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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06호 : 2024.04.20 - #책방, 관계 비즈니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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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은 내 고등학교 시절 놀이터와 같았다. 고등학교가 서울 한복판에 있는 곳이었던 핑계로 학교가 끝나면 늘 영풍문고,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를 돌아다녔다. 거기서 신간들을 열심히 살피거나 책을 자주 사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친구들과 거기까지 가는 길이 즐거웠고, 무얼 사지 않아도 풍족했다.

그렇다고 그때 책을 아예 안 산 건 아니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동네 서점에서 참고서와 잡지를 사 보았다. 신기하게도 다른 책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집 가까이 있던 서점들... 동네 서점들은 하나둘 문을 닫고 사라졌다.

<기획회의> 606호는 책방, 관계 비즈니스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박우현 로컬기획자가 쓴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 플랫폼, 동네서점]에 따르면 절멸하다시피 한 동네서점이 새롭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2014년 도서정가제가 시행될 무렵이라고 한다. 그렇게 생겨난 작은서점들은 예전에 내가 종종 학습서를 사기 위해 들렀던 서점과 다른 형태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서점 주인의 큐레이션이라고 했다. 이른바 서점 주인이 어떤 취향과 어떤 관심을 가졌는지에 따라 서점의 방향성과 서점을 방문하는 독자까지 달라진다는 것이다.

사실 책만 사려고 한다면, 요즘 시대에 책방을 들를 필요가 없어졌다. 충분하다 싶을 만큼 책을 어느 정도 살펴볼 수도 있고, 금방 결제해서 집까지 배송해 준다. 그렇게 편리해졌다고 해서 책이 많이 팔리지는 않는다. 책보다 더 재미있고 유익하고 특히 가성비 좋은콘텐츠가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그래도 책방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폭발적으로 많이 늘어나진 않더라도 곳곳에 책방에서 사람을 만나고 문화를 꽃피우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적극적인 책 덕후들은 동네 책방을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을 중심으로 사람을 만난다. 그들과 갖가지 이야기들을 나누며 저변을 넓혀 간다.

편집을 직업으로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많이 팔릴 만한 책을 만들 것인가 하는 고민을 갖고 있다. 고민한다고 곧장 답이 나오는 문제도 아니고, 답을 알고 있다고 해서 실현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 동네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책방 주인들도 그 고민을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책을 팔아서 먹고살 수 있을까?’

 

많이팔기 위한 고민은 누구나 한다. 이윤이 있어야 그걸 토대로 지속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무작정 많이 팔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건 효과도 의미도 없을 것이다. 이제는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 되도록 많이 만날지, 그들과 어떻게 을 매개로 관계를 지속하고 확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시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좀 더 다양한 취향이 살아 있는, 그래서 형태도 방향성도 제작각인 책방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 책방들이 오래오래 생명력을 발산하며 사람들을 잇고 저마다의 지역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의 가치를 알아보고 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부와 지자체의 존재가 절실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서 책을 사면 할인은 물론 적립금까지 쌓일 테지만, 그것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서점 공간을 기꺼이 찾아갔다. 새로운 콘셉트로 무장한 동네서점의 탄생에 새로운 독자도 함께 탄생한 것, 그리고 이러한 동네서점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면서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형성했다.
박우현(로컬기획자)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 플랫폼, 동네서점>에서 - P25

동네책방은 온라인서점, 전자책, 그리고 스마트폰과도 경쟁할 수 없다. 이뿐인가. 월정액을 내는 콘텐츠 플랫폼과 OTT 서비스와도 경쟁 상댁가 되지 않는다. 동네책방의 미덕은 더 빨리, 더 싸게, 더 재미있고 더 대중적인 책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도리어 오래전에 존재했던 개인책방과 비슷해져야 한다. 물론 지금의 책방이 오래된 책방과 같아질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과거 개인책방이 지녔던 미덕이 무엇이었는지를 복기하고, 그 미덕을 새롭게 복원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한미화(출판평론가) <동네책방의 오래된 미래>에서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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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05호 : 2024.04.05 - #출판, 팬덤 비즈니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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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대에 팬덤이라는 말은 어느 분야든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K-POP, 더 들어가자면 아이돌 판에서 형성되었던 문화는 정치까지 뻗치더니 출판 쪽은 당연한 듯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번 호 <기획회의>(605)의 주제는 출판, 팬덤 비즈니스이다. 평소 너무 궁금했던 주제이고, ‘팬덤을 형성한 저자의 책 작업을 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였기 때문에 큰 기대를 갖고 잡지를 읽어 내려갔다.

여러 필자들의 칼럼을 읽으면서 출판 안에서의 팬덤, 소위 유명 저자들이 내는 책에 대해 가진 내 편견이 깨질 수 있었다.

