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공부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늘 회의적이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인류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며 그 잘못과 부족함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잘못을 알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할 수 있고 현재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내가 볼 땐 순진했다. 인간을 둘러싼 역사라는 바다는 너무나 거대하고 원리나 인류의 계산 안에서 흐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뿐 아니라 여러 역사를 배울수록 각 세대에게는 그 세대에게만 요구되는 과제가 있고 다음 세대를 위한 몫이 분명히 있음을 배우게 된다. 그 몫을 알기 위해 개인과 나라는 역사는 배워야만 한다. 사람은 아무도 홀로 태어나 성장하지 않는다. 모두 거대하고 깊은 역사 안에 속해 있다. 자신의 뿌리를 알아 사람을 배우고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배워서 내 몫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나는 이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만화 병자호란은 내게 꽤나 유용한 참고서였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약간의 재미도 있었고 만화였기에 모르던 관직이나 한자가 나와도 술술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부담이 없었다. 인조의 일관성있는 무능함과 당시 국제정서를 읽지 못하던 조선의 정치 행보는 내내 조롱과 씁쓸함을 가지게 했지만 저자와 같은 결론을 내릴 순 없을 것 같다. 인조만 해도 자신의 안위와 자신의 명분이 백성이나 나라보다 늘 우선되던 자였지만 누군들 그러지 않을까. 그의 자리가 요구하던 덕목에 두루두루 부족하고 우유부단했던 것은 안타깝지만 언제나 역사는 그런 안타까움이 원인이 되어 나라와 백성들을 비극에 빠트리곤 했다. 대한민국이 손수 선택한 정부조차도 나라를 위태롭게 하고 비참하게 만들지 않았던가. 병자호란의 배경과 그 후 어떤 비극이 있었는가도 세세히 그려주어서 원작자인 한명기 교수님의 강의도 찾아서 들어보았는데 당시 조상님들이 당하셨을 참극의 정도를 들을 때마다 지금과는 비교도 안되는 고통을 당하셨을 분들의 심정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원작자의 결론에는 비록 동의하지 않지만 청소년과 초등학교 고학년들에게 추천하고픈 학습 만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