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53
기쿠치 치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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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기쿠치 치키 그림 · 글 | 김난주 옮김


절제된 그림과 글. 여백의 미를 가득 담은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책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책을 읽으면서 짧은 한 마디에 울림이 있었고 책을 덮고 나서도 많은 생각과 여운을 남겨준 책이 있어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가 있었어요.
흰 고양이는 검은 고양이의 까만 털을 좋아했어요.
검은 고양이는 흰 고양이의 하얀 털을 좋아했어요.
두 마리는 언제나 함께 다녔어요."

책의 제목처럼 고양이 두 마리가 등장합니다. 너무나도 대비되는 색을 가진 흰 고양이 한 마리와 검은 고양이 한 마리. 이 둘은 정말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모습 그대로를 좋아합니다.

 

 

 

그들은 언제나 함께였어요. 수풀에서 놀 때도, 흙장난을 할 때도, 나무 위에서 놀 때도, 그리고 심지어 다른 고양이들과 싸울 때도 둘은 함께 했습니다.
항상 함께 하는 두 고양이는 매번 누군가로부터 "흰 고양이는 물들어 예쁜데 검은 고양이는 그냥 새까맣다"라는 이야기를 들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저무는 해를 보던 검은 고양이가 흰 고양이에게 말해요.
"흰 고양이, 너는 노을빛으로 물들어서 예쁘구나.
나는 그냥 까만데." 

타인의 평가가 큰 상처가 된 것을 넘어 이제 검은 고양이는 흰 고양이와는 다른 자신만이 가진 아름다움까지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요.

그리고 어두워진 밤, 흰 고양이는 검은 고양이를 찾으며 어디 있냐고 묻지만 검은 고양이는 대답해주지 않아요. 마을로 내려와서도 흰 고양이는 하얗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한 반면 검은 고양이는 그 어떤 관심이나 칭찬을 받지 못한채 낯선 길로 달려가버려요. 

 

 

 

고개를 푹 숙이고 길을 걷는 검은 고양이 뒤로 말없이 따라가는 흰 고양이가 보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하염없이 걸어요. 얼마나 갔을까요. 둘 앞에는 알록달록한 꽃들이 만발한 꽃밭이 펼쳐지고 드디어 꽃밭을 걷던 흰 고양이가 말을 꺼내요. 

 

 

 

"나는 검은 고양이."

조용히 뒤따라온 흰 고양이가 해준 말에 검은 고양이는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아! 짧지만 정말 강한 울림이 있는 말 한 마디였어요. 여러 번 책을 봐도 이 부분은 점점 더 깊이 있게 다가오더라고요.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가 있었어요.
흰 고양이는 검은 고양이가 좋았어요.
검은 고양이는 흰 고양이가 좋았어요.
두 마리는 언제나 함께였어요."

고양이 두 마리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했던 처음 모습으로 되돌아갑니다. 이제 앞으로 그들이 듣게 될 그 어떤 말에도 동요하지 않을 만큼 자신을 사랑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겠지요?

 

 

 

책의 마지막에는 "이 책을 어린이와 함께 읽는 분을 위한 안내"와 작가 기쿠치 치키에 대한 소개가 나와있어요. 작품에 대한 안내를 읽지 않아도 책 내용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지만 역시나 읽고 나니 더 깊이 있게 다가오네요. 뭔가 막연했던 것들이 확실해진 것 같은 정리된 느낌이에요.

안내를 먼저 읽어보고 아이에게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의도를 알려줘도 좋지만, 책 내용을 먼저 여러 번 읽은 후 아이에게 책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아이와 함께 "작품에 대하여"를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줌으로써 아이의 사고의 폭과 깊이를 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이렇게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을 수 있을까요? 간결한 글과 그림에서 오는 진하고 깊은 울림과 깨달음은 정말 어마어마한 것 같아요. 친구와의 관계든 연인과의 관계든 나 자신과의 관계든 그 어떤 인간 관계에서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것이더라고요. 

흰 고양이와 검은 고양이의 관계를 통해 우리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보이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고 있는지,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거나 나의 잣대에 맞춰 평가한 적은 없는지, 외모가 출중하지 않거나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하하거나 무시한 적은 없는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상처받은 검은 고양이를 통해 나는 과연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나의 행복과 정체성이 타인의 평가에 의해 흔들리진 않는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평가하는지가 신경 쓰여 원치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정말 진정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어요. 아이가 아직은 어려 깊은 내용까지 설명해주지는 않았지만, 좀 더 크면 아이와 다양성 존중, 외모지상주의, 진정한 사랑과 행복 등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당신은 있는 그대로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이 책은 어린이들만 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책이라 어른들도 꼭 읽어봤으면 좋겠습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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