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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최근에 나온 책들(53)

오늘 저녁 스웨덴 한림원에서는 노벨문학상을 발표한다고 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한 명의 작가'가 전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게 되는 특별한 제의(ritual)이기도 하다. 이번엔 한국 시인/작가의 수상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는데(이런 분위기라면 올해가 아니더라도 예상보다 빨리 우리는 노벨상 수상작가를 갖게 될 듯하다) 그럴 경우 특정한 작가에게 주는 상이라기보다는 '한국문학'에 주어지는 상이라는 성격이 더 강할 것이다. 그때 '한국문학'이란 (1)'한국어로 씌어진 문학'이면서 (2)'외국어로 번역된 한국문학'을 가리킨다. 문학상의 심사위원 누구라도 한국어로 우리 작품들을 읽(었)을 리는 만무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한국문학이란 '존재'는 즉자적이면서도 (번역에 의해 매개되는) 대자적인 존재이다. 즉, 즉자-대자적 존재이며, 이때 번역은 한국문학의 본질적인 규정항이다. 그거 없이 (한국)문학은 존재하지 않는다(사실, 사카이 나오키를 따라서 보다 일반화하자면, 번역 없이는 주체도 없다). 

 

 

 

 

한글날도 들어 있고 해서 해마다 이맘땐 한글이나 한국어 관련서들이 여러 권 출간되는 듯하다. 그런 사정도 고려하여 첫번째 꼽은 건 최경봉 교수의 <우리말의 탄생>(책과함께)이다. '최초의 국어사전 만들기 50년의 역사'란 부제가 내용을 어림짐작하게 해주는데, 소개에 따르면 "우리말 사전이 만들어지기까지 50년 동안의 길고 험난했던 전 과정을 최초로 집중 조명한다.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직후에 이르기까지 민족사의 격동기에 오로지 우리말 사전 편찬 하나에 온 인생을 걸었던 사람들의 좌절과 고통, 그리고 완성의 기쁨이 담담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거기에 내가 더 보탤 말은 없다(굳이 보태자면, 저자는 '우리말의 죽음'에 관한 책도 공저로 썼다는 것. <한국어가 사라진다면>(한겨레신문사, 2003)이 그것이다).

한국어와 관련한 또다른 현대사, 혹은 야사로서 고길섶의 <스물 한 통의 역사진정서>(앨피)도 꼽아둘 만한 책이겠다. 책의 형식에 대해서 말해주는 제목은 내용에 관해서는 별반 말해주는 바가 없는데, 소개에 따르면 "이 책에는 갖가지 형태로 된 언어가 주제어로 등장한다. 우리가 쓰는 일상어와 유행어.영어.특정 표현.한자.한글 등 '협소한 의미의 말'뿐만 아니라, 삐라.국가보안법.근로기준법.저항시.국어사전.한글맞춤법.문법 등 언어를 매개로 구성된 각종 역사적 사건과 지표 등 '광의의 말'이 망라돼 있다." 거기서 저자가 끄집어내려고 한 것은 이 말(언어)를 매개로 한 한국 현대사의 '권력투쟁'이다. 요컨대, "사실 우리 현대사에서 말(언어)과 역사의 관계는, 말하려는 자와 그것을 막으려는 자의 투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방 직후 '삐라'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력,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뿌려주었지만, 그 이후 전개된 상황은 이 상상력과 권리를 뺏고 빼앗기는 과정의 연속이었다"는 것.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보다 확장시키고자 하는 독자라면, 언어학자 장영준 교수의 <언어 속으로>(태학사)를 참조해볼 만하다. 책은 한국어를 매개로 한 알기 쉬운 언어학 입문서인데, "발음, 어원, 어형, 통사, 의미 등 다양한 분야의 언어학적 이론들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더불어 "우리말의 유래에 관한 학문적 발견들을 제시하고, 어휘의 음운변화 및 의미분화의 과정을 밝힌다. 북한어에서의 모음변화, 모음조화, 표기법 등도 함께 소개했다." 서점에서 들춰본 결과 편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혹 그 책을 읽다가 보다 '학문적인' 관심을 갖게 된 독자라면 김진우의 <언어>(탑출판사, 2004)를 펼쳐보시길. (교수신문에 따르면) 이미 '우리시대의 고전' 반열에 올라와 있는 언어학 입문서이다. 그렇다고 내용이 어려운 건 아니어서, 학부에서 '일반언어학 입문' 강의를 들을 때 제일 처음 교재로 사용했던 책이다(너무 쉬운 책이어서 나는 '언어학'이란 게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건지 의아했었다. 물론 이후에 일반언어학을 하려면 10개 국어 정도는 해야 한다는 말에 기가 죽긴 했지만). 작년에 개정판이 나왔다.  




