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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의 법적 지위 - 독일, 미국, 일본, 우리나라의 비교법적 고찰 ㅣ 리걸플러스 68
정진우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지진 등 큰 자연재해는 드문 편이지만 유난히 인재가 많은 나라 대한민국. 특히 산업재해는 OECD 최고를 넘어 전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에 속한다. 매일 7명의 근로자가 산재로 목숨을 잃고 있다. 언론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사건의 전말을 '안전불감증'이라는 말로 대신한다. 국민들도 그렇게 알고 넘어간다. 당장 내 일이 아니므로 더이상 궁금하지 않다. 그러다가 자신이 또는 가족이 피해를 입게 되고는 뭔가 크게 잘못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그렇지만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병'은 진단이 제대로 되어야 적절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안전불감증', 그건 도대체 어떤 병일까 ? 증상은 ? 무엇보다 '안전불감증' 그건 도대체 누가 걸리는 병일까 ? 사람이 ? 그렇다면 근로자 ? 사용자 ? 사업주 ? 아니면 우리 사회 전체 ? 우리는 사실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이 '병'을 진단 받아 본 적이 없다.
나는 이 병은 우리 사회 전체가 앓고 있는 중병이라고 생각한다. 이 병의 증상을 단적으로 들자면 바로 이 책과 같은 안전의 '원칙'에 관하여 이야기 하는 책이 이다지도 뒤늦게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재해가 터지기가 무섭게 무슨 무슨 대책이 불과 며칠 사이에 쏟아져 나오고 그것이 이내 법이 되는 사회에 살았다. 다시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깊이 생각하지도 않고 '기업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 등을 통해 많은 조항이 쉽게 효력이 정지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원칙', 즉 사업장에서 안전을 위한 권리와 의무관계가 어떻게 조정되는 것이 적절한 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사실 고민할 사람도 없었다. 큰 사고가 터졌을 당시 '재수 없게' 그 대책 마련의 중책을 할당 받은 공무원이 있었을 뿐이다. 고용노동부를 포함한 행정부의 모든 안전관련 부서는 책임만 막중하고 성과를 보이기는 어려워 승진과는 거리가 멀다. 제정신 가진 공무원은 자신의 전망을 이런 곳에서 키울 작정을 내지 못한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의 저자는 제정신 가진 사람이 아니다. 미쳐야 미친다고 했는가 ? 저자 덕에 '안전불감증' 대한민국은 최소한 산업안전 부문에서 만큼은 치료의 실마리를 찾아가게 될 것 같다. 이 책은 산업안전보건법상 근로자의 권리의 소자출을 소상히 밝혀준다. 왜 근로자는 안전할 권리가 있고 사업주는 안전배려의 의무를 지는 것인지를 일본과 독일 등의 사례를 들어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법은 30년이 넘었으나 그 법의 목적을 이해할 만한 지침서는 이제서야 출간되었다.
이 책은 어떤 법보다 어렵다고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이해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필독을 권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매개가 되어 부디 많은 법률 전문가가 이 분야 논의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게 바로 이 나라의 '안전불감증'을 퇴치하는 지름길이라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