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쓰기의 기술부터 작가로 먹고사는 법까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글쓰기 세계의 리얼리티
정아은 지음 / 마름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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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글을 쓰고 싶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잘 쓰지 않겠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끝까지 쓰겠다.

어쩌면 글쓰기란, 잘 쓰고 싶다는 마음과의 싸움이 그 시작이요, 끝인 장르일지도 모른다.

25p

지난 9월과 10월, 제11회 브런치북 응모가 있었다. 마침 같이 써보자고 한 동료도 있었고 그간 써둔 원고도 있으니 한 번 도전해 보자 싶었다. 쓰면서 또 깨달았다. 내게 있어 글쓰기란, 잘 하고 싶은 분야이면서도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매번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요물 같은 것. 시작을 하고 끝을 내면서도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어서 어제 쓴 글을, 지난주에 쓴 글을 계속 들여다보고 수정하고 고치고 앉아 있으니 새로운 글을 이끌어내는 데 한참 걸린다. "잘 쓰지 말고, 그냥 끝까지 써라." 이런 마음을 먹어야 하는 거였네.

글쓰기 책을 읽을 때마다 "몰랐던 걸 알게 되어서 충족되는 마음"이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을 지나고 나니 "그냥 쓰자."라는 한 가지 정답만 있는 게 아닐까 싶어 한동안 글쓰기 책은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렇게 흠모하는 작가님이 써내신 글쓰기 책은 단숨에 읽어 내려간다. 오른손에 연필 한 자루를 쥐고 책에 줄을 쫙쫙 긋고 별표를 치고 생경한 단어는 따라 써보면서.

이 책을 소개한 마름모 출판사 인스타 피드에서 "글쓰기 책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겁니까"라고 남기신 걸 보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재미난 에피소드가 또 나오지 않을지 기대감으로 읽게 되었다. 재밌는 글쓰기 책에 덧붙여 '이보다 솔직한 책은 또 없다'라는 문구도 더하고 싶다.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여럿 대표작이 있는 에세이 책도 있는 유명 작가님이신데도, 편집자에게 거절 메일을 받고 몇 년간 속앓이를 하셨다는 장면이 인상 깊다. 앞으로 작가 활동을 접고 제2의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대학원 접수까지 앞두고 있으셨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던 것 같다.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지속적으로 글을 (전업으로) 써주지 않으셨다면 이 책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높은자존감의사랑법 책도 나오기 힘들었겠지? 생각하니 아찔한데요?

2. 어떻게 쓰는가/편에서 서평, 칼럼, 에세이, 논픽션을 쓰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은 글쓰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챕터가 되어 줄 것 같다.

3. 쓰는 마음/편에서는 거절 메일을 받고도 계속 써야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출판계를 잘 모르는 나지만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그 세계가 두려운 세계 같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지 않을까 언제나 궁금한 마음도 드는 곳.

4. 작가를 둘러싼 사람들/편에서는 편집자, 독자, 기자, 동료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 이 편을 읽으면서 정말 깨닫는다. 작가의 은밀한 이야기(혹은 사생활)가 작가님 특유의 솔직함과 글빨이 더해져서 어디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볼 수 없는 책이라는 것! 내가 아는 정보에 한해서는 정아은 작가님 팬클럽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조금 더 자신감(?)을 얻으시고 북토크, 글쓰기 강좌, 등등 여기저기 마구마구 많이 열어주셨으면 좋겠다.

어떤 책은, 마지막 장을 덮기도 전에 나를 행동하고 실천하게 만든다. '이게 과연 될까...' 싶었던 일을 마무리하고 누군가에게 제출하는 일. 중간에 포기해버리지 않고, 그렇게 하나를 완성해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던 책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책 속에서>

*쓰고 있는 글이 '잘 쓴 글'이 아닐 거라는 의심과 회의를 극복하고 끝까지 계속 썼다면 그 글은 생명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간에 그만두어버린 글은 다시 소생하기 힘들다. 내용이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개의치 않고 생각했던 화두를 끝까지 밀고 나가 완성한 글은 '초고'라고 불린다. 이 초고를 손에 쥐는 것과 중간에 포기해버리는 것은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23p)

*글쓰기는 혁명이다. 서서히 진행되는 혁명. 내 내면의 지층을 이루는 요소들을 들여다보고 조금씩 바꾸어나가는, 끝내는 지층 위에 세워진 구조물 전체의 성격을 바꾸어나가는 혁명. (34p)

* 끊임없이 읽고 끊임없이 쓰는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해도 결국엔 서론 본론 결론에 해당할 논리의 연결을 이루어내게 된다. 일상에 일어난 소소한 일을 자기도 모르는 새에 사회 문제로 확장해 공공성 있는 글쓰기를 완성해 내게 된다. (64p)

* 글쟁이는 사람에 대해 언제나 관심을 갖고 탐구해야 한다. 사람이라는 깊고 복잡한 존재를 진심으로 대하고 사랑해야 한다. (96p)

*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내 앞의 밥 한 공기, 내 곁에 살아 숨 쉬는 한 명의 사람, 볕 좋은 베란다에 가지런히 널린 빨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살아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작은 사물, 작은 관계가 '인간'이라는 우주를 이루는 가장 치명적인 입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111p)

* 에세이를 쓰는 이들이 중요한 무기로 사용해야 할 개념을 꼽으라면 나는 두 가지, 솔직함과 디테일을 들겠다. (119p)

*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기쁘나 슬프나, 원고에 대한 거절 메일을 받으나 받지 않으나, 마음을 언어로 옮기고 싶어서 환장하는 것, 그게 글쓰기의 본질이었다.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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