 

 

 

언어에 대해서 알고 사랑하기 위해서 반드시 '언어학'을 공부해야 하는 건 아니다. 좀더 느긋하고 감칠맛 나는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언어학과 출신의 작가/언론인 고종석의 책들을 애독해보시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감염된 언어>(개마고원, 1999)이지만,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문학과지성사, 1996), <국어의 풍경들>(문학과지성사, 1999), <언문세설>(열림원, 1999) 모두 지적인 산문으로 씌어져 있으면서 우리말에 대한 시적인 사랑이 넘쳐나는 책들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고종석은 몇 달 전부터 한국일보 지면에 매주 수요일 '시인공화국'을 전면으로 연재하고 있다(해서 나는 매주 화요일, 수요일에는 한국일보를 본다. 화요일자엔 '나는 왜 공부하는가'와 시인 강정의 '나쁜 취향'이 연재된다).

매주 한 시인, 혹은 한 권의 시집 읽기를 선보이는데, "요즘도 시를 읽나?"라고 생각하는 '교양 없는' 독자라면 이제라도 그의 시 읽기에 동행하면서 우리말과 시에 대한 사랑을 배워보시길 바란다. 사유는 언어라는 옷을 입고 있는바, 입는 옷만 패션을 따지지 말고 자신이 입은 사유의 옷이 혹 누더기는 아닌지 우리는 가끔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군말 하면 잔소리지만, 시란 게 바로 언어의 '명품' 아닌가. 비록 엽기시 같은 '전위적인' 명품도 있지만). 잘만 하면, 우리도 하이데거나 데리다 같은 사유의 거장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어로 사유하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에 대한 얘기가 나온 김에 최근에 나온 시비평집도 한권 소개하기로 하자. 얼마전 시집 <마징가 계보학>(창비)을 냈던 시인 겸 평론가 권혁웅의 <미래파>(문학과지성사)가 그것이다. 제목만으로는 책이 비평집이란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듯한데, 영어로는 'Futurism'이라고 하는 '미래파' 혹은 '미래주의'는 지난 세기초 이탈리아와 러시아에서 각각 발흥했었던 전위적(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을 가리킨다. 마리네티 등이 주도했던 이탈리아 미래파에 대해서는 <미래주의>(열화당, 2003)란 책이 요긴한 안내서로 보인다. 저자는 이 미술운동이 "전통의 중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거의 것이나 낡은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것, 속도, 기계, 전쟁 등을 찬양하고 무정부주의를 지향함으로써 자국과 유럽 미술계뿐 아니라 문화계 전체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평가한다." 러시아의 경우에, 미래파의 주동자는 마야코프스키 같은 시인들이었다(물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합류했지만). 그들의 선언문을 포함하고 있는 책이 <대중의 취향에 따귀를 때려라>(책세상, 2005)이며, 책제목은 그대로 '미래파 선언문'의 제목이기도 하다(한번 맞아볼텨?).

다시 책으로 돌아오면, 새비평집의 제목을 감당할 만한 전위적인 시운동(이건 정치운동과 분리되지 않는다)이 과연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해서, 우리의 '미래파'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말 그대로의 미래파이다. 저자의 말을 잠시 옮기면, "나는 여전히 시의 역사가 감각의 역사라고 믿고 있으며, 그래서 시사의 기술은 전대 시인과 후대 시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감각의 주고받음, 곧 시적 영향의 수수관계에 대한 해명에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감각적 현실이 이후의 감각을 보증하고 예견하는 것, 시는 그런 형식으로 발전해 왔다." 해서, 새로운 시는 새로운 감각(들뢰즈의 용어론 'sensation'), 새로운 센세이션을 보증하고 예견하는 시이기도 할 테다. 겨우 그런 게 너희가 느끼는 세계인가?, 라고 우리를 다그치며 따귀를 때려줄 시인들을 우리는 기다린다.  


