내성적인 내 성격이 미워졌다. 그렇게 고쳐보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내 본능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홍수연 작가님은 그렇게 방송계에 발을 들이셨고, 작가 5년차가 되었을 때 <삐삐 요리방>이라는 프로그램을 맡게 되셨다. 그리고 다른 프로그램들과의 차별화를 두기 위해 '힐튼호텔'을 섭외하셨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 나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와, 진짜 '짱'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을까? 정말 철저한 계획, 준비, 그리고 실천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덜렁대고 실수하는 내 자신을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홍수연 작가님이 강조하신 이 말은 마음 속 깊이 새겨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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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작가는 뒤늦게야 빛을 볼 수 있는 일이므로, 처음 몇 년간은 적은 수입으로 연명해야 하기 때문에 긴 호흡으로 견딜 수 있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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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가님이 본문 뒤에 TIP으로 적어주신 '방송작가로 살아남는 필살기'도 잊지 않고 꼭꼭 메모해둬야겠다.
책의 처음과 마지막에, 집필자 박은몽 작가님은 꿈꾸는 스무살들에게 신데렐라 이야기를 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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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는 단순히 유리구두로 왕자를 잘 낚아서 화려한 인생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게 아니다. 하녀처럼 구질구질하게 보낸 시절을 잘 버티었기에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하녀의 현실 속에서도 파티에 가고 싶은 꿈을 버리지 않았고, 그 기회가 왔을 때 무모하려만치 도전하는 도발적인 여성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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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만 꾸는 나도 아직은 초라하고 작은 하녀모습의 신데렐라지만, 오래전부터 항상 파티에 가는 꿈을 꾸고 있다. 이제, 파티에 갈 날만 남은 것 같다^^ 조금만 더 참고, 견디고, 배워서 파티에서 멋지게 유리구두를 휘날리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