내가 가진 편견이라 함은 말하자면 이런 것들이다.

-유명 저자의 이름값만 가지고 만드는 책이니까, 책 자체는 부실할 것이다.

-대체로는 자기 직업이 작가인 사람이 팬덤을 형성한 경우는 흔치 않으니, 다른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 내는 책이다. 그래서 그가 스스로 집필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팬덤 장사를 하는 책이니까, 특정 시기가 지나면 쉽게 사라져 버릴 책이다.

 

아마 일부 이에 속하는 책도 있겠지만, 사실 작든 크든 팬덤이 있어야, 책을 내고 팔 수 있다. 오히려 책이 꼭 필요하거나 미칠 듯 재미있거나 해서 불티나게 팔렸다는 게 더 전설 같은 얘기가 아닐까 싶다.(적어도 나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던 시대에 책 만드는 일을 해 본 적이 없다.)

 

오늘날 출판은 더욱더 어쩌다 읽을거리를 발견하고 구매하는 독자가 아니라, 출판사 또는 저자의 가치를 공유하는 열정적인 팬을 필요로 한다.” 1990년대에 인터넷이 대중화한 이후의 출판은 발견성또는 주목 받기문제로 꾸준하게 몸살을 앓았다. 음악, 영화, 드라마, 만화, 소설, 논문, 신문 기사 등 무료 콘텐츠가 넘쳐나는 공급 과잉 시대에 책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리기가 갈수록 힘들어진 까닭이다.’

_팬덤, 초연결시대 출판의 존재 양식(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중에서

 

아마도 콘텐츠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굳이 책까지 펼쳐서 재미나 유익함을 발견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찾지 않아도 알고리즘이라는 무서운 녀석이 귀신같이 나의 취향이라는 걸 가져다준다. 하지만 그 알고리즘을 따라, 콘텐츠들을 소비하다 보면 이게 정말 내가 보고(읽고) 싶은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팬덤으로 이루어지는 소비는 어쩌면, 그래도 어떤 대상에 대한 나의 취향을 보다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드러내어 만족감을 얻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출판에서 활성화되는 팬덤은 내가 좋아하고 지지하고 응원하고자 하는 대상(저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소비한 것을 드러내어 그이와의 단단한 연결고리를 구축하는 것일 테다. 사실은 어쩌다 쓴 책 한 권이 좋아서 발견되었는데, 그 뒤 낸 책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은 것보다 훨씬 더 바람직한 방향성일 수 있다. 사실 팬덤이 유지되는 것의 전제 조건은 창작자가 자기가 내는 책의 질을 지속적으로 담보했을 때 가능할 것이니 말이다.

 

인플루언서influencer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다. 영향력을 뜻하는 ‘influence’에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인 ‘-er’이 붙은 단어다. 그렇다면 영향력 있는 사람은 누구이고 영향력이란 무엇인가. 이름만 들어도 모든 국민이 아는 사람, 학계·재계·예술계·방송계에서 두드러지는 업적을 쌓은 사람, 소셜 미디어에서 높은 구독자 수나 팔로워 수를 보유한 사람인가. 이토록 익숙한 정의를 다음 정의처럼 바꿔보면 어떠한가. 우리가 닮고 싶은 좋은 어른, ‘으레’를 깨부수고 ‘오래’ 일해온 창의 노동자, 상상력에 불을 붙여주는 부싯돌 같은 예술가 말이다. 물론 전자를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출판 기획한다는 것은 거짓이지만, 가능하다면 후자를 생각하고 기획하고자 노력한다는 것은 진실이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서로를 찾는가: 좋아하는 저자, 편집자, 독자라는 공동체> _김성태(김영사 문학교양팀 팀장)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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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04호 : 2024.03.20 - #지금 편집자의 학교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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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일자에 발간된 기획회의 604호에서는 지금 편집자의 학교는이라는 특집 제목으로 편집자가 받아 온 교육의 현실에 대해 다루었다. 이번 호 특집 글들을 읽는 동안 나의 첫 회사의 입사 첫날이 문득 떠올랐다.

분명 컴퓨터는 컴퓨터인데 이제껏 본 적 없는 요상한 컴퓨터 앞에 앉으라고 하고 파일을 하나 열어 주고 가 버렸다.(기억이 가물거리지만, 대리쯤 되는 선임이었던 것 같다.) 키보드 키 모양도, 화면 창도 낯선 그 컴퓨터의 이름은 아이맥 G3였다.