 

 

 

세번째 책은 거꾸로 과거에 관한 책이다. 중세학의 대가로 인정받는 자크 르 고프의 <중세를 찾아서>(해나무)가 그것인데, 소개에 따르면 "중세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프랑스 역사학계의 거장 자크 르 고프의 학문적 여정을 집약해놓은 대담집이다. 이 책은 열정적이면서도 읽기 쉬운 문체로 감춰져 있던 혁신적인 모습의 중세, 종말론 때문에 두려움에 떨면서도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던 중세의 정신을 오롯이 그려내고 있다.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장-모리스 드 몽트르미가 대담을 정리했다." 중세는 사실 나의 직접적인 관심사가 아닌데, 특별히 이 책을 고른 건 '대담집'이기 때문이다(나는 '거장들'의 대담집을 좋아한다).

르 고프의 책은 이미 여러 권이 소개돼 있는데, 내가 갖고 있는 건 <서양중세문명>(문학과지성사, 2001)과 <연옥의 탄생>(문학과지성사, 2000) 등이다(물론 아직 완독하지 못했다). <서양중세문명>은 작년에 러시아어본이 나왔는데, 국역본보다 더 크고 더 두꺼운 판본이다(이 러시아어본에 대한 한 현지 서평은 러시아의 중세사에 대해선 이 만한 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이었다). <연옥의 탄생>은 '천국'도 '지옥'도 아닌 '연옥', "즉 '제3의 처소'에 대한 신앙이 고대 유대, 기독교 이래 수세기에 걸쳐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추적하고, 중세유럽 문명의 개화기인 12세기에 탄생한 이후 급속히 발전한 과정을 보여"주는 고전적인 책이다. 개인적으로 르 고프보다 좋아하는 중세사가는 네덜란드의 문화사가 호이징하이며, 그의 <중세의 가을>(문학과지성사, 1997)은 '삶의 쓰라림'이란 장으로 문을 연다(이제나 저제나 삶은 쓰라렸던 것이다). 호이징하의 책들도 작년에 러시아어본이 나오고 한바, 내가 기꺼이 사들고 왔노라고 덧붙이는 건 사족이리라.   

 

 

 

 

네번째 책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아예 '시간이 사라진 세상(A World without Time)'에 관한 책이다. <괴델과 아인슈타인>(지호)이 국역본의 제목인데, 책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쿠르트 괴델'이라는 두 천재의 교우기를 겸하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대한 괴델의 연구와 그 의미에 대해서 드라마틱하게 서술하고 있다고. 어떤 연구인가? "1949년 괴델은 상대성 이론으로 설명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더 나아가 만약 그런 이론적인 우주들에서 시간이 부재하다면, 시간은 우리 세계에서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상대성이론의 아버지' 아인슈타인은 이에 충격을 먹고...

이 책을 꼽은 건 모처럼 눈에 띈 과학서이면서 동시에 괴델에 관한 책이기 때문이다(이미지로 나열한 책들은 내가 모두 갖고 있는 책들이다). 그의 '불완정성 정리'라는 걸 제대로 이해할 만한 능력은 갖고 있지 않지만 아인슈타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의 '사생활'에 대해선 충분히 이해해볼 용의를 나는 갖고 있다(이런 게 '대중심리'이다). <괴델의 삶>(사이언스북스, 1997)을 예전에 읽었었는데, 좀 실망스러웠다(그의 아내가 6년 연상의 연예인었다는 것 정도만 기억난다). 제대로 된 평전을 읽고 싶었는데(왜, '뷰티불 마인드'를 가진 수학자들의 전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가?) 이번 신간은 그런 갈증을 얼마간 해소시켜줄 걸로 기대된다. 올해 나온 따끈한 원서의 한 추천사는 이렇다: "괴델과 아인슈타인의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동시에 물리학과 수학에서 그들이 이룬 업적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괴델이 이룬 업적을 매우 알기 쉽고 통찰력 있게 설명할 뿐 아니라 20세기를 괴롭혔던 철학적 전통을 예리하게 개괄하고 있다. 훌륭하고 인상적인 책이다."

 

     

 

 


마지막 책은 이런 책들을 만드는 출판인들 중 한 명에 관한 평전이다. 프랑스 출판계의 대명사이기도 한 '갈리마르'(시공 디스커버리 총서가 갈리마르에서 나온 것이다), 그 갈리마르의 창립자 '가스통 갈리마르'의 일생을 다룬 <가스통 갈리마르, 프랑스 출판의 반세기>(열린책들)가 그것. 처음 제목을 보고, 나는 '가스통 바슐라르'에 관한 책이 새로 나왔나 보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갈리마르'였다. 이 갈리마르는 "앙드레 지드와 함께 NRF(갈리마르의 전신)를 창립하고 탁월한 작가 발굴 능력과 기획력으로 20세기 프랑스 문학과 사상의 산파 역할을 해낸 프랑스의 대표적 출판인이다." "저자는 갈리마르의 일생을 통해 출판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정신적 가치를 상업적 성공과 연계시켜야 하는 출판이라는 산업의 복잡한 실체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고. "숨겨진 작가의 발굴과 작가 쟁탈전, 문학상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베스트셀러 탄생의 뒷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출판계 안팎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니까 읽어볼 만하겠다(왜, '뒷얘기들'이 재미있지 않은가?).

