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영어 55단어 소설
스티브 모스 엮음, 김윤배 옮김 / 정한피앤피(정한PNP)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선물 받은 책’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번역이 되어 있다고 해도 영어를 좋아하지도 않는데다 단편의 수준을 넘어서 단 55단어로 이루어진 소설은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것을 정하기 위해선 분량이라는 것은 필수적이다. 시문학이라면 55단어로는 넘칠지도 모르겠지만, 소설이라는 분야에 55단어는 터무니없이 적은 분량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스릴’이었다.

단 55개의 단어로 독자는 상상도 못할 반전을 이끌어내야 한다. 또한 독자들은 한 번 사용되었던 소재에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단 55단어이기 때문에 수식어와 미사여구로 내용을 감추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작가의 필체도 살아나지 못하고, 단순한 아이디어의 승부이다. 실제로 이 책의 내용 중 몇몇은 뻔한 내용이었지만, 대개는 뒤통수를 후려칠 법한 참신한 내용이었다.

사실 우리는 매일매일 쓸모없는 단어를 추려내고 있다. 핸드폰으로 보낼 수 있는 문자의 수는 제한되어 있고, 편지를 쓸 때에도 편지지에 맞춰 분량을 정한다. 리포트를 쓸 때에도 분량을 맞춰야 되며, 우리는 어떤 글을 쓰던 그 글의 분량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55단어소설은 아주 훌륭한 트레이닝 법이기도 하다.

다만, 영어와 한글은 띄어쓰기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영어의 55단어소설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예전에 100자 쓰기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지만, 단어를 기준으로 할 때의 폭넓은 단어선택의 가능성을 비교하자면 띄어쓰기 쪽이 더 끌린다. 제대로 55단어소설을 쓰기 위해선 기본 이상의 문법적 소양이 필요하겠지만. 사실, 한글의 띄어쓰기는 다른 나라의 띄어쓰기와 비교해볼 때 상당히 난이도가 있다. 하지만 한 단어, 한 단어의 매력을 모두 끌어내야 하는 한정된 글쓰기에서 모국어를 선호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어 55단어 소설이 나올 날을 기다리며.

[인상깊은구절]
“만약 매일 하나씩 써내려 가면 일 년 후에는 365개의 이야기를 쓰게 되는 것이고, 결국에는 그 중에서 아무리 적어도 세 개 혹은 네 개는 분명히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다. 365개의 형편없는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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