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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이 책을 통해 가네시로가즈키 라는 사람을 알게 된 것이 참 기쁘다.
처음엔 표지만 보고 그냥 10대 성장소설이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작가는 경쾌하고 가벼운 문체 속에 '재일'이라는 문제를 풀어내고 있었다.
주인공 스기하라는 재일 한국인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난 '재일'이라는 게 뭔지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었고 '재일'도 다른 일본인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 나온 '재일'에 대한 무언의 차별 같은 것은 상당히 새롭고 충격적이었다.
주인공과 친구인 가토는 아버지가 야쿠자인데 이것도 작가의 의도라 볼 수 있다. 야쿠자라는 것도 사실은 사람이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보기 때문에 아웃사이더(?)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웃사이더인 가토와 스기하라는 싸움 한 판으로 친구가 된다.
그리고 가토의 생일파티에서 만난 사쿠라이는 말하자면 전형적인 일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쿠라이는 스기하라와 서로 좋아하지만 스기하라가 '재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를 피한다. 이 장면에서 작가는 일본인들이 아직은 재일을 다르게 생각하고 이질감을 느낀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다.
결국에 나중엔 사쿠라이가 스기하라가 재일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좋다는 것을 깨닫고 스기하라와 다시 만나는데 이 장면에서 스기하라의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사자라고 규정지었기 때문에 사자이고 재일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재일인 것이지 자신도 똑같이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인과 별다를 것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쿠라이가 스기하라를 받아들이고 둘은 훨씬 더 성숙해진 것 같았다.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라면 사이사이 나오는 조연들(아버지라든가 나오미씨, 경찰까지)이 하나하나 너무나 생동감있고 친근하게 다가온다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중 대부분이 사회에서 조금은 겉도는 소외당한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 그리고 그런 사람들도 힘을 내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현실적이고 가슴따뜻해진다.
스기하라는 이 이야기가 자신의 연애소설이라고 말하지만 이 책에는 사이사이 많은 것들이 숨겨져있다. 어쨌든 이 소설 한권으로 가네시로 가즈키의 팬이 될 만큼 그는 읽으면 빨려들어가는 그런 이야기를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조차 술술 읽히는 문체로 풀어쓴) 쓰는 사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