내주엔가 프랑크푸르트에서 국제도서전이 개최되며 알다시피 올해엔 우리가 주빈국으로 참여한다(작년엔 러시아가 주빈국이었다). '괴테와 박물관의 도시' <프랑크푸르트>(살림, 2005)에 대해서 한권쯤 읽어두는 것도 좋을 듯. '한국의 책 100권'까지 1년 만에 '성공적으로' 번역/출간해서 도서전에 출품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한국이 유일할 것이므로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출산률은 세계 최저이면서 평규수명은 선진국을 따라잡았다고 하니까 곧 우리는 세계 최고령 국가가 될 것이다(제일 '어른'이 된다!). '작지만 강한 나라'가 우리의 모토이지만, 적어도 '작지만 늙은 나라'는 곧 확실하게 될 거라는 얘기. 늙어서 무엇하겠는가? 미리미리 책과 사귀어두길 권유하는 바이다...

05. 10. 13.

 


 

 

P.S. '앵콜'에 부응하여 한권 더 언급하자면, 라플랑슈/퐁탈리스의 <정신분석사전>(열린책들, 600쪽)을 넘어서는 가장 방대한 규모의 정신분석사전이 이번에 번역돼 나왔다. 엘리자베트 루디네스코(편?)의 <정신분석대사전>(백의, 1551쪽)이 그것이다. 가격 또한 기록을 갱신하여 웬만한 전집 가격인 150,000원. 도서관에서나 구경해볼 책인데, 저자나 역자들이나 모두 놀랍다. 비록 번역어들이 통용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루디네스코 여사는 자크 라캉에 대한 가장 방대한 평전으로도 유명하며 프랑스에서의 정신분석사에 관한 한 권위자이다(더러 비판받기도 하지만). 그나저나 라캉의 <에크리>는 언제 나오는 것일까?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나온다던 책 나오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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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세계의 지성' 톱10

어제 TV 등 언론에서는 노언 촘스키가 영미의 시사지들이 인터넷 투표를 통해서 선정한 '세계의 지성' 중 '최고의 지성인'으로 뽑혔다고 보도했다. 약 2만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약 5000표를 획득, 2500표를 얻은 움베르토 에코를 더블 스코어로 따돌렸다고. 주로 영어권 네티즌이 참여한 것이므로 영미쪽 지식인들이 대거 선정된 것은 당연한 일이겠다(프랑스쪽 지식인들은 톱10 안에 한 명도 들지 못했다). 어제 귀가길에 문화일보에서 이 '톱10'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대중문화'의 산물이기도 한 이런 투표 자체에 별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지만 동시대 지식인들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를 가늠하는 데는 유익한 지표인 듯싶어서 소개하고 몇 자 덧붙인다(내가 흥미를 느낀 건 생물학자들의 부상이었다).

1위 노엄 촘스키(미국). 직업은 언어학자로 돼 있지만, 정치비평가, 문명비평가 정도로 더 잘 알려져야 마땅한 사람이고, 주로 하는 일은 '미국 비판'이다. 네오콘 잡지의 한 편집장은 촘스키와 하워드 진을 가리켜 '정신나간 사람들'이라고 했는데, 대중이 보기엔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다. 물론 비판의 테마와 강도와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촘스키의 인지도가 높은 것은, 내가 보기에, 가장 쉽게 글을 쓰기 때문이다(그의 언어학 책이 쉽다고 말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그가 프랑스의 현학적인 지식인들에 대해서 못마땅해 한 것은 당연한다(푸코 등을 읽다가 좌절한 사람들에게 촘스키는 희망이다). 대중들이 읽을 글은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게 쓰라는 것. 그가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으로 꼽힌 만큼 그의 '전략'은 유효해 보인다.   

