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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정책 공부의 기초
김기정 지음 / 연세대학교 대학출판문화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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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정책론에 대하여 공부한 적 없는 초심자가 이 학문에 접근할 수 있도록 쉽게 쓰인 입문자용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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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서 중심으로 - 문재인 회고록 외교안보 편
문재인 지음, 최종건 대담 / 김영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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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적 목표를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실현하기 위해 했던 도전에 관하여 쓴 기록.


국가가 생존을 추구한다는 언명은 국제정치학에서 거의 진리에 가까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국가가 저마다 폭력의 원천인 물리적 능력을 보유하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현실에서 국가는 실제적 혹은 잠재적 위험에 당면하고 있으므로 국가는 생존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수긍하게 되는 것이다.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변하더라도 그 근원적 상태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지도자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는다. 이 책의 중심을 이루는 '평화'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우리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도달해야 하는 목표이며,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규범적 기준 혹은 가치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문재인 정부도 역대 여느 정부와 다르지 않게 공동체가 당면한 현실을 위험으로 상정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즉,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적 입장도 안전을 위해서 적과 동지의 구별을 '정치적인 것'의 본질이자 국가적인 것의 토대와 같이 본 슈미트(Carl Schmitt)의 사유와 유사한 조건 위에서 국가 혹은 국가 지도자의 목표를 상정하고 있는 점에서 '현실주의'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동시에 문재인 정부는 현실주의적으로 세계의 위험을 파악하고, 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지만, 전적으로 현실주의 방식으로는 지금과 미래의 안전을 구현할 수 없으므로 달리 행동했고, 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행동의 방식과 유형에 있어서 이 정부의 외교 안보를 결코 전적으로 '현실주의적'으로 규정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 공동체(남한)가 당면한 가장 실제적인 위험은 헌법으로 규정한 우리 영토 안에 있으므로 적대는 우리 공동체(한반도 통일국가)를 분절시킨다. 그래서 잠재적인 적 혹은 위험의 현실화에 대비하여 능력을 갖추고, 사건에 대응할 수 있는 의지와 자신감을 내외적으로 키우고 강화해야 하지만, 한반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명시적 적을 내세우기보다는 평화라는 틀 안에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모든 행위자를 묶어(다만, 한데 같은 자격으로 묶는 것은 아니다) 적대의 재현을 막는 방식으로 공동체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의 적절한 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방식은 '평화'라고 하는 공통의 규범적 지향점 아래에서 연결되고, 대화하며 그 의사의 비중이 다를지언정 행위자로서 현실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민주적인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에 담긴 세계를 구획하는 기준이 '민주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를 잇고 조직화하는 방식이 '민주적'인 것이다.*


*. 민주적 속성은 국제정치의 행위자로서 주변에 있던 우리를 한반도 국제정치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 중심 혹은 민족 중심적 성격을 동시에 담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 누구도 가본적 없는 길을 열기 위해 상상력이, 길을 실제로 가기 위해 자신감이, 자신감을 얻기 위해 오늘로 이어지는 기억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함께 상상력, 자신감, 기억과 같은 것들이 얼마나 우리 땅에서 얼마나 지켜내기 어려운지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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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서 중심으로 - 문재인 회고록 외교안보 편
문재인 지음, 최종건 대담 / 김영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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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적 목표를 민주주의적 방식으로 실현하기 위해 했던 도전에 관하여 쓴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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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수히 발원한다 PARAN IS 5
김기정 지음 / 파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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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여서 시들어버리지 않으려면, 밖으로 꺼내놓기 주저하게 되더라도 희망 등과 같은 이유가 필요하고, 이유는 마음의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집은 마음에서 이유를 찾아 결코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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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수히 발원한다 PARAN IS 5
김기정 지음 / 파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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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어제 멈춘 것이 아니라 오늘 새롭게 시작된 자신이 되려면 행해야할 숱한 행위의 이유를 찾아 담고 있는 성찰과 반성, 좌절과 분노, 연민과 희망 등에 관한 기록이다. 시인은 자신이 마주했던 시간을 남기려고 하고 있다. 그것은 희미해지고 있지만, 결코 오늘을 살아가야할 이유가 지워지지 않도록 하려는 노력이며, 절망에 가까운 비관적 태도로 보게 될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할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향해서 나아가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시집은 어제와 오늘의 마음을 언어로써 붙잡아두려는 시도로 읽힌다.


