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 Studioplus
존 클라센 그림, 맥 버넷 글,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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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책 모서리를 보면 주독자가 유아라는 걸 알 수 있다. 커다란 눈의 무표정한 세모가 주인공인데 세모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세모는 자신과 닮은 세모 모양의 집에 살고 집 근처에도 세모만 보인다. 집 입구가 세모 모양이고 집 안에 세모 액자가 있다. 어느 날 세모는 그 작은 발로 총총 거리며 세모 모양의 동네를 지나고 이름 없는 모양들의 동네를 지나 목적지인 네모 모양의 동네에 이른다.

길을 떠나온 목적은 네모 동네에 사는 네모의 집에 도착해서 네모에게 장난을 치려는 것이었다. 네모 모양 동네에서 네모난 출입구에, 네모 액자가 걸린 네모난 집에 사는 네모는 세모의 장난에 깜짝 놀라 아주 무서워한다. 그런 네모를 집 밖에서 엿보던 세모는 웃느라 숨이 막혀서 더 이상 장난을 치지 못한다.

네모와 세모 모두 내내 무표정이지만 독자들은 어떤 표정일지 볼 수 있고 세모의 슷슷,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네모가 오돌오돌 떨었을 모습도 볼 수 있다. 무표정이기 때문에 매 페이지에서 네모와 세모의 표정을 독자의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장난에 성공한 세모는 이제 왔던 길을 되돌아 내달리고 그 뒤를 네모가 쫓아가기 시작한다. 둘 사이에 이런 장난과 추격전이 잦았을 것이라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에 누군가는 이 장면에서 웃을테고 나같은 성인은 이랬던 시절이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의도했지만 의도하지 않았던 어리숙한 네모의 복수 이후로 네모가 어찌됐을지 생각해보면 이 둘 사이의 장난은 계속 이어졌을 것만 같다.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장난을 치고 서로를 쫓는 것이 가능했던 그 시절이 이 책의 주독자들에게는 일상일 수도 있겠다. 내게도 이런 장난을 칠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어떻게 하면 나를 곤란하게 할지가 유일한 고민이라고 했던 친구. 나도 네모처럼 늘 어설픈 복수를 하다가 바보가 되곤 했다.

끝 장면에서 세모가 가득한 동네에서 세모 모양 집의 세모 모양 입구에 끼여 매달려 있는 네모를 보자니 꼭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러게, 네모야, 무작정 달려들 게 아니라 조금만 생각을 해보지 그랬어. 누군가는 둘을 사랑스럽다고 하던데 사랑까지는 아니었고 잔망스런 둘이 귀여웠다. 비슷한 수준의 어리숙함을 가진 둘을 보니 동질감이 느껴져 몇 번을 더 보았던 책이기도 했다. 근데 아이들도 세모와 네모의 무표정한 얼굴을 좋아할까 아니면 무서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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