편집자로 들어갔는데 웬 G3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회사에서는 편집자가 쿽프로세스 프로그램을 써서 편집 구성을 만든 뒤 쿽 파일을 디자이너한테 보내면, 그 파일을 기초로 디자인을 해서 파일을 주고받는 시스템이었다. 그당시 대다수 출판사에서 썼던 편집 디자인 프로그램 쿽프로세스를 편집자도 다룰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인문 계열 전공을 하는 동안, 몇 안 되는 책이나 읽은 게 다였던 졸업생이 편집 툴을 다룰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떠듬떠듬 이 키 저 키 눌러 가며, 옆자리에 앉은 2개월 차 선배한테 물어 가며 익혔던 게 생각난다. 어느 날은 상당히 규모가 큰 영어 학습 프로그램 기획을 해 보라고 하는데, 대체 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신입사원 셋이 이게 맞아?’ 하면서 쑥덕였던 기억이 난다.

출판사마다 차이는 있었겠지만, 2000년대 후반은 사내의 출판 교육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 때와 비교했을 때 그래도 지금의 출판 교육 환경은 분명 많이 나아지고 있다. 다산북스에서 사내에서 행하고 있는 10주 동안의 신규 입사자 교육이나 매주 금요일에 시행하고 있다는 R&D의 날 모두 대표와 임원진 차원에서 출판 교육에 아주 많은 가중치를 둔 과감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출판사가 재직하고 있는 직원들 대상으로 출판 교육을 계속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력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 진행하는 일들을 빡빡하게 해내기도 쉽지 않은 일정에 교육을 집어넣는다는 것은 많은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일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출판의 속성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움직이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 막 출판계에 들어와 성장하고 싶은 편집자들이 여기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겠다고 절망하며 떠나가지 않도록, 지금 출판사에서 날마다 고군분투하고 있는 편집자들이 그래도 책을 계속 만들어 보아야겠다라고 오늘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출판사에서 배우고 고민하고 따져보고 나아질 수 있도록 하는 시간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물론 교육에 참여하는 마음이 늘 편치만은 않다. 일과 중에 교육을 듣고 퇴근 시간이 지나서야 밀린 일을 처리할 때면 과연 이게 정말 맞는 길인지 ’현타‘의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럼 반대로 이제부터 오로지 일만 하게 해줄까 하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닌 듯하다. 왜 일하는지, 어떻게 일하고 싶은지 교육을 통해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열성적인 교육 프로그램 탓에 한순간 내 일에 제동이 걸리더라도, 그 시간 덕분에 비로소 앞뒤를 살피며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
<가르칠 수 있는 용기, 배울 수 있는 환경: 다산북스 사내 교육 이야기>, 조세현(다산북스 편집관리팀 팀장) 글에서 - P43

우리 모두 노동자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와 함께 끈끈하게 연결된 협역자이며, 지식이 전승되는 관계다. 경력직 같은 신입이 없다? 우리가 키우면 되고, 우리가 키워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살아 남을 수 있다.
_<우리가 키워야 한다>, 북마녀(웹소설 유튜버) 글에서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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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03호 : 2024.03.05 - #편집자의 위기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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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월부터 <기획회의>를 받아 본 이후로, 이번 호만큼 <기획회의>가 얼른 오기를 기다렸던 적이 없었다. 그렇기도 한 것이 이번 특집호(603) 주제가 바로 #편집자의 위기, 곧 내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책 제작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해 본 적이 없거나, 책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내 직업은 편집자예요.”라고 하면, 책을 쓰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하는 것도 아니고, 인쇄를 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일을 하는 건지 도통 감이 안 잡힌다는 표정을 한다. ‘작가의 원고를 교정하나 보다.’ 하는 반응이라면, 그나마 책 만드는 과정을 조금은 더 알고 있다는 뜻이다. 요새는 영상이 사람들한테 더 익숙해서인지 영상 편집을 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책의 역사가 5,000여 년쯤 되었고 전문 편집자가 등장한 것이 인쇄 혁명 이후 책의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면서부터라고 하니까, 출판 편집자의 역사도 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편집자라는 직종에 대해 출판계를 제외한 데에 있는 사람들이 가지는 인식이나 관심도는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그게 어제오늘의 일인가? 고루하고 급진적 변화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출판계에서 온갖 일을 다 하지만 가장 보이지 않았을 때야 비로소 책이 빛나는 편집 일은 그때도 지금도 알아주는 직업이 아니다.

그래도 편집자라는 일이 특정 전공 내에서는, 어떤 부류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선망하는 직업인 때가 있었다. 그들은 책을 너무 좋아해서 만드는 일을 하려고 들어왔다라든가 월급만 생각하면 이 일 계속할 수 없다라는 낭만적인 말들을 스스로 되뇌며, 박봉에 일의 경계도 흐릿한 이 직종에서 버티고 버티며 세월을 보내왔다.

