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 : 그림에 담은 자연 친구들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 11
김소연 지음, 권은정 미술놀이 / 다림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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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그림에 담은 자연 친구들』
김소연 글, 권은정 미술놀이


요즘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있는데, 오랫만에 붓과 먹을 곁에 두었더니 그간 배우고 싶었던 수묵화나 민화가 자꾸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특히나 같은 반 수강생 중에서 민화도 배우시는 분이 계신데 초충도를 그리는데 너무나도 즐겁고 재밌다고 하시니, 아직 민화를 배워보지 못한 저는 눈으로라도 대리만족하고 이론이라도 공부해둘겸 신사임당을 읽었습니다. :-)
사실 이 책이 눈에 들어온 이유는 책 표지에서 볼 수 있듯이 신사인당의 <묵포도도>와 학생의 <묵포도도> 작품이 함께 있다는 점이었어요.

 

 

 

매번 차례를 먼저 훑어보고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사실 이번에는 차례는 보지 않고 내용부터 보았어요. 그만큼 책 내용이 궁금하기도 헀고요. 차례를 보면 책이 신사임당에만 국한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내용은 신사임당의 작품뿐만 아니라 동서양의 수많은 화가들과 그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고, 신사임당의 일생도 담겨 있답니다. 내용이 정말 탄탄해서 저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 좋았어요.


"왼쪽에서 날아오는 빨간 나비, 오른쪽의 붉은 패랭이꽃을 봐. 화면 곳곳에는 수박 속처럼 붉은색을 써, 균형을 맞추고 활기를 불어넣었어. 검은 날개에 초록 반짝임이 오묘한 멋쟁이 나비는 수박 껍질, 녹색 잎과 함께 색을 맞추었지. 나비 날개의 빨간 점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색을 연결해주는 의미 있는 장치란다. 이렇게 초록이나 빨강처럼 정반대의 느낌을 주는 '보색'을 잘 배치하면, 서로의 색을 강조해 주면서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수박과 들쥐> 설명 중에서

"이암의 나무에는 테두리 없이 그리는 회화적인 기법이 쓰였어. '뼈가 없다'는 뜻에서 '몰골법'이라고 부르는 기법이야. 꽃이나 새, 동물을 그릴 떄 자주 활용되니 잘 알아 두면 좋고!"
- 이암 <모견도> 설명 중에서

그림을 보러 전시회를 줄곧 다니곤 했는데, 역시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 번 느꼈어요. 전시회에서 나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그림을 보고자 도슨트 설명이 있는 시간을 맞춰 가거나 오디오북을 빌려 보곤 했는데, 설명이 없는 그림들은 그냥 스윽 지나가기도 했거든요. 책에서는 그림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해주니 다음에 다른 작품을 볼 때도 감상하는 방법을 다르게 해서 그림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이미 알고있는 기법들도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줘서 다시 한 번 이해를 돕기도 했어요.

"서양화에도 원근법이 있듯이 동양화에도 원근법이 있어. 서양에서는 주로 한자리에서 경치를 보기 때문에 눈높이가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동양에서는 더 다양한 눈높이로 그려. 산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기도 하고 엇비슷한 높이에서 산을 바라보기도 해. 비행기에서 땅을 바라보듯 아래를 내려다보며 깊은 공간감을 드러내기도 하지. 이 세가지의 눈높이를 가리켜 '삼원법'이라고 일컫기도 하는데 이때는 각각의 시점을 고원법, 평원법, 심원법이라고 불러. 하지만 동양의 산수화를 보면 한 화폭에 여러 시점이 함께 담기거나 변형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서 실제로는 더 많은 시점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될거야."
 
안경의 <몽유도원도>는 삼원법이 모두 들어있는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되었네요. :-)
신사임당의 <노연도>에는 '남편이 급제하라는 것'과 '부부가 자녀들과 오래도록 오순도순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라는 이중적인 뜻을 담고 있는데, 한 그림에 두 가지 깊은 뜻을 모두 한꺼번에 표현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책을 통해 내용을 알지 못했다면 그림을 의도한대로 보지 못했을 것 같아요.

 

 

 

항상 관심갖고 보는 자수
신사임당의 그림에 자수로 표현된 것들도 있다고 하니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함께 혼합해서 사용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보면 얼마나 멋질지 기대되는 <매화도 자수 병풍>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고흐의 작품도 이 책에 두번이나 등장하는데, 고흐뿐만 아니라 신사임당의 자녀들인 이우, 이매창과 함께 클로드 모네, 얀 판 하위쉼, 제라르 반 스팬돈크, 게오르크 플레겔, 남계우, 안견, 강희안, 이암, 허난설헌, 죽향, 신한평, 신육복 등의 이야기와 작품이 들어있어 동서양과 시대에 따른 화법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고흐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우키요에'라는 일본의 목판화 양식과 고흐가 동양 문화에 영향을 받았던 내용, 그리고 유럽에 불어닥친 일본 미술 열풍 '자포니즘(Japonisom)'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담고 있고, 안견의 <몽유도원도> 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안평대군과 계유정난에 대한 역사도 담고 있어요.   

 

 

 

신사임당의 작품과 이야기를 담고 출발하다가 아이들에게 그림을 이렇게 그려보자고 제시하는 부분이 나와요. 준비물도 안내해주고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어요. 특히 아이들이 다루기 위험한 준비물일 경우에는 조심하도록 더욱 자세히 안내되어 있어서 엄마와 아이가 함꼐 책을 읽으며 미술놀이를 하지 않아도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이라면 스스로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들의 작품이 다양하게 들어있는데, 정말 어른이 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뛰어난 솜씨를 발휘한 작품들이 많이 나와 있어요.


책의 끝부분에는 오죽헌, 몽룡실, 율곡매, 신사임당 사친시비, 경포대, 자운서원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신사임당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고 있어요.

 

 

 

어릴적 미술학원에서 주제를 던져주면 뭘 어떻게 그릴까 구상하느라 시간을 다 보낸 적이 있어요. 이 책에서도 주제나 재료를 제시하여 아이들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게 하는데 그 전에 특정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저처럼 구상하다가 시간을 흘러보내는 아이라면 책의 도움을 받아 구상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며 지치거나 지루해 하지 않고 즐거운 미술놀이로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림은 생각이나 마음을 눈에 보이는 언어, 형체나 색깔로 표현하는 거란다. 그래서 그림은 작가의 이야기이자 때로는 작가 자신이기도 해."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서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감각활동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게다가 신사임당과 그녀의 작품, 일생 뿐만 아니라 동서양 화법과 그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모두 함께 익힐 수 있어 아이에게도 좋은 책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한우리 북카페 서평단입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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