그래도

아름다운 시를 써야한다고

울며 주장하는 일은

더러운 것들을 버리고 싶고,

버려야 하는

얄궂은 희망 때문이다.


- “아름다운 시” 중에서


시에 쓰인 어제에 남은 것들 중에는 지나간 것이 아쉬워 기록으로라도 남겨 추억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러나 이미 어제가 되고 있는 오늘에는 스스로 다짐하며 애써 의미를 찾지 않으면 바람과는 정반대로 흘러가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러한 까닭에 각각의 시들이 다른 대상을 향하고 있을지언정 전체적으로는 무력감이 시집을 관통하는 지배적 정서로 느껴진다.


그러나 무력감은 포기의 이유가 되지는 못하고, 새날과 좋은 날을 맞이하기 위하여 끊어내야 하는 시간 혹은 시대의 정서와 같다. 시들의 화자는 자신의 시간에는 마주 할 수 없는 것일지 모를 현실의 한계를 자각하면서도 현실을 견디고 현재를 살아가야할 이유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집의 중요한 부분을 시대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담고 있는 몇몇 시들이 채우고 있다. 이 관찰과 분석은 어제를 박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늘 달리 혹은 더 낫게 살기 위해 시간에 생기를 부여하는 활동으로서 자리하고 있다. 재론컨대 시인은 시를 통하여 이유를 쌓고 있는 것이다.


밀려 걸어도

걸어야 하는

내 발걸음은 내가 안다.

보폭을 줄여 속도를 낮추되

노년의 걸음이 멈춰 서야 할 그곳은

내가 안다.


- “발걸음” 중에서


시집을 읽다보면, 외교유연성, 세력균형, 해양정치와 같이 시에서 자주 보기 힘든 말이 등장한다. 정치과학(political science)이 정치학의 이름이 된 시대라서 국제정치학과 시의 거리가 다소 먼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다만, 시인은 그와 같은 용어를 시의 영역으로 적극적으로 포섭한다. 국제정치학자이기도 한 시인의 삶의 궤적을 그와 같은 언어들이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곳곳에 정치학적 문제의식을 담으면서도 정치학자의 일반적 글쓰기가 아니라 시를 선택한 이유는, 어쩌면 오랜 시간 시를 써온 시인의 기록 습관 같은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가 먼저 찾아왔고, 시에 시인이 살아온 삶이 담기며 그의 시간이 시로 남은 것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시가 아니면 쉽게 남길 수 없는 것들이 있어 시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시에 남은 최소의 말, 말의 호흡, 그것들이 이어져 만들어낼 운율이 마음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찰과 분석이 시간에 생기를 부여하는 활동이라고 한다면, 살아있는 기운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사람의 평온과 행복과 같은 것이고, 그것은 마음에 관한 것이다.


세계를 구성하는 숱한 말들 중에는 사람의 평온과 행복 등을 위한 목적에서 탄생한 것들이 적지 않지만, 어느 날부터 그것의 목적과 한참 동떨어져 생기를 잃고 부숭부숭해지고, 또 마음의 자유에 틈을 내어주지 않는 기계적인 것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시인의 시어들은 언어 속에 비어있는 사람의 마음의 자리를 살펴보게 하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시인은 모두 마음으로부터 시작해, 마음으로 이루어지고, 마음으로 마침표를 찍는 삶과 시대의 여정 속에서 찬바람이 불고 가로등마저 위태로운 시간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할 이유를 찾기 위해서 숱한 마음을 시를 통해서 남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어느 배우가 수상소감을 하며 “중꺾그마”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중요한 것은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삶의 숱한 순간들은 꺾임의 장면으로 되어 있고, 그 장면 속 자신은 꺾여서 스러지는 경우가 많다. 꺾여서 멈추면, 바라던 내일은 오지 않는다. 꺾여서 시들어버리지 않으려면, 밖으로 꺼내놓기에 주저하게 되더라도 희망 등과 같은 이유가 필요하다. 이 시집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내려는 이유를 찾고, 쌓으려는 사람들에게 얼마만큼의 위안, 약간의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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