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반올림 30
임태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체, 제목이 끌렸다. 도대체 이 책의 정체는 무얼까.

 

  학원 앞이거나 방 안, 지하철일 수도 있겠다. 아이스크림 가게 혹은 버스 안, 그 어떤 곳도 무방하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방황하는 청춘들을 훔쳐보다 어느새 난 열아홉의 시간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열아홉, 나 역시 지독한 정체 속에 갇혀 있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늘 낙원으로 들어가는 꿈을 꾸지만 지름길은커녕 그 곳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씩씩하게 직진하는 것 뿐. 무작정 앞으로 나아가며 길 위에서 편지를 쓰곤 했다. Y나 L처럼 고백하듯 수줍게 나의 S에게, 때로는 M에게. 그러면 그들은 기꺼이 종착점을 알 수 없는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그들 역시 방황하는 청춘이었기에 티격태격하면서도 우린 함께 걸었다.

 

  청춘의 시간은 엄마 손을 놓친 어린 아이(미아)처럼 불안하고 폭우 속에 던져진 것 마냥 혼란스럽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사방이 꽉꽉 막힌 정체된 시간 속에서도 어느 날 문득 나의 본모습과 마주하는 기적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치 드라이아이스처럼 승화하는 순간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갔던 것 같다.

 

  정체라는 정체 모를 책 속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낙원, 미아, 승화, 정체, 폭우를 읽고 작가의 말까지 꼼꼼하게 읽고서야 이 책의 정체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음절로 된 단어들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 속에서 조금씩 아프게 성장하고 있는 청춘들이 불쑥불쑥 고개 내미는 게 보였다.

 

  살아가면서 어찌 열아홉의 시간에만 폭우가 쏟아질까. 열아홉이 지나도 우린 자주 미아가 된 듯 막막할 것이다. 여전히 낙원을 찾아 헤맬 것이며 물론 시시각각 지독한 정체 속에 발이 묶일 것이다. 하지만 열아홉 때만큼 두렵진 않을 것 같다. 정체된 시간 속에는 자신의 정체와 맞닥뜨릴 수 있는 행운의 열쇠가 숨겨져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임태희 작가의 글을 읽고 오랜만에 나의 청춘을 돌아보았다. 물론 아직도 아이처럼 자주 혼란스럽고 낙원으로 가는 길목 어디쯤에서 방황하고 있는 나는 늘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뜨겁게 뛰는 청춘임을 고백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후 예고된 재앙 과학과 사회 7
디디에 오글뤼스텐느 외 지음, 박수현 옮김 / 알마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이 지구는 우리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가 낳아 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빌려쓰고 있는 것일 뿐이지요."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거인 사냥꾼을 조심하세요!> 첫장에 나오는 글이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깊이 깨닫고 있는 어른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요즘 지구가 고열에 시달리고 몸살을 앓고 있으니 말이다. 그것도 무지한 어른의 이기심 때문에.
 
 <기후 예고된 재앙>은 제목부터가 섬뜩하다. 누구나 기후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고 시시때때로 이런 기후의 변화는 크고 작은 재앙을 불러왔다. 가뭄으로 가축이 쓰러지는 모습, 때 아닌 홍수로 집이 떠내려가는 모습, 폭설에 마을 전체가 파묻힌 모습, 태풍 등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맥없이 쓰러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뉴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후 변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는 현 문명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문명이 발생한 시점은 지구 역사 46억 년을 1년으로 환산했을 때 고작 2초 전이라고 한다. 더군다나 급작스럽게 기온이 올라간 것은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도 계속 지구는 더워지고 있으며 앞으로 100년 뒤에는 엄청난 온도 상승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즉,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재앙이란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아니라 바로 100년 뒤에 일어날 엄청난 재앙을 뜻한다. 

 우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기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후변화가 무시무시한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단순한 결과만 알지 무엇 때문에 기후가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지 과학적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이 책은 기후 변화를 과학적으로 풀어내고 있어 이제껏 궁금증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지구 온난화라는 환경문제를 인식하고 이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해법을 제시한다. 

 과학의 발달이 인간에게 편리를 가져다 주었지만 기후 변화, 소외, 환경 문제 등 심각한 재앙도 함께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결국 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힘들 것이다. 과학 지식이 기후 변화라는 결과에 대한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기후를 안정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우리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후손에게 빌려쓰고 있는 소중한 지구별을 위해, 내 아이들을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와글와글 낱말이 좋아 I LOVE 그림책
리처드 스캐리 글.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권의 책으로 귀엽고 앙증맞은 그림도 보고 다양한 사물도 익히고 더불어 한글과 영어까지 배울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 손에서 놓지 못한다면? 모두들 어디에 그런 그림책이 있냐고 귀를 쫑긋 세울 일이다. 그런 분들께 주저 없이 아주 기쁜 마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다. 바로 이 책 <와글와글 낱말이 좋아>. 제목처럼 온갖 호기심을 자극하는 낱말이 와글와글 쏟아지는 그림책이다.

