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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38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뉴욕이라는 도시를 친구와 여행한 적이 있다. 센트럴 파크, 브룩클린 다리, 월스트리트,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타임스퀘어,유엔본부, 콜럼비아 대학교 등 지하철을 타고 발품을 팔아 뉴욕의 곳곳을 돌아다녔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기본적으로 차가 없으면 이동하기 힘든데, 이 뉴욕이라는 도시는 차가 없이 걷는 사람들을 위해 설계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도보가 편한 곳이었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이라는 소설을 잡았을 때, 과연 이 소설은 뉴욕을 어떻게 그릴까라는 질문부터 들었다. 점점 소설을 읽어내려가면서 중심 모티프가 되는 관찰하는 자와 관찰당하는 자를 배치하기에 좋은 배경이 뉴욕의 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폴 오스터의 “뉴욕 3부작”은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있는 방> 세 중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유리의 도시>에서는 글을 쓰며 살아가는 작가 퀸이 탐정을 의뢰하는 전화를 받은 후, 추리소설 애독가인 퀸은 탐정을 사칭하여 의뢰자 스틸먼의 아버지를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유령들>에서도 화이트라는 의뢰자가 블루라는 사설탐정에게 블랙이라는 사람을 감시하라는 설정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잠겨있는 방>에서는 절친한 친구 ‘팬쇼’가 사라지면서 팬쇼의 부인이 주인공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작가인 팬쇼의 작품들을 부인으로부터 건네받은 주인공은 이 작품들을 출판하게 되고, 팬쇼의 부인과도 결혼도 하게 된다. 그리고, 팬쇼의 전기를 쓰는 일을 맡게 되면서, 팬쇼의 자취를 지난하게 추적하게 된다.
이 세 가지 소설을 관통하는 이야기는 관찰 혹은 감시하는 자가 이끌어간다. 퀸은 스틸먼의 아버지를, 블루는 블랙을, ‘나’라는 주인공은 팬쇼를 감시하고 추적한다. 그리고, 이 관찰하는 자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자신들이 관찰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변해간다는 것이다. 관찰해야하는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주체는 점점 이전과는 다른 상태로 변해가고 이젠 그 객관성을 잃어버림은 물론이거니와 자기 자신도 잃어버리는 위기를 맞게 된다.
기본적으로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지만, 이 소설들은 쫓는 자에 주목하며, 쫓는 자의 심리상태를 면밀히 추적한다. 쫓는 자는 쫓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과 현실과 환상의 뒤범벅을 경험한다. 이런 자아에 대한 물음들을 뉴욕이라는 배경에서 세련되게 그린 멋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작가가 던지는 물음이 그닥 유쾌하지도, 그 답이 명징하지도 않기에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닌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