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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손님과 어머니 ㅣ 혜원 월드베스트 38
주요섭 지음 / 혜원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는 당연히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도 실려있지만 주요섭의 다른 단편들도 많이 실려 있다. 그 중 인상 깊게 읽은 것은 옥희의 시선으로 어머니와 사랑방 손님의 감정을 아름답게 그린 유명한 표제작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와 입시 경쟁의 아픔을 그린 '붙느냐 떨어지느냐', 못생긴 주인공의 꿈이 깨어지는 너무나 현실적인 '추물'이다.
그 중 '추물'을 소개하자면, 이 단편의 주인공은 언년이라는 언청이에 장점이라곤 바느질 잘하는 것밖에 없는 추녀다. 어떻게 해서 시집은 갔으나 바로 소박을 맞고, 서울로 가서도 괴물이라 손가락질 받는 불쌍한 인생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쩌다 물지게 홀애비 애를 갖게 되지만 그에게마저 버림받는다. 어쩌다가 외모 하나 못나서 인생이 계속 가시밭길인 거다. 사실, 이렇게 외모 만으로 판단하는 현실은 현재도 전혀 달라지질 않았다. 아니, 오히려 요즘이 더 심한 것 같다. 성형 수술은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요즘같이 외모만 중시하는 세상에서 못난 얼굴 때문에 고민하다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이해가 간다. 사실 나조차도 외모지상주의의 폐해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언년이는 딸에게서 환상을 기대하지만, 그마저 깨어진다. 하긴, 볼 것 없는 물지게 홀애비에 언청이의 결합물이 너무나 아름다운 미녀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비록 다 몇십년전에 쓰인 글들이지만, 글에 담겨 있는 현실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세월의 흐름에도 입시 경쟁이나 외모를 중시하는 세태가 요즘의 모습을 써놓듯 하니 씁쓸하면서도, 그런 면에서라도 이 책은 꼭 읽어봐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