  아기 토끼, 곰돌이, 꿀꿀이 형제, 야옹이 가족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사랑스러운 동물 캐릭터가 총 출동한다. 그리고 세상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아이들에게 멋진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 들로 산으로 바다로 동물원으로 쉼없이 여행을 다니느라 무척 바쁘다. 한 권의 그림책으로 다양한 세계를 간접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나는 일이다. 이곳저곳 소개하다보면 대충대충 넘어가는 곳도 있을 법 한데 어느 한 곳 대충 넘어가는 곳이 없다. 어디를 펼쳐도 정성을 다해 세심하게 묘사해 놓은 그림에 아이들은 쉽게 눈을 떼지 못한다.

  그림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아주 잘 만들어진 백과 사전의 느낌을 받는다. 특히 네살바기 둘째는 토끼네 집을 좋아하는데 침실, 욕실, 거실, 부엌에서 현관 앞의 돌길과 잔디, 뒷문 옆의 장작 더미까지 세세하기 묘사해 놓았다. 민들레 홀씨, 점, 가시 등 아주 작은 것들만 모아놓은 부분도 아이들이 참으로 흥미로워하는 부분이다. 앞표지에는 알파벹, 뒷표지에는 숫자까지 표지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써서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책이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백과사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푸셀, 안녕.
먼저 아줌마 소개를 해야겠지?
아줌마는 너 만큼이나 잔소리를 싫어하는 여섯 살 꼬맹이를 둔 엄마란다.

오늘 아침에도 늦잠 자는 꼬맹이에게 빨리 일어나라고 잔소리를 좀 했지.
물론 네가 짐작하는 대로 일어나서 밥 먹고 양치질도 하라고 그랬다.
우리집 꼬맹이도 벌써 일주일 넘게 기분이 나쁜 모양이다.
하지만 아줌마는 맹세코 지나친 간섭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단다.
문제는 꼬맹이가 엄마의 말을 '또 잔소리'하는 걸로 받아들인다는 것이지.
이건 꽤 심각한 문제란다. 꼬맹이는 겨우 여섯 살인 걸.

푸셀, '잔소리 없는 날'은 당돌하긴 했지만 재미있는 제안이었어.
사실, 고백하자면 아줌마도 너만 했을 때 그런 상상을 자주 하곤 했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이었단다.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야.)
아줌마에게도 '잔소리 없는 날'이 주어졌더라면 글쎄...
일단 너처럼 일찍 일어났을 것 같진 않구나.
아마도 실컷 자고 일어나서 씻지도 않고 늑장을 부렸겠지.
아예 학교 수업도 빼 먹었을 지 몰라, 후후후.
아, 그런 상상은 불안하면서도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콩콩 뛰는 일이었지.

그런데 푸셀.
막상 '잔소리 없는 날'을 지내보니 어땠니?
파티에 초대할 친구를 찾으러 다닐 때,
네 표정으로 봐선 그렇게 즐거워 보이지만은 않더구나.

더욱이 술주정뱅이 아우구스트를 부축하고 집에 들어오는 장면에서는 '어이쿠!'
술취한 사람이 위험한 줄 몰랐다니... 그래, 바로 그거야!
너희만할 땐 모든 걸 다 아는 것 같아도 사실 모르는 게 더 많은 법이거든.
올레를 보면 알 수 있잖아. 올레가 그렇게 겁쟁이인 줄은 꿈에도 몰랐지?
용기있고 지혜롭고 온갖 아이디어로 번뜩이는 그 대단한 올레가 세상에나 귀신을 겁내다니.

어쨌든 무사히(?) '잔소리 없는 날'이 끝나고 넌 메르켈 선생님께 직접 편지를 썼지.

'종경하는 메르켈 선생님!
숙제를 못해서 제송합니다.
오늘 우리 집은 '잔소리 없는 날'이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  푸셀 올림.

추신 :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추신2 : 기껏해야 일 년에 한 번일 겁니다.'

푸핫, 아줌마는 추신2에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말았단다.
그렇게 혼이 나고서도 아직도 '잔소리 없는 날'에 미련을 못 버리다니.
하긴 기껏해야 일 년에 한 번일 거라는 말에 부모님도 웃으며 동의하실 지 모르겠다.

푸셀, 그런데 아줌마가 삶의 비밀 하나 알려줄까?
'잔소리'가 애틋한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이들도 있다는 걸.
바로 그 지긋지긋한 '잔소리'의 가장 밑바닥엔 사랑과 관심이 녹아 있다는 걸.
그래서 당장은 듣기 싫은 소리이지만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큰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는 걸.
세월이 흘러 나 역시 내가 들었던 똑같은 '잔소리'를 하게 된다는 걸.
그리고... 진심어린 '잔소리'는 '큰소리'라는 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들으면서 정리하는 이보영의 120분 영문법 (교재 + 테이프 3개)
이보영 지음 / 넥서스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영어 문법하면 기죽는 엄마, 머리부터 지끈지끈 아파오는 엄마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문법책이다. 앞의 경우는 모두 나에게 해당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더욱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다.

영어가 필수인 시대를 살아가는 나와 아이를 위해서 회화 공부를 시작했지만 워낙 영어에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실력이라 많이 힘이 들었다. 회화도 어느 정도 문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얘길 듣고 수소문 끝에 이보영의 들으면서 하는 문법 책을 구하게 되었다. 딱딱한 문법을 재미있는 예문을 통해 즐겁게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문법하면 떠오르는 온갖 부정적인 편견을 벗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 한 권으로 문법을 다 알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 문법의 대강 큰 줄기는 잡히리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