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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UE - [할인행사]
로만 폴란스키 감독 / 스타맥스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실존 인물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이 겪은 이차 세계 대전은 피터지는 전쟁에서 병사가 겪은 전쟁이야기가 아니라, 한 섬세한 예술가가 이리저리 숨어다니면서 겪은 전쟁 이야기다. 폴란드의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 스필만은 당시의 경험들을 책으로 썼고 7살때 바르샤바 게토에서 도망쳤던 기억을 평생의 숙제로 지니고 살았던 로만 폴란스키는 마침내 이 영화를 통해 그의 임무를 완성한다. 영화는 헐리우드 스타일의 이야기전개를 거부한다는 감독의 말처럼 현실의 리듬을 따라간다. 가족의 죽음, 친구의 죽음, 조국의 죽음을 창문뒤에서 훔쳐보는 주인공의 시선은 바로 영화를 통해 전쟁을 겪는 우리의 시선과 동일하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은 살아남는 것이다. 그때, 유태인으로 살아남는다는 건 죽는것보다 힘들었다. 그가 생명을 부지 할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걸고 그를 위해 도움을 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리스트의 마지막 인물이 독일인 장교였다는 사실은 삶의 신비로운 조화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좋은 유태인, 나쁜 유태인, 좋은 독일인, 나쁜 독일인 … 우리가 갈라놓은 이 모든 경계를 허무는 진실 앞에 울컥 감동이 치민다.
보너스 팩에 든 제작과정을 담은 필름은 그 자체로 완전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를 만들게 된 동기부터 캐스팅, 촬영 과정,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터뷰들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특히 영화에서 나온 충격적인 장면들이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들을 고증을 통해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상상속의 허구보다 더 충격적인 현실의 모습이 바로 우리 인류의 역사라니. 인간이 지닌 잔혹함의 끝뒤에 이처럼 고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은 삶의 영원한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