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 그리고 내가 사랑한 거짓말들
케이트 보울러 지음, 이지혜 옮김 / 포이에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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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신념의 터무니없는 확신을 의심했던 만큼 그것들을 갈망하게 되었다. 나는 잡초들 틈바구니에서 자라나 꽃핀 풀 같은, 내 나름의 번영신학을 갖게되었다."p. 11

 

"나를 몇 년 더 살게 해주시거나 그렇게 해주실 수 없을지도 모를, '어쩌면'의 하나님께 애원한다. 내가 사랑하는 하나님이자, 내 마음을 무너뜨린 하나님이다."p. 12

 

"나는 암이 줄어들게 해달라고 기도하지만 현 상태에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친구들과 가족에게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두 달을 더 살 수 있다. 할렐루야." p. 176

 

 

책의 제목에게 강하게 이끌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저 말을 나는 언제나 수없이 들어왔으니깐 말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 앞에서 사람들의 조언을 구하면 그들이 하는 대답은 또는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에게 하는 말은 딱 두 가지였다. “네 잘못이니 회개하라는 말과 주님께서는 이유가 없는 시련을 주시지 않는다는 말그렇기에 고통 앞에서의 나는 언제나 내 잘못을 토해내고, 이 시련을 어서 빨리 끝내주시기를 그래서 나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해 주시기를 바랬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인생의 지속적인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는 그 시점에 결장암 4기라는 고통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녀의 삶은 얼마 남지 않았고, 사랑하는 남편과 아직 어리기만한 아들을 이대로 이 세상에 남겨두어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절망이 그녀를 휘감는다. “살려주세요라는 말 외에 더 이상 그 어느 것도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 고통의 시간들에 답을 찾아 나선다.

히어로가 되셔서 나를 이 위기에서 구원할 하나님을 바래보지만 그 하나님이 오시는 시간은 너무 더디게만 느껴지며, 그분이 정녕 나를 위해 오실지 의문 밖에 들 수 없는 상황에서 나라면 절망과 좌절, 분노 외에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을 그 상황 속에서 이 책의 저자는 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그녀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 아닌 나의 이야기이며, 내가 그토록 외면하고자 하는, 피하고 싶은 고통이란 녀석은 실은 내가 피하고 외면해야할 것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곁에 있으며, 그 고통을 피하고 끝내기 위해 우리는 그렇게 많은 이유를 찾고 있었노라고 저자는 이야기하는 것 같다.

사실 우리는 늘 고통과 함께하며 살아간다.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들, 갑자기 들려오는 소식들 중에서 좋은 이야기보다는 실은 아프고 힘든 이야기들이 더 많기만 하다. 다만 우리는 그 이야기를 외면하고 싶을 뿐, 내 일이 아니기에 신경 쓰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갑자기 다가오는 고난과 고통에 버거워하며, 믿고 있는 신을 찾으며, 이 고난의 이유를 찾아 조금이라도 빨리 이 고통을 소멸시키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소멸과 체념으로 덧씌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고통 안에서의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녀가 세웠던 원대하고 아름다웠던 계획들, 예측가능하다 생각했던 미래들은 이제 그녀에게 없지만 - 나의 소박한 계획들은 땅 위에 흩어진 부스러기이다. 이것이 내가 이곳에 살면서, 터벅터벅 걸으면서, 하나님의 찾으면서 깨달은 전부다. 잘 세워진 계획은 더는 나의 토대가 아니다” p. 199 - 그녀는 그저 두 달을 더 살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자신의 꿈과 행동과 바람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사랑의 흔적으로 남기를 그리고 그 시간이 조금 더 지속되기만을 바란다.

늘 우리는 결단 앞에 서있다. 많은 행복을 바라며, 많은 기쁨을 바라며 걱정이 없고, 아무런 슬픔이나 아무런 불행이 한 조각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고통을 외면하고, 고난을 피하려 하고, 그 시간들을 하루빨리 끝낼 수 있기만을 바라며 산다. 하지만 고통은 언제나 내 곁에 있음을, 힘든 시간들은 늘 내 앞에 산적해 있기만 하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위해 세상을 살아가는가?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그저 행복하게 살다가 행복을 바라기만 하다가 내 곁에 있는 진정한 행복을 보지도 못한 채 오늘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오늘이 소중하고, 지금이 가치 있고, 이 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오늘일지도 모른다. 볼 수 있는 사랑하는 이들이 있음에, 안아줄 수 있는 그대가 있기에, 고맙다 말할 당신이 있기에 지금이 가장 귀한 오늘이라 말하고 싶어졌다. 이 책이 나에게 준 선물...그저 고맙기 만한 지금, 감사하기 만한 오늘.

 

나는 죽는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p. 199)” 저자의 이 말에 나도 한 마디 덧붙이고 싶다. “나는 죽는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나를 사랑하는 당신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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