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마포구 사람인데요?
다니엘 브라이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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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녀들의 수다>, <비정상회담>을 병적으로 챙겨봤던 과거의 나는 지금까지 외국에서 생활을 해본 경험이 없는 나를 원망하며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내가 되었다. 과거의 내가 했던 잘못된 선택이 실패로 돌아와도 크게 후회는 없는 편인데 30살이 되기 전 실컷 고민만 하다가 결국 워킹홀리데이조차 떠나지 않았던 과거의 나는 실컷 증오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언어의 장벽은 물론이고 문화의 장벽까지 아무렇지 않게 뛰어넘으며 현지인들보다 더 그 문화를 잘 알고 존중할 줄 아는 이방인들은 선망의 대상이라 해도 절대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보는 한국 사회의 모습과 외국문화에 관한 이야기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영국 웨일스에서 왔고 제육볶음을 좋아하는 마포구민 4년 차, 유튜브 채널 <단앤조엘>의 크리에이터로 우리에게 친근한 단이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자극 없이 담백한 이야기로 구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단이 유튜브가 아닌 책에서는 어떤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궁금증이 커진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내가 본 한국의 젊은 사람들 중 몇몇은 자기 삶에 대해 만족과 희망이 없으며, 심지어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와 조엘이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가장 큰 목적도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아주 조금이라도 한국에서 충분히 재미있게, 희망차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p.123 

 

한국과 영국을 배경으로 유튜버 단이 유튜브 촬영을 하며 경험한 음식, 사람, 장소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나는 평소 먹방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데 단의 맛깔나는 음식 묘사를 보며 그 과정들을 눈으로 읽는 걸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가 하면 지방인이라 서울이 마치 외국처럼 멀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는데 영국에서 온 마포구 사람 단이 들려주는 마포구 일대를 비롯한 대한민국 곳곳의 풍경들이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덕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모래내 시장 풍경이 친숙하게 느껴지고 마포구가 가깝게 느껴진다. 또한 '외국인'이라는 단어가 상대에겐 인종차별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몰랐던 사실을 배우고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외국인들의 고민을 깊게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가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 <영국남자>의 올리가 해준 조언이 있다. 아주 명확하고 구체적인 한 문장으로 자신의 채널을 남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사람들이 구독 버튼을 누르고, 새로운 구독자가 시청하고 싶을 정도로 자신의 색깔이 분명한 채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채널에 대한 한 문장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한국말만 잘하는 것이 아닌 외국인들과 지친 삶을 사는 사람이 함께 갖는 따뜻한 한 끼'정도가 아닐까 싶다. p.211

 

예전에 유명 유튜버들의 강연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나는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세상을 내다보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으로 강연을 들으러 갔었는데 나만 빼고 다 유튜버 꿈나무들만 모였던 건지 강연 후 질문은 편집기술, 촬영 장비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때 미처 충족시키지 못했던 부분들을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를 읽으며 충족하게 되면서 책에 대한 만족도가 남다르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 속에 녹아든 시청자들에게 어떤 콘텐츠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창작자의 깊은 고민은 어떤 승부수로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야 하는지 씨름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고민과도 맞닿아 있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라는 제목과 마포구 지도 한복판에 단이 듬직하게 서 있는 표지 디자인은 너무나 잘 어울린다. 진짜 천재적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어느새 단과 그의 주변 사람들, 유튜브 촬영으로 만난 보통의 사람들, 마포구 일대와 에피소드의 배경이 되는 장소 곳곳이 친근해져있다. 다른 유튜버들의 책이 그러하듯 <단앤조엘>채널과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의 분위기는 많이 닮아 있다. 『저 마포구 사람인데요?』의 독서는 마치 '커피 이야기' 시리즈에서 유튜버 단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경험을 전해준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도 남다른 단처럼 이제는 독자들이 그의 이야기를 경청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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