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김경욱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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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도입부를 읽다보면 표지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티븐 킹'에게서나 가능할 법한 미국향 진한 특유의 문장들이 유려하게 펼쳐지면서 기대감을 한껏 부풀어오르게 만든다. ​한술 더 떠 작가의 재치가 빗어내는 블랙 유머는 찬란하기까지 하다. 김치 먹고 성장한 스티븐 킹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의 구성은 굳이 비유하자면 기전체에 가깝다. 멋을 한껏 부린 의도였겠지만, 주인공이라 할 황순경의 本紀는 맹탕이다. 돈 받으러 룰루랄라 노래 부르며 갔다가 뺨 어루만지며 오는 기분이 든다. 列傳이라 할 주민들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마지막 페이지까지 어찌어찌 끌고 가기는 하지만, 중반 이후는 대단히 전향적이다. 초반은 작가가 공을 들였지만, 중반부터는 개 아니면 늑대가 글을 쓴게 아닌가 싶다.


이 시간엔 늑대일 수 있다. 하지만 개라면 짖기라도 했을 것이다. 다만 카이로스는 항상 늑대일 때 이야기가 된다.

※ 이소설은 1982년 경남 의령의 우범곤 순경 총기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궁류면 7개마을 55명의 주민이 살해되었고 3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냉혈한 우범곤의 사체는 유가족이 인수를 거부하다 사건 3일째 되는 날 의령군 칠곡면 소재의 공동묘지에 매장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사건으로 당시 내무부장관이던 서정화가 물러나고 82년 3월에 체육부장관으로 임명되었던 노태우가 한달여만에 새로운 바톤을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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