 

 

 

 

촘스키의 책들은 국내에 '너무 많이' 소개돼 있다(국내엔 촘스키의 제자들도 여럿 된다). 수준 이하의 번역들도 많다고 하지만, '어렵지 않은' 책들이기 때문인 듯. 그의 전기로는 <촘스키, 끝없는 도전>(그린비, 1999)와 <촘스키>(시공사, 1999)가 같은 해에 나왔다(나는 전자를 읽고 후자를 사두었다). 바쁘신 분들은 <30분에 읽는 촘스키>(랜덤하우스중앙, 2004) 정도를 읽어주시면 되겠다. 책의 역자이자 전문번역가인 강주헌씨는 요즘 부쩍 촘스키에 빠져 있는 듯한데, 가장 최근에 나온 촘스키 책도 그가 번역한 <지식인의 책무>(황소걸음, 2005)이다. 물론 책은 제목에서부터 사르트르의 <지식인을 위한 변명>(한마당, 1999)를 떠올리게 한다. 대중적 인지도에다 사회적 책무에 대한 강조에 있어서 촘스키는 우리 시대의, 미패권주의 시대의 '사르트르'이다(사르트르적 의미의 지식인이란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을 뜻한다).

2위 움베르토 에코(이탈리아). 직업은 문학비평가로 돼 있지만, 기본적으론 기호학자이고 게다가 소설가이다. 아마 러시아에서 이런 류의 투표를 했다면, 촘스키를 거뜬히 따돌렸을지도 모른다. 정치비평서들이 일부 '전문서'로 소개돼 있는 촘스키와는 달리 에코의 경우는 소설과 문학비평서, 중세미학연구서 등이 시리즈로 번역/소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러시아보다 국내에 더 많은 '에코'가 나와 있다(그의 '조이스'론이 소개되지 않은 게 아쉽지만). 거의 '에코 천국'이라고 할 만큼.

 

 

 

 

국내의 에코 전문출판사로는 열린책들과 새물결을 들 수 있는데, <움베르토 에코 평전>(2004)는 열린책들에서 나왔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에코 붐'을 만들어낸 건 물론 그의 첫 소설 <장미의 이름>(열린책들, 초판은 1986)이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에코 자신이 쓴 <장미의 이름 창작노트>(열린책들)와 이윤기 선생의 번역을 교정해준 것으로 잘 알려진 강유원의 <장미의 이름 읽기>(미토, 2004)가 부수적인 참고문헌이 된다. 개정판도 갖고 있지만 내가 읽은 건 <장미의 이름> 초판이며, 작년에 러시아어본도 구해왔기 때문에 나중에 개정판으로 한번 더 읽어볼 생각인다(<푸코의 진자> <전날밤> <바우돌리노> 등의 다른 소설들은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언급만 하도록 한다). 모두가 알 만한 사실은 <장미의 이름>이 장 자크 아노에 의해서 영화화됐다는 것(숀 코너리와 크리스천 슬레이터 주연). 그리고 대부분이 모를 만한 사실은 <장미의 이름>이 다른 역자에 의해서도 번역됐었다는 것. <장미의 이름으로>(우신사, 1986). 프랑코 모레티의 표현을 빌면 번역 또한 '도살장'이어서 살아남는 번역은 몇 안된다. 

 

 

 

 

자신의 최초 전공이기도 했던 중세미학에 관한 책으론 <중세의 미와 예술>(열린책들, 1998), 기호학자로서 명망을 얻은 책으로 <기호학과 현대예술>(열린책들, 1998)이 국내엔 소개돼 있다(<기호학과 현대예술>은 불어본의 번역이고, 영어본 번역은 <기호학이론>(문학과지성사)이다. 이 국역본보다는 영어본이 훨씬 읽기 쉽다). 기호학자로서의 출세작 <기호학 이론>의 속편에 해당하는 <칸트와 오리너구리>(열린책들, 2005)에 대해서는 한번 소개한바 있으므로 생략하고, 대신에 추천할 만한 것은 에코가 공저한 <논리와 추리의 기호학>(인간사랑, 1994). 역자가 에코의 제자이다. 에코 기호학에 관한 국내 연구서로는 박상진 교수의 <에코 기호학 비판>(열린책들, 2003)이 유일하지 않나 싶고,  김성도 교수의 <하이퍼미디어 시대의 인문학>(생각의나무, 2003)에는 에코와의 대담이 실려 있다. 좀 특이한 책으론 에코의 축구광적인 면모를 기호학과 엮은 <움베르토 에코와 축구>(이제이북스, 2003)가 있다.

