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꿈이 만든 현실
토머스 M. 디쉬 지음, 채계병 옮김 / 이카루스미디어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토마스 M. 디시(Thomas M. Disch)의 SF문화평론서 <The Dreams our stuff is made of, the Free Press>가 <SF 꿈이 만든 현실>이란 제목으로 2017년 10월 국내 번역출간되었다.

이 자체로는 반가운 일이다.
과학소설도 아니고 과학소설 평론서가 번역서로 나왔으니.

아마 출판사는 이게 SF독자층 보다는 과학기술문화에 관심이 많은 일반대중독자들에게 팔리지 않을까 해서 펴낸 듯한데, 목적이야 어떠하든 간에 문제는 번역이 턱없이 부실하다는데 있다.

주인말과 서술어구가 따로 놀아 뭐가 뭔지 한국말이 되지 않는 구절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번역자가 아예 과학소설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나머지 인물조차 엉뚱한 사람으로 둔갑시켜 놓으니 원문을 보지 않은 사람은 오해하기 딱 좋게 생겼다.

단적인 예로 293쪽을 보자.

하인라인의 <팬햄의 자유보장권>이란 인종주의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 출판사와 이에 영합하는 일부 작가들의 상혼에 불을 질렀다는 주장을 하는 대목이다.

루넬과 니벤은 1977년 재난소설 <루시퍼의 망치>에 나오는 구절들에 대해 재고했을 것이다.

루넬은 퍼넬의 오기다. 퍼넬은 Jerry Purnell(1933~2017)을 의미하며, 니벤은 래리 니븐(Larry Niven; 1938~ )이 정확한 이름이다. 퍼넬을 이 책에서는 우리식 콩글리시로 '푸넬'이라 표기하는데 (클락을 굳이 클라크라고 쓰듯) 그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퍼넬이 위 대목에서는 뜬금없이 루넬이 되어 번역자의 실수를 출판사 편집자가 교정조차 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하긴 본문의 여러군데에서 편집자의 교정에 대한 성의를 의심케 하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니븐은 미국작가인데 왜 라틴어식으로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설마 그가 로마인인줄 안 것은 아닐 텐데. 어슐러 르 귄의 르귄을 '르 구인'이라 읽는 것과 뭐가 다를까.  

되도록 올바른 번역이 되어야 하고 고유명사나 인칭명사의 경우에는 관련전문가에게 최소한 한 번이라도 감수를 받는 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으며 머리를 쥐어뜯은 독자들이 많았을 것 같아 한 마디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