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글을 쓰고 싶다면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잘 쓰지 않겠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끝까지 쓰겠다.
어쩌면 글쓰기란, 잘 쓰고 싶다는 마음과의 싸움이 그 시작이요, 끝인 장르일지도 모른다.
지난 9월과 10월, 제11회 브런치북 응모가 있었다. 마침 같이 써보자고 한 동료도 있었고 그간 써둔 원고도 있으니 한 번 도전해 보자 싶었다. 쓰면서 또 깨달았다. 내게 있어 글쓰기란, 잘 하고 싶은 분야이면서도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매번 오락가락하게 만드는 요물 같은 것. 시작을 하고 끝을 내면서도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어서 어제 쓴 글을, 지난주에 쓴 글을 계속 들여다보고 수정하고 고치고 앉아 있으니 새로운 글을 이끌어내는 데 한참 걸린다. "잘 쓰지 말고, 그냥 끝까지 써라." 이런 마음을 먹어야 하는 거였네.
글쓰기 책을 읽을 때마다 "몰랐던 걸 알게 되어서 충족되는 마음"이 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을 지나고 나니 "그냥 쓰자."라는 한 가지 정답만 있는 게 아닐까 싶어 한동안 글쓰기 책은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렇게 흠모하는 작가님이 써내신 글쓰기 책은 단숨에 읽어 내려간다. 오른손에 연필 한 자루를 쥐고 책에 줄을 쫙쫙 긋고 별표를 치고 생경한 단어는 따라 써보면서.
이 책을 소개한 마름모 출판사 인스타 피드에서 "글쓰기 책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겁니까"라고 남기신 걸 보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재미난 에피소드가 또 나오지 않을지 기대감으로 읽게 되었다. 재밌는 글쓰기 책에 덧붙여 '이보다 솔직한 책은 또 없다'라는 문구도 더하고 싶다. 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여럿 대표작이 있는 에세이 책도 있는 유명 작가님이신데도, 편집자에게 거절 메일을 받고 몇 년간 속앓이를 하셨다는 장면이 인상 깊다. 앞으로 작가 활동을 접고 제2의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대학원 접수까지 앞두고 있으셨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던 것 같다.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지속적으로 글을 (전업으로) 써주지 않으셨다면 이 책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높은자존감의사랑법 책도 나오기 힘들었겠지? 생각하니 아찔한데요?
2. 어떻게 쓰는가/편에서 서평, 칼럼, 에세이, 논픽션을 쓰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은 글쓰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챕터가 되어 줄 것 같다.
3. 쓰는 마음/편에서는 거절 메일을 받고도 계속 써야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출판계를 잘 모르는 나지만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그 세계가 두려운 세계 같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지 않을까 언제나 궁금한 마음도 드는 곳.
4. 작가를 둘러싼 사람들/편에서는 편집자, 독자, 기자, 동료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 이 편을 읽으면서 정말 깨닫는다. 작가의 은밀한 이야기(혹은 사생활)가 작가님 특유의 솔직함과 글빨이 더해져서 어디서도 쉽게 들을 수 없는/볼 수 없는 책이라는 것! 내가 아는 정보에 한해서는 정아은 작가님 팬클럽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 조금 더 자신감(?)을 얻으시고 북토크, 글쓰기 강좌, 등등 여기저기 마구마구 많이 열어주셨으면 좋겠다.
어떤 책은, 마지막 장을 덮기도 전에 나를 행동하고 실천하게 만든다. '이게 과연 될까...' 싶었던 일을 마무리하고 누군가에게 제출하는 일. 중간에 포기해버리지 않고, 그렇게 하나를 완성해 봐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던 책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 같다.
<책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