한 몇 년 전 즈음부터인가 편집자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말이 슬슬 나왔다. 3년 차에서 10년 차쯤 되는 경력 편집자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번 <기획회의>일할 사람이 없다는 이 판에서(양선화_지학사 단행본팀 과장)에서도 나왔듯. 출판사들이 내는 편집자 구인 공고에서 신입 지원 가능문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출판사에 들어가서 일을 해 보면 그도 그럴 것이, 편집자 이름 뒤에 붙은 직함이 무엇이든 저마다 자기 몫을 감당해 내느라 신입한테 하나하나 차근차근 알려 줄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누군가 출판사에 새로 입사하면, 그가 누구든 편집 시스템이든 그 출판사의 시스템이든 각자 알아서 잘~ 익히는 수밖에 없다. 그에게 남겨진 게 잘 정리된 인수인계 문서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편집 일 말고 다른 걸로 밥 벌어먹어 본 적이 없다는 까닭으로, 잘하지도 못하면서 이제껏 버텨 왔다. 이번 호에서는 편집자의 위기를 주제로 각자 다른 위치나 분야에 있는 출판계 사람들이 글을 기고했다. 여러 입장을 이야기하는 글들을 보면서, 무언가 씁쓸하고 어쩐지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출판사 대표나 외주 편집자, 마케터들의 걱정 어린 시선과 조언도 마음 깊은 데서부터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진심 어린 말들이 지금도 출판계를 떠나고 있는, 떠나려고 마음먹은 편집자들의 귀에 들릴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지금, 이곳에 화석처럼 남아 있지만(어쨌든 붙잡고 있으려고 하지만), 양선화 편집자의 칼럼 끝에 있는 말이 더 선명하게 들린다.


이런 마당에 그래도 좀 더 나은 회사가 있겠지 하고 북에디터를 매일 들락거리는 삶에서 이탈해 다른 세계에 도전하는 것, 혹은 자신의 색깔을 남김없이 표현하는 출판을 시작하는 그것을, 그저 ‘편집자의 위기’, ‘출판의 위기’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작은 회사가 대부분이라 전체 출판산업 규모는 작아지고 있다’거나, ‘근본 없는 1인출판사가 난립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이들의 진의를 의심한다. 나는 이것이 편집자의 위기가 아니라 도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_‘일할 사람’이 없다는 이 판에서 중에서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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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회의 601호 : 2024.02.05 - #2024 로컬 담론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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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어떤 것이나, 지역 문화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고 지내왔다. 그래서 기획회의 601호에서 특집으로 다룬 로컬 담론이라는 주제가 낯설게 다가왔다. ‘로컬이라는 것이 어떤 담론을 형성할 만큼 지금 시점에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긴 했다. 음식만 해도 대구 북성로 연탄불고기’, ‘인천맥주등 지역 이름이 붙으면 뭔가 더 힙해 보이고 맛집인 것만 같은 인상을 준다. 실체적 진실과는 아무 상관 없이 주는 이미지가 그러하다.

그렇다면 로컬의 의미는 무엇일까?

지금 로컬을 말하는 이유 : 그 어느 것도 아닌 지금 내 삶의 중요성’(조희정_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칼럼에 따르면, 10년 전만 해도 로컬이라는 말은 글로벌 차원에서 말하는 현지를 의미했다고 한다. 그리고 본래의 의미는 모든 곳이며, 최근 10년 사이 로컬은 새로운 경제와 문화가 형성되는 기회의 공간과 지역을 의미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소 갸우뚱하게 다가오는 모호한 의미를 담고 있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전국구 단위로 가지던 사람들의 관심이 특정 지역으로 돌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 기고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지역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이 과연 나의 삶터에 있는 것일까, 하는 것이었다.

먼 곳에 원하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 꿈꾸지 말고 내가 발 붙이고 있는 곳에서 삶을 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좋은 말이지만, 막상 개인마다의 입장과 상황은 다른 것이다. 개인이 로컬에서 스스로 개척하며 삶을 일구어 나가기에, 척박한 환경이 늘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사는 지역의 특수성’ ‘내가 발 붙인 곳의 가치가 중요하게 떠오르는 것 자체는 반길만한 일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단지 짧은 시기에 반짝 하고 떠올랐다 금방 사라져 버리는 유행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로컬에서 할 수 있는 것,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가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로컬 담론 특집 가운데 나는 대구의 출판인이다를 쓴 신중현 대표의 글이 참 소중하게 다가왔다. 1987년부터 지금까지 지역 출판을 하고, 그 지역 사람과 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것에 가치를 책으로 벼려 낸 출판인의 마음과 삶을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로컬이 뜨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곳에서 살기 때문에삶을 가꾸어 내는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호도 참 의미 깊은 내용을 담아 주었다

.

지역출판의 역할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사람과 그들이 빚어낸 문화를 기록으로 남겨 보존하는 데 있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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