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시간 1 - 여름방학편
노란구미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완결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진작 챙겨뒀는데, 과제하랴 시험보랴 미루고 미루다 이 늦은 새벽에 1권을 시작했다. 새삼, 역시 난 웹툰보단 종이책이 좋다, 고 느끼면서. 게다가 만화책은 지면에 잉크가 많이 묻어서 묵을수록 나는 헌 책 냄새가 더욱 각별한 존재다. 그런데 이 책은 웹툰 단행본이라 올 컬러판이고, 어린시절 대본소 만화방에서 보던 그 만화책의 냄새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맡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조금 아쉽다는 생각도 했다. (감상에 앞 선 사소하고 진부한 잡담들)


언제나처럼 앞 뒷면 표지에 실린 책 소개와 간략한 줄거리를 보며, 처음엔 단순하게 달달한 순정 만화려니 싶었다. 그런데 취업을 앞두고 있는 대학생들의 '방학' 이야기인 것, 그리고 그 중에서도 하필 미대생들의 이야기가 중심이라. 같은 시기인 나와 같은 계열의 친구, 사촌언니 등등 지인들이 두루 생각나서 필요 이상으로 심각해졌고, 그렇게 한장 한장을 넘겼다.

이런 내용들에 언제나처럼 사랑스럽고 예쁘고 착해 흠잡을 데 없는 여자주인공은 재일 동포이고 홍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작가 본인 자신이 투영된 인물인 듯 했다. 이렇게 완벽한 옵션을 부여해줘도, 가끔 어떤 작품에서는 그런 여주인공이 참 밉고 매력없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는 우유부단과 착함의 경계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민폐녀들이 그런 경우였다. 그런 면에서 한 작품의 '여주인공'의 존재란, 여러모로 만날 때마다 열폭하게 만드는 인물인데 그래도 이 <세 개의 시간> 속 히나는 다행히 매력있게 다가와서 책을 보는 내내 엄마미소를 지으며 '부러운' 마음을 들게 했다. 


일러스트, 컨셉 디자인 쪽은 미술 중에도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는 분야라서 책 속에 등장한 '현오섭'이란 디자이너에 대해 1권을 덮자마자 검색해보기도 했다. 결론은 그냥 스토리를 위해 만들어낸 인물인 것을 알고 몹시 털썩 했지만. (작가님 블로그: 링크)
 


현오섭 디자이너에 대한 정보를 찾다 발견한 작가님 블로그 포스팅. 아아, 이 분 왜이렇게 귀여운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권을 다 읽는데 많은 시간이 할애되는 책은 아니었지만, 우선은 1권만 빠르게 보고 나머지는 잠시 가까운 대기 책장에 비치해 두었다. 개인적으로 많은 것들이 바뀔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천천히, 조금씩 음미해 보고 싶은 책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필이면, 지금 이 시기에 이 책을 찾게되어 여러모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맙게도 그리고 조금 슬프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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