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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 네트워크 경제 입문자를 위한 가장 친절한 안내서
강성호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끔은 월급받고, 재테크하고, 부업으로 수입을 늘려야지 하는 생각에서 좀더 거시적 안목을 가져야할 때가 있다. 사업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경제의 움직임을 좀 더 거시적으로 파악해야할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책은 이 시점에서 꼭 읽어야할 책이 아닌가 싶다. 바로 지금 눈떠야할 네트워크 경제에 대하여. 이 책은 단적으로 말한다. 연결이 권력이고 돈이라고. 놀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것이 바로 네크워크 경제 시대라고. 그것도 금융위원회 현직 서기관이 자신있게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경제의 일면만을 말해주지 않는다. 다 읽고나면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나를 생각하게 하고, 안목을 조금 더 넓히는 데 도움을 준 느낌이다.
이런 예가 적절할지 모르겠는데, 내 친구 중 하나는 디자인 감각이 상당한 아이다. 스마트 폰이 한창 뜰 시절에, 회사를 그만 두고 어플 개발에 매달렸다. 아주아주 정성스럽게 재미난 어플을 만들어 냈다. 그런데, 그 어플을 바로 유료화했고, 카카오나 당시 막 뜨던 다른 어플과 연동하라는 다른 사람의 조언은 무시했다. 당연히, 친구의 오랜 노력은 그냥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카카오와 연동시킨 어플들은 대박을 쳤다.
또한 이 카카오가 웹소설 시장에 발을 들이밀면서, 웹소설 시장을 재편해 버렸다. 판을 키웠고, 저변 확대를 가져왔고, 작가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었고, 결국 전 세계에 k-소설 열풍을 가져왔다.
이 책에는 카카오를 ‘일상이 된 독점’이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여러 가지 선택지는 불편하고, ‘우린 카카오톡 하나면 충분하다’라고. 맞는 말이다. 카카오톡 하나로 영화도 보고, 소설과 만화도 가능하고, 옷도 사고, 선물도 보내고, 게임도 하고, 당연히 톡도 하고, 음성 통화도 하고, 심지어 카드도 만들고 돈도 관리하고 대출도 받는다. 다른 어플 몇 개는 지울 수 있다. 편한 게 최고니까.
그래서 카카오는 기존 질서에 위협이 되는 것이다. 너무나 일상적으로 독점하고 있기에, 다른 영역도 독점해버리기 쉬운 것이다. 다른 이들이 터잡고 판깔고 이미 독식하고 있는 다른 영역까지도.
이렇게 한 시장을 장악학 플랫폼이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대량의 데이터를 축적하기 때문이다. 대중을 사로잡은 플랫폼은 데이터를 장악한다. 이 플랫폼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콘텐츠를 보여주더니, 이제는 각 사람에게 그 사람이 관심을 가질만한 것을 보여준다. 그 사람을 아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감시당하고 있다.
그리고 이 플랫폼은 국경을 넘어 국가간 전쟁으로 번지는 추세라고 이 책은 말한다.
이 책은 재미나게도 한국인 저자가 한국적 상황으로 네트워크 경제를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정교한 분석을 한 듯한 책에, 이런 책은 보통 분석만 하고 끝날 것 같은데 ‘금융과 노동이 사라진다면’을 가정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만일 미래에 금융과 노동이 사라진다면 금융을 대체할 후보를 지목하는 저자의 시각도, 인간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회복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는 대목도 몹시 재미있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단순한 경제에 관한 책이 아니라 거대한 세계에 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