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또노미아 - 다중의 자율을 향한 네그리의 항해 아우또노미아총서 1
조정환 지음 / 갈무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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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자본주의에 반대하던 투쟁이 자본주의적 권력 구조를 뛰어넘지 못하는 것에 대비하여, 자율주의는 날이 갈수록 무정형의 상품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자본권력을 포착하게 하고 그것을 일상 속에서도 격렬히 투쟁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따라서 자율주의 운동은 적어도 과거의 좌파 운동이 보여준 권력으로의 환원이라는 모습들을 감안한다면 훨씬 급진적인 운동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권력은 거대한 전선으로 획일화된 해방운동으로 맞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보다 분자적인 일상의 모습에서, 삶의 궤적 안에서 나타나는 자본의 억압을 꿰뚫어 내는 운동인 것이다. 이것은 노동거부로 또한 자본으로 환원되는 모든 가치의 형태를 거부하는 자기가치의 형태로, 그리고 권력이 아닌 활력으로 나타나는 모든 모습이다. 이것은 인간 스스로 자신의 삶 안에서 저항의 운동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준다. 따라서 매개물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오히려 이 매개물은 지구를 모두 지배하고 있는 자본 안에서 오히려 자신의 영토만을 재생산해낼 뿐이다.

그러나 권력은 무한한 것이 아니다. 그 권력은 모든 것을 흡수하고도 “실제로는 위기에 시달린다.” 권력은 따라서 종류별로 상이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견고해 보이는 외관만큼이나 무차별적이다. 즉 이러한 저항운동의 영토의 재생산은 여타의 저항운동을 배제 혹은 흡수한다는 점에서 자본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분명 다른 양상의 저항운동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제국주의적 주권과 제국적 주권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모습들 속에서 저항운동이 갖는 사고의 전환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제국주의적 주권의 위기는 “다중의 욕구와 협력의 내재적 힘들의 지평과, 이 힘들을 봉쇄하고 그것들에 질서를 부과하고자 하는 초월적 권위 사이의 지속적 갈등”이라면 제국적 주권의 위기는 “하나의 갈등을 중심으로 조직되는 것이 아니라 미시갈등들(붙들기 어렵고, 증식하며, 비장소적인 갈등들)의 유연한 네트워크”를 통해 촉발된다. 이는 일상 곳곳에 침투한 자본의 억압들만큼이나 그 위기가 곳곳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율적 주체는 그러한 연합을 거부하고자 하는 움직임의 현실태이자 어떠한 환원도 거부하는 운동의 또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자율적 주체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의는 “결코 특정한 사상의 조류로 환원될 수 없다. 그것은 주권과 자본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삶을 운영하려는 다중의 자치적 노력을 지시한다.” 이는 다시 말해 이 책이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 주고 그 대안으로 또 다시 사람들에게 환상을 갖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치적 노력에 대한 발상의 전환으로 그리고 환원 불가능한 투쟁의 지속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정된 미래의 세계는 인간의 현실만큼이나 불행한 것이다. 그것이 아무리 꿀보다 달콤할 지라도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그 만큼 억압된 것일 수밖에 없다. 또한 너무나도 당연한 말, 미래는 현실을 토대로 구성되는 것이지 그 어떤 것도 될 수 없다. 따라서 미래는 규정적일 수도 그리고 어떤 끝 지점으로의 도착을 의미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구성을 할 수 있는 힘은 어떤 하나의 절대적 힘이 아니라 다양한 힘들의 연합이다. 그리고 이 힘들은 기존의 힘이 갖고 있었던 능력들과는 다른 무엇이지 그 힘에 의지하는 힘이 아니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러한 활력적 사유를 제공하며 지금의 세계와 이미 제시되었던 혁명의 담론을 갱신하도록 조력한다. 이 책은 따라서 이 책으로 어떠한 대안이 결정되기를 거부하는 개방적 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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