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이 서 있다
박혜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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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소설이란 무엇인가,  

  등단이라는 절차를 통해 작가 자격을 부여받는 한국문학에는 단편소설이란 장르가 있다.  개인 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의 이 단편소설은 흔히 short story라 불리는 '단편'이나, 콩트와 다른 한국만의 독자적인 장르로 자리매김했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짧은 분량이되, 그렇다고 서사(이야기), 문체의 간략성으로 정의되지 않고, 외려 장편소설보다 더 집중된 밀도를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장편과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이 '문학상'이라는 경쟁에 놓이면, 대개 장편보다는 단편소설의 미학적 성취가 더 높다고 판가름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무엇보다 이상, 박태원, 김동인, 이태준...오정희, 이청준...김애란, 편혜영 등 한국문학의 흐름에는 장편보다는 단편소설이 그 정수에 가닿아 있다.  

   박혜상의 첫 책 '새들이 서 있다'를 읽는 내내 단편소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이 책 역시 9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이다. 단편소설을 읽을 때마다, 한국문학의 독자적인 장르라고 생각하면서도, 단편소설은 문체일까, 서사일까, 나름의 정의를 아직껏 갖추지 못했다. 어떤 소설을 읽을 때는 단편소설의 덕목은 무엇보다 문체일 것 같고, 훌훌 이야기 재미에 빠졌을 때는 그래 서사가 강렬해야지, 하면서 갈팡질팡했으니까.  

  박혜상 역시 이 문체와 서사의 모색에 관한 고민을 했던 게 아닐까. 문예창작을 전공한 것도 아니요, 젊은 감성을 무기로 내세운 것도 아닌, 박혜상의 소설들에는 주로 여성이지만 고철주이, 공무원 등 요즘 소설에서는 쉽사리 보기 힘든 뚜렷한 직업군이 등장함은 물론, 전봇대, 낙하산 인사, 경제공황의 은유 등 현 정치적 상황의 우화로 읽을 수 있는 배경이 진지하게 드러난다. 이렇듯 리얼하고 튼튼한 배경을 터전삼아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거침없는 문장과 때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과 갈마들며, 자폐적인 독백, 따뜻하지만 비겁한 긍정으로 점철된 요즘의 젊은소설들과는 확연히 다른 세계를 포착해낸다. 아무래도 박혜상의 소설은 앞으로 더욱 이러한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문체와 서사, 단편이라는 미학, 그 너머의 지점을 모색해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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