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오웬의 신학
김남준 지음 / 부흥과개혁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존 오웬의 신학>은 16세기 영국의 청교도 존 오웬의 신학적 위치와 중요성을 설명하고, 그의 성화론을 소개하는 입문서이다. 이러한 책의 가치는 ① 소개하는 대상의 가치와, ② 안내의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사람을, 알아먹을 수 없게 설명해 놓은 책을 사서 읽는 것은 시간 낭비, 돈 낭비이다.

1. 왜 존 오웬을 알아야 하는가

(1) 요령있게 공부하는 비결 - 최고 권위자의 저서를 읽어라
학문 분야를 공부할 때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원리가 있다. 그 분야에서 가장 심도있는 연구를 한 학자의 업적을 발판삼아 공부의 체계를 잡아나가는 것이다. 그러면 매우 빠르고 수월하게 그 분야의 핵심문제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초심자가 이러한 원리를 실제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첫째, 누가 그 분야의 대가인지를 잘 모르고, 둘째, 대가의 업적은 대개 이해가 잘 안 된다.

(2) 청교도, 개혁주의 신학의 권위자
개혁주의 신학에 접근할 때에는 16~18세기 영국과 미국의 청교도들을 이러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탁월한 학문적 성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청교도들이 활동한 시기와 장소는 여러 조건들이 잘 갖춰졌다.
첫째, 종교개혁 2~3세대인 청교도들은 종교개혁 1세대가 의도적으로 배척했던 고대와 중세 교부들의 신학적 유산을 거부감 없이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둘째, 당시 영미는 자연과학과 철학 등 근대 신학문이 발흥한 중심지였다.
셋째, 청교도들은 로마 가톨릭, 영국 국교도와 치열한 신학적 논쟁을 벌이며 종교개혁을 완성하는 사명을 담당했다.
넷째, 청교도들은 시민혁명, 독립전쟁 등 정치사상적 격변기 속에서 수많은 현실적 문제들에 대해 실천적인 해답을 내놓아야 했다.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에서 비옥한 어장이 형성되듯, 다양한 사상과 현실적 문제들이 교차한 역사의 현장에서 개혁주의 신앙의 정수인 청교도 신학이 만개하였다.
청교도들의 저작은 하나같이 깊이있고, 치밀하고, 진지하다. 철저히 성경에 근거하며, 하나님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바탕에 깔고 있다. 누구의 책을 읽든, 어느 분야가 되었든, 수준높은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평소 그 주제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던 모든 점들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개혁주의 신앙의 체계를 튼튼히 쌓으려는 사람들에게 청교도의 책 읽기를 적극 권한다.

(3) 청교도 최고의 천재 - 존 오웬과 조나단 에드워즈
어떤 분야에서든 특출난 천재들이 있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단순히 머리만 좋다고 천재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강한 학문적 수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천재들의 업적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기 힘들다.
이러한 천재 중 대표적인 사람으로 19세기 영국의 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이 있다. 그는 유명한 철학자인 제임스 밀의 아들로 태어나서, 3살 때에 그리스어, 8살 때에 라틴어와 수학, 12살에 논리학과 경제학을 배웠다. 그 결과 그는 철학과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그랜드 디자이너'가 되었다.
청교도 중에도 이런 천재가 두 사람 있다. 영국의 존 오웬과 미국의 조나단 에드워즈이다. 이 두 사람은 존 스튜어트 밀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교육받았다. 목회자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익히고, 당대의 자연과학과 철학의 신학문을 섭렵하였으며, 뛰어난 어학 실력을 바탕으로 방대한 양의 고전을 자유자재로 탐독했으며, 오랜 시간에 걸쳐 성경 구석구석을 샅샅이 연구하였다.
신학의 천재는 여기에다 한 가지 조건을 더 갖추어야 한다. 바로 하나님을 깊이 만나야 한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하나님과 교제한 경험이 다른 사람에 비해 특출날 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탁월한 업적을 내 놓을 수 있다. 지적 수준 뿐만 아니라 경건함의 수준에서도 이 두 사람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지성과 감정과 의지의 전 인격을 통해 하나님과 깊이있는 교제를 맺었다. 학문과 경건의 모든 면에서 이 두 사람은 신학의 천재이다.
최고의 학자를 통해 그 분야에 입문하는 방법론이 신학에도 통용된다면, 개혁주의 신앙의 핵심에 가장 쉽고 빠르게 접근하는 길은 존 오웬과 조나단 에드워즈의 저서를 읽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두 사람의 글이 어렵다는 것이다. 내용은 난해하고, 논증은 복잡하고, 문체는 딱딱하다. 마치 개역 성경으로 '로마서'를 읽는 느낌이다. 어느 정도 신학적, 철학적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좀처럼 그의 책을 읽어나가기 힘들다. 이럴 때 해설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2. 이 책은 존 오웬 입문서로 적절한가

