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을 강의하면서 가졌던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19세기 문학이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문학까지는 가늠이 되는데(주요 작가들의 대표작은 강의에서 거의 다 읽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경우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소개가 되지 않은 건지 궁금했는데, 이탈리아의 경우는 그나마 알렉산드로 만초니의 <약혼자들>(문학과지성사, 2004)이라도 소개된 바 있지만(아쉽게도 품절된 상태라 강의에서 다루지 못한다) 19세기 스페인문학은 전무한 상태였다. 지난해 스페인문학 강의를 진행하면서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이후 20세기 문학으로 건너뛸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다. 



지난주에 이 궁금증을 풀어주는 작품이 번역돼 나왔다. 레오뽈도 알라스 끌라린('레오폴도 알라스'로 약칭한다)의 <레헨따>(창비, 2017)가 그것이다. 레오폴도 알라스(1852-1901)는 정확하게 19세기 후반기를 살았는데, "스페인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비평가"로서 "베니또 뻬레스 갈도스, 에밀리아 빠르도 바산과 더불어 19세기 스페인의 대표 작가로 자리 잡고 있다" 한다. 곧 19세기 스페인문학을 알자면 이 세 작가를 읽으면 된다는 것인데, 나머지 두 작가는 완역본이 소개된 게 아직 없는 듯하므로 읽을 수 있는 건 레오폴도 알라스가 유일하다. 그래도 <레헨따>(1884)가 대표작이라고 하므로 19세기 후반 스페인문학의 성취를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겠다. 시기적으로 보면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와 견줄 만하다. 작품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19세기 스페인 문학의 정점 레오뽈도 알라스 '끌라린'의 대표작. '<돈 끼호떼> 이후 최고의 스페인 소설'로 꼽히는 <레헨따>는 스페인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로, 타락한 사회가 벼랑으로 내몬 한 여성의 삶을 통해 19세기 말의 혼탁한 사회상을 치밀하게 묘사한다. 귀족 사회와 성직자 사회를 향한 강도 높은 비판으로 1884년 초판 출간 당시에는 종교계의 격렬한 분노를 자아냈으나, 최근에는 플로베르, 졸라 등 프랑스 자연주의 소설과의 비교연구 및 페미니즘적 비평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새로운 해석과 색채를 얻고 있다인간의 복합적인 내면 심리에 초점을 맞춘 생생한 인물 묘사가 돋보이며, 스페인에서는 현재도 끊임없이 영화, TV드라마, 뮤지컬로 제작되며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이다." 

"<돈끼호테> 이후 최고작"이란 평은 스페인어권에서 남용되는 감이 있기 때문에 좀 감안해서 이해해야겠다. 그렇더라도 19세기 최고작 가운데 하나라고 하면 일독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놀라운 건,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작품이 초역이 아니라는 점. <아나 부인의 사랑>(경희대출판부, 2003)이란 제목으로 오래 전에 나왔었다. 아직 절판되지 않은 걸로 보아 거의 팔리지 않은 듯싶은 책이다. 

 


영화로도 볼 만할 듯싶다. 



말이 나온 김에 절파된 <약혼자들>도 다시 나오면 좋겠다. 이탈리아 문학도 강의에서 다루려면 단테의 <신곡>과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이후 20세기로 넘어가기 전에 다룰 만한 작가와 작품이 희소하다. 19세기 이탈리아문학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내가 아는 작품은 만초니의 <약혼자들>(1827)과 함께 조반니 베르가의 <말라볼리아가의 사람들>(1881)이 전부다. 각각 19세기 전반기와 후반기를 대표하는 작품인 것인지 궁금하다...


17. 0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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