 

 

 

 

에코는 잡지에 기고하는 짤막한 에세이로도 유명한데, 국내엔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열린책들, 1995)으로 또 흥행몰이를 했다.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열린책들, 1999)은 그 책의 개정증보판이다. 이후에도 물론 열린책들에서는 그의 에세이집들을 꾸준히 내고 있으나 내가 사거나 읽지 않았으므로 언급을 자제하겠다. 에코의 에세이들에 비교적 일찍부터 눈길을 준 출판사가 새물결이고, <포스트모던인가, 새로운 중세인가>(1993)을 시작으로 댓 권을 연이어 출간했었다. 얼마전에 그 책들이 재출간됐다(일부는 독일어판의 번역이다). 이 정도면 에코는 촘스키 뺨치는 지성인이다.  

3위는 리처드 도킨스(영국). 아마도 우리 시대의 가장 유명한 생물학자일 듯하지만, 도킨스가 그래도 3위에 오를 줄은 미처 몰랐다. 영국에서의 대중적 인기를 짐작하게 한다. 도킨스에 관해서는 여러 번 소개한 바 있지만, 이 자리에서 다시 간단하게 훑어보기로 한다.

 

 

 

 

국내에 제일 처음 소개된 도킨스의 책은 <이기적인 유전자>(두산동아, 1992)이고, 그의 책으로 내가 제일 처음 읽은 책이다. 물론 그때 도킨스란 이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막연하게 '이타적 행위'라는 게 모종의 심리적/도착적 만족감을 주는 '이기적 행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더랬는데, 늘 그렇듯이 서점을 두리번 거리던 차에 <이기적인 유전자>란 책이 눈에 띄었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그리고는 '유레카!'(우리식 버전으론 '심봤다!') 이후에 원서의 개정판을 옮긴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 1993)이 출간됐고, 절친한 친구는 나의 권유에 따라 그 책을 읽고서 '유레카!'를 복창했다(그는 한동안 나만큼 도킨스를 욹어먹고 다녔다). 지금의 <이기적 유전자>(2002)는 보다 세련된 장정을 하고 있는바(표지의 진화과정을 보여준다), 이름하여 '고전100선'이요, 대학생/청소년 필독서이다.    

 

 

 

 

이후 도킨스의 주저라고 할 만한 책으론 <눈먼시계공>(민음사, 1994)과 10년만에 재간된 <눈먼 시계공>(사이언스북스, 2004)이 있다. 작년에 나온 <확장된 표현형>(을유문화사)은 내가 원서까지 사둔 책이지만 아직 읽지 않았으므로 감동을 적기는 어렵지만, 하여간에 다른 책들은 두말 하면 잔소리다. 최신간인 <악마의 사도>는 이전에 소개한바 있듯이 주로 칼럼모음집인데, '인간' 도킨스의 체취를 가장 강하게 내뿜는다. 도킨스 다이제스트를 원하는 독자라면 <도킨스와 이기적 유전자>(이제이북스, 2002)를 보셔도 좋겠다(다이제스트라 감질이 나겠지만).

 

 

 

 

세계석학 30인과의 대담집 <미래는 어떻게 오는가>(가야넷, 2000)에는 촘스키와 에코는 물론 도킨스와의 대담도 실려 있다(지젝도 들어가 있다!). 내가 감히 사두지 못한 <사이언스북>(사이언스북스, 2002)에도 도킨스는 (당연히)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내 기억에 존 브로크맨이 편집한 <제3의 문화>(대영사, 1996)에서도 도킨스를 읽을 수 있다. 그의 호적수였던 스티븐 제이 굴드와의 비교는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몸과마음, 2002)를 참조할 수 있다.

4위 바츨라프 하벨(체코). 이 리스트에 들어 있는 유일한 동유럽 지식인. 직업은 극작가이자 정치인으로 돼 있는데, 대통령을 역임한바 있으니 저명한 인사이지만 국내에는 별로 연고가 없는 듯하다.

 

 

 

 

뒤져보면 하벨의 책으론 <대통령의 꿈>(들꽃세상, 1992)이 처음 소개됐었고, '하벨 대통령의 자유를 위한 투쟁과 사상'이란 부제의 <프라하의 여름>(고려원, 1994)과 드라마 <청중>(예니, 2000)이 소개돼 있는 정도. 동구권 희곡모음집인 <탱고 外>(현대미학사, 1994)에도 <도시 재개발 계획>이라는 하벨의 작품이 들어가 있긴 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의 지역적 편향성 때문에 러시아/동구권 지식인들에 대한 소개/이해는 턱없이 부족한 편. 멋쩍은 김에 하벨의 나라 체코에 대한 안내서 두 권 정도만을 적어두기로 하자. 체코 문학 전공자인 김규진 교수의 <체코 문화>(한국외대출판부, 2000), 그리고 체코 여행 가이드북 <체코>(휘슬러, 2005).