(1) 믿을 수 있는 존 오웬 전문가의 저술
김남준 목사는 존 오웬 전문가이다. 사실 존 오웬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아직 영미권에서도 이 사람의 연구가 충분하게 이뤄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그런데 김남준 목사는 지난 90년대 중반에 존 오웬의 저작을 처음으로 접한 이후, 15년에 걸쳐 그의 전집을 독파하고 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하였다. 같은 한국 사람 중에 이런 존 오웬 전문가가 있어서, 한국어로 된 입문서를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복이다.
김남준의 <존 오웬의 신학>은, 꼭 읽어야 하지만 접근하기 힘든 존 오웬의 저서에 대한 간략한 안내서이다. 존 오웬 신학의 정수인 성화론을 한국어의 표현과 논리로 접할 수 있다. 국내 저자가 쓴 최초의 존 오웬 신학 연구서라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2) 짧은 분량과 깊이있는 내용의 불안한 동거
그런데 많은 입문서들이 오히려 원작을 직접 읽는 게 더 낫겠다 싶을 정도로 이해하기 어렵게 쓰여져 있다. 필자가 독자적인 견해를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원저작의 내용과 논리전개를 그대로 따라가며 내용을 풀이하려다 보니 자연히 말이 어려워진다. 또한 독자들이 부담없이 접할 수 있도록 분량을 줄이다 보니 설명이 불충분해지기도 한다.
이 책 또한 비슷한 함정에 빠진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존 오웬의 학문적 배경과 의의에 대해 설명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 여러 교부들, 종교개혁 신학자들, 여러 철학 사조들과의 관련성을 소개한다. 2부에서는 존 오웬의 성화론에 대한 논문들을 해설한다. 단순히 내용을 간추리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사상들과의 이론적 연관성까지 적극적으로 소개한다. 아우구스티누스, 신 플라톤주의, 영국 경험주의, 연합신학 등과의 관련성이 언급된다. 신학적, 철학적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거의 이해하기 힘든 수준으로 여러 내용들을 간단간단하게 언급하며 지나간다.
하지만 논의가 전개되는 구도를 언급하는 선에서 간단하게 소개되기 때문에, 이러한 이론적 배경에 별 관심 없는 사람은 무시하고 읽어도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이 책이 본격적인 연구서가 아닌 만큼, 부담없이 이해할 수 있는 만큼 읽고 지나가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각주가 충실하게 달려 있어서, 더 알고 싶은 사람은 관련자료를 찾아 볼 수 있다.

(3) 빛나는 존 오웬의 성화론
이 책의 2부에서 소개되는 존 오웬의 성화론은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 왜 신자는 구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죄의 유혹을 받는가?
- 왜 죄를 죽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가?
- 죄는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 왜 죄에서 벗어나기 어려운가?
- 어떻게 하면 죄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 왜 인간은 계속적으로 시험에 빠지게 되는가?
평소 인간의 죄와 성화의 문제를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문제들이다. 존 오웬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거의 완전한 해명을 준다. 죄의 영향력과 인간 심리의 움직임, 그리고 성령의 능력을 아주 세밀하게 분석해 내고 있다. 필자가 별도의 목차를 세워 존 오웬의 논문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해 준 덕분에, 원저작의 핵심적인 요지를 짧은 시간에 수월하게 알 수 있었다.
모든 문제는 실체를 정확히 조명하면 해결되기 시작한다.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의 문제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여야 하는지 처방을 받게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제 내가 가진 죄의 문제도 해결되기 시작했다. 아마 이 책을 접하는 모든 분들에게 동일한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

3. 결론
존 오웬은 꼭 알아야 할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저서는 어렵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하다.
김남준 목사는 존 오웬 전문가로서, 이론과 실제의 양 면에서 존 오웬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은 신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쉽지 않다. 많은 내용을 짧은 분량에 쏟아놓고 있어, 철학과 신학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읽기 어렵다. 이는 입문서로서 큰 결격사유이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 이 책에 실린 글은 원래 부흥과개혁사에서 출간할 <존 오웬 전집>에 실을 목적으로 쓰여졌는데, 분량이 길어져서 별도의 책으로 묶여져 나왔다. 그래서 입문서도 아니고 본격적인 연구서도 아닌, 어정쩡한 성격의 책이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보석과도 같이 가치있는 존 오웬의 성화론을 속성 요약하고 있어, 이 부분만 읽어도 돈값을 하고도 남는다. 정말 최고이다.

강추 독자
1) 청교도 애독자
2) 존 오웬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
3) 개혁주의 신학의 정수를 맛보고 싶으신 분
4) 죄와 성화의 문제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
5) 김남준 목사님의 신학적 원천이 궁금하신 분
6) 문제의 본질을 파고 들기 좋아하시는 분

비추 독자
1) 책의 모든 내용이 이해되어야 속이 후련하신 분
2)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알기 쉽게 풀어쓰지 않으면 소용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
3) 문체가 딱딱한 글을 안 좋아하시는 분
4) 존 오웬의 신학 전반을 완결적으로 포괄하는 책이 나오길 기다리실 분
5) 이론보다는 실제적인 적용 중심의 책을 좋아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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