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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 -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네이딘 버크 해리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심심 / 2019년 11월
평점 :
어렸을 때 위와 같은 일을 겪은 적이 있나?
정서적 학대
정서적 방임
신체적 학대
신체적 방임
성적 학대
가정 내의 약물 남용(혹은 알코올 중독자)
가정 내의 정신질환자
어머니가 폭력을 당함
부모님의 이혼 혹은 별거
가족 내의 범죄 행위 존재
위 열 가지 중 해당이 되는 것에 1점을 주자.
당신이 가진 이 점수가 건강에 대한 위험도이다.
이 테스트는 ACE 지수로 이 점수가
몇 점인지에 따라 당신의 건강이
달려 있다 해도 무방하지 않다.
전국의 가정, 아니 분명 전 세계의 가정에서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과 그것이 초래하는 유독성 스트레스의
영향은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된 채 자신이 무엇을
물려주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부모들에게서
자녀로 대물림 되고 있다.
-p.180
일단 나는 ACE점수가 5점이다.
우리 엄마는 일단 5점 이상이다.
주위 친구는 3점 이상이거나 5점 이상이다.
그리고 그 모두는 일단 몸이 성치 않다.
주변을 둘러보자. ACE 지수는 어떠한가.
자신은 어떠한가. 그리고 몸 상태는 어떤지.
이후 이 책을 읽으면 좋다.
우울증을 겪었다거나 가족 내에 문제가
있었다거나 정서적으로 학대를 당했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을 때 우리는 흡연, 음주, 비만 등의
위험에 노출 될 위험이 크다고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트라우마가 암, 심혈관계 질환 등의
질병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네이딘 버크 해리스는
심리학자가 아닌 소아과 의사로서
10만명 가운데 3명 이하만 걸린다는 희귀한 질병인
자가 면역성 간염이 자신이 돌보고 있는
1000명의 환자 중 둘에게서 나타나는 것을 보고
의문을 품었다. 그리고 그 둘은 모두
과거에 심각한 역경을 겪었었다.
이에 그녀는 물었다.
극심한 역경과 질병 사이에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가?
정서적·신체적 방임 혹은 학대는 모두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이런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오는 호르몬은 적당한 양은 인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일정 정도가
넘어버리거나 지속적으로 분출이 될 경우에는
장애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스트레스 조절 장애가
심각한 질병을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초기에 역경을 겪었다 한들 이를 잘 극복해내고
이겨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게 싸잡아
얘기를 하면 무리수 아닌가?
가난하게 살았고 힘든 아동기를 보냈다면
음주나 흡연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니까 병이 걸리는 것은 이런
나쁜 행동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나쁜 행동'이 질병 위험 증가 원인 중 약 50퍼센트만을 차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찌 보면 이는 좋은 소식이다.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에 노출된 사람이라 해도 신중을 기해 흡연이나 운동 부족 등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피하기만 한다면, 약 50퍼센트의 확률로 건강상의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말은 그 사람이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심장병이나 간 질환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p.94
우리가 곰을 마주쳤을 땐 스트레스 반응이
일어난다. 곰을 피하기 위해 이성을 배제하고
몸이 먼저 움직인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하지만 곰과 동거를 한다면 우리는 그런
위협에 계속 노출이 되어 있는 상태다.
스트레스는 줄어들지도 않고 해소되지도 않는다.
이때 우리의 몸은 무너지고 만다.
이를 유독성 스트레스라고 한다.
스트레스는 기본적으로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 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기도 하고
혈액이나 산소를 마음껏 쓸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낸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벗어나 안정감을 느끼면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부정적인 경험을 한
아이들은 이 체계가 심각하게 무너져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계속 분출이 되고 있고
이는 결국 해마의 부피에 영향을 주고
뇌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걸 보고 강아지 실험이 생각났다.
강아지 여러마리를 집단으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하게 되는데 각각 전류 장치를 흘려 보냈을 때
이 개들이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관건이었다.
A 집단은 차단 장치가 있어 전류를
흘려 보낼 때 이걸 누르면 피할 수 있고
B 집단에는 이런 차단 장치가 없었다.
그래서 전류 자극이 흘러 들어오면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가 없는 상황.
이에 A 집단의 개들은 처음에는 우왕좌왕하다
차단 장치를 찾고 나서는 다시 자극이
흘러들어오면 그 버튼을 누르곤 했는데
B 집단의 개들은 계속해서 저항을 하다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얌전히 있을 뿐이었다.
실험 내용은 이보다 더 복잡했는데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무기력해진다가 관건이었다.
어린 시절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를 탈출할 수 있는 방안이 존재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어떤 걸 원하는지 모르는 채로 자라나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원활하게
조절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해마의 크기가 줄어들고
면역이나 염증의 반응을 과다하게 일으키게 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완충제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DNA를 보호하는 텔로미어라는
단백질의 길이를 짧게 만들기도 하는가 하면
도파민 수용체도 이상이 생겨 쾌감을 느끼기 위해
흡연, 마약, 음주 등에 손을 대게 된다.
생애 초기의 경험이 평생의 스트레스 반응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ACE 점수가 5점 이상인 엄마는
수술을 최소 10번 이상은 했다.
올해만 해도 어깨 수술을 2번이나 했다.
자주 몸이 아프고 앓는 분이다.
운동을 하지 않는 것도 있지만 태생적으로
몸이 좋지 않다.
마찬가지로 나도 자주 어깨가 아프고
발목이 약한 편이며 허리도 좋지 않고
위장 문제도 원활하지 않은 편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걸 적극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몰라
스위치가 꺼지는 타입이기도 하다.
정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나서는
기억력도 좋지 않아지고 여하간
별별 문제를 앓기도 했다.
1점 이상인 친구들 역시 다양한
질환등을 겪고 있으며 그다지 건강하지
않은 20대의 삶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와 그리고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자신이 우울증이 있거나 힘든 일을 겪어온
엄마라면 아이들에게 똑같은 상황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할 것이다.
ACE 점수가 1점 이상이라도
된다면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그러니까 우리가 또 국가가
건강을 위해 해야 할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그런 것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정말 깊이 있는 좋은 책이었다.
전국의 가정, 아니 분명 전 세계의 가정에서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과 그것이 초래하는 유독성 스트레스의
영향은 아무런 조치 없이 방치된 채 자신이 무엇을
물려주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부모들에게서
자녀로 대물림 되고 있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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