5위 크리스토퍼 히친스(영국). 직업은 정치평론가라고 돼 있는데, 톱10의 지식인들 중에서 유일하게 생소한 인물이다. 나의 견문이 짧은 것인가 하고 검색해 보았더니, 국내에 소개된 건 <키신저재판>(아침이슬, 2001) 달랑 한 권이다. 하면, 나의 '무식'을 탓할 수는 없는 것. 도서관에서 다른 책들을 검색해 보니까 <선교사의 입장: 마더 테레사의 이데올로기>(1995)란 책이 있고, 에드워드 사이드와 공저한 <희생자를 탓하기: 사이비 학문과 팔레스타인문제>(1988), 아담 바르토스란 이와 공저한 <국제 영토: UN, 1945-95>(1994) 등의 저작을 갖고 있다. 아마도 영국의 영향력 있는 정치평론가인 모양(우리의 경우라면 누구를 들 수 있을까?).  

 

 

 

 

6위 폴 크루그먼(미국). 내가 이름을 아는 몇 안되는 현역 경제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최근엔 反부시 진영의 대표적인 논객이며(뉴욕타임즈에 칼럼을 쓴다) 해마다 노벨경제학상 후보에 오르고 있다고. 촘스키와 함께 MIT에 몸담고 있고, 1953년생이니까 나이도 비교적 젊다.

 

 

 

 

그의 책으론 <경제학의 향연>(부키, 1997)이 유일하게 내가 갖고 있는 책이다. 그가 공저처럼 돼 있는 <복잡계 경제학2>(평범사, 1998)도 갖고 있었지만 지난번에 책정리를 하면서 <복잡계 경제학1>과 함께 쓰레기장으로 갔다. 아마도 그 책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책이 <자기 조직의 경제(Self-organizing Economy)>(부키, 2002)일 것이다. 제목만으로도 대충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데, '복잡계 경제학 개척자'로도 평가된다는 크루그먼은 이 책에서 "복잡계 경제학의 사고방식과 모델을 다"룬다고. "그는 '불안정으로부터의 질서(order from instability)'와 '불규칙한 성장으로부터의 질서(order from random growth)'라는 자기 조직화의 두 원리가 어떻게 도시의 형성과 기술 집중 및 경기 순환 등 제반의 경제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자기조직계'에 대한 책들이 한동안 붐을 탄 적이 있는데,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카오스: 현대 과학의 대혁명>(동문사, 1993)이 발단이었다(물론 얀치의 <자기조직하는 우주> 같은 신과학 천문학서도 있었다). 이어서 <복잡성 과학이란 무엇인가>(까치, 1997) 등이 나왔고, <복잡계란 무엇인가>, <왜 복잡계 경제학인가> 같은 일본서들이 번역/소개됐다. '복잡계 경제학'에서 크루그먼보다 더 기억에 남는 이름은 '수확체증의 법칙'을 주창했던 브라이언 아서인데, 크루그먼은 이를 더 발전시킨 공로가 있는 듯. 이 '자기조직화'는 문학/예술에서도 많이 나오는 테마이며, 들뢰즈를 읽다가도 종종 마주치는 용어이다. 그러니 나중에 좀더 자세히 다룰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하는 크루그먼의 나머지 책들이다. 

 

 

 

 

7위는 위르겐 하버마스(독일). 작년 10월에 데리다가 타계하지 않았더라면 당연히 하버마스와 함께 이 명단에 들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연로한 세계철학계의 원로이지만 하버마스는 언제나 '막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막내였으며(물론 그의 제자들이 2세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1세대 학자들의 파워와 명망에 미치지 못한다) 20세기 독일철학의 막내이다.

 

 

 

 

독일 관념론의 적자를 자처하는 독일의 '괴물' 철학자 비토리오 회슬레(<객관적 관념론과 그 근거짓기>(에코리브르)가 지난 여름에 출간됐었다. 회슬레는 방한강연을 가진바 있으며 그때의 인연으로 한국여성과 결혼했다)가 꼽은바, (거명 당시에 생존하고 있던) 20세기 최고의 독일 철학자는 바이스체커, 가다머, 칼-오토 아펠, 하버마스 4인이었다(거기서도 하버마스는 가장 '젊은' 철학자였다).

