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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Please!
이해숙 지음 / 문학나무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번에도 어김없이 좋다.
수필가 이해숙의 5번째 책, 아직 따끈한 책을 손에 들고 있다. 그동안의 책과는 사뭇 다르다. ‘제발’이라는 강렬한 제목부터가 그렇다.
그리고 누군가의 사진.
책 본문의 글자보다도 작은 글자로, ‘동현아 사랑해’라고 쓰여있다. 무심하게 옆을 돌아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표정의 그는, 얼마전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작가의 동생이다. 갑작스러운 사망은, 그의 아이들과 아내도, 늙은 부모도, 이 글을 쓴 수필가 누나도 감당키 어려운 큰 슬픔이었다. 함께 산행을 하고, 기분좋았다 전화통화를 마친 직후에 세상을 떠난 동생의 상황은, 피한점 섞이지 않은 타인도 황망할만큼 슬픈 죽음이니, 가족들의 슬픔은 어떠했을지 짐작조차 어렵다. 아마도 그래서 평소 말하듯한 크기로조차 이름을 부르기 힘들었던 슬픔이, 유독 이 글자만 작게 써놓은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 슬픔을 딛고, 그녀는 동생의 상황처럼 간절하게 ‘제발’을 외쳤던 삶의 순간들을 다시 한권의 책으로 묶었다. 참여연대 안내데스크 자원활동을 하면서, 들여다본 세상과 사람들, 산에서 만난 자연과 친구들, 그리고 ‘제발’을 수없이 외쳤던 순간들이 오롯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대단한 수사도, 굉장한 반전도 없는 이 짧막한 글들에, 왜 나는 이렇게 몰입하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동네 이웃 같기도 하고, 이모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한, 나의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시선과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 나는 이해숙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세상과 사람들, 사랑과 이별을 겪고 있다. 힘들어도 이렇게 등드두드리며, 격려해주는 그 글에 오늘도 기운을 내본다.
책장을 덮고 나니, ‘제발’은 절망과 탄식이 아닌, 간절한 희망 가득한 격려로 느껴진다. 그리고 독자의 한 사람으로, 수필가 이해숙의 5번째 책 발간을 축하한다. 글쟁이로서의 그녀의 행보가, 앞으로도 거침없이 이어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