 

 

 

 

하버마스의 책들은 국내에 '충분히' 번역/소개돼 있다. 물론 질과는 무관하게. 예컨대, 그의 명성을 널리 알린 <인식과 관심>(고려원, 1996)은 오역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책이며, 따라서 '대중들'은 읽을 수 없는 책이다. 프랑스의 난다긴다하는 철학자들을 '신보수주의' 철학자로 몰아세우며 그의 '거장적' 면모를 부각시킨 책이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문예출판사, 1994)이다(이 또한 번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들이 있다). 기억에 그의 교수자격취득논문인 <공론장의 구조변동>(나남, 2001)부터 <소통행위이론1>(의암, 1995, 이건 2권이 아직 번역되지 않은 대표적인 '부실'번역 사례이다)를 거쳐서 <사실성과 타당성>(나남, 2000)에 이르는 주저들은 대부분 국역본을 갖고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의사소통의 철학>(민음사)와 대담 <테러시대의 철학>(문학과지성사)가 출간됐다. 하버마스에 대한 국내 연구만 해도 (상대적으로) 차고 넘친다. 그래서?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8위 아마티아 센(인도). 경제학자. 인도 출신으로 199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센의 책들은 수상에 힘입어 바로 출간된 바 있다. <불평등의 재검토>(한울, 1999), <윤리학과 경제학>(한울, 1999)이 그것이다. '경제학의 테레사 수녀'라고도 불린다니까 그걸로도 그의 학문적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그런데도 케임브리지대의 교수이다!).

 


 

 

 

센의 신간은 <자유로서의 발전>(세종연구원, 2001)이며, 소개에 따르면 "아마티아 센은 이 책에서 개인을 단순히 분배된 혜택을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변화하는 능동적인 행위자로 보고 논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국가, 시장, 법 체계, 정당, 언론, 이익단체 등을 포함하는 일련의 사회적 장치들이 개인의 실질적인 자유를 충족시키고 보장하는 데 얼마나 공헌하는가 하는 일관된 관점으로 중국과 인도, 유럽과 미국 등 세계의 다양한 나라들을 검토한다. 이 책은 개인의 자유 속에 정치 참여와 경제 발전 그리고 사회진보의 능력이 어떻게 놓여 있는가라는 물음에 지표를 제시하며, 발전에 대한 보다 넓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다."

 

 

 

 

알려진 바이지만, <국부론>의 저자이자 동시에 <도덕감정론>의 저자인 아담 스미스는 도덕철학 교수였으며, 경제학의 두 축은 윤리학과 경제(공)학이다. 센은 거기서 잊혀지거나 간과되고 있는 윤리학의 전통을 경제학에서 다시 되살리고자 애쓰고 있는 것. 이를 테면 '아담 스미스 구하기'이다. 그리고 그게 '나라 구하기'이다, 경제기술자들아! 

9위는 역시나 도킨스의 경우처럼 나를 놀라게 했는데, 미국의 생물/지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이다. 사실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지만 다이아몬드가 대중적인 인기만큼이나 지식인으로서 대우받는다는 사실 자체는 흥미롭다. 다이아몬드에 대해서는 여러 번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군말을 덧붙이지 않겠다. 요컨대, '다이아몬드의 모든 책'이며, 그의 최신간 <붕괴: 어떻게 한 나라가 망하는가>가 빠른 시일 안에 번역되기를 기대한다.

 

 

 

 

10위는 인도 출신의 소설가 살만 루시디. 문제작 <악마의 시>로 1989년 이란정부(호메이니)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으면서 더욱 유명해진 작가. 그런 연유로 노벨상을 타기는 힘들겠지만(이번에 터기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파묵이 논란 끝에 수상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전해지지만), 아마도 루시디는 노벨상 수상작가보다 더 유명한 작가일 것이다(루시디의 문학에 대해서는 언젠가 박노자가 한 칼럼에서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한바 있다). 그의 작품으론 <악마의 시>(문학세계사, 2001), <무어의 마지막 한숨>(문학세계사, 1996)가 번역돼 있고 <하룬과 이야기바다>(달리, 2005)도 올해 나왔다. 좀 오래된 번역으론 <한밤의 아이들>(하서출판사, 1989)과 <악마의 수치>(청림출판, 1989) 등이 있다.

 

 

 

 

05. 10. 18.

P.S. 이하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7위,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가 19위에 올라 있다고. 울포위츠를 선정 리스트에 올린 시사'잡지'들의 양식이 좀 의심스럽긴 하다(하긴 '은행' 눈치도 봐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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