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의 기원 1 - 해방과 분단체제의 출현 1945~1947 현대의 고전 16
브루스 커밍스 지음, 김범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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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된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는 책. 비록 번역 출간이 늦었지만 신화와 논란의 시간이 지나 냉정하게 이 책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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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딘성으로 가는 길 -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의 기억과 약속을 찾아서
전진성 지음 / 책세상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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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2일, 서울 마포의 문화비축기지에서 재판 아닌 재판이 있었다. 김영란 전 대법관, 이석태 변호사, 양현아 교수가 재판부를 맡은 이 재판은 다름 아닌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시민평화법정이었다. 학살의 피해당사자인 베트남 여성 두분이 참여한 재판에서 재판부는 "피고인 대한민국은 원고인 두 베트남 주민에게 국가배상법이 정한 배상기준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하고, 이들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책임을 공식인정하라"며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올해는 퐁니, 퐁넛 학살이 발생한지 50년이 된 해다. 얼마전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해 유감을 표명했지만, 유감 이상의 것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베트남 정부 역시 경제성장, 과거사 문제제기로 인한 반체제적 위협증가 등등 때문에 진상규명과 사죄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은 50여년 전의 베트남전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가한 나라 중 하나이다. 파병 인원은 미국의 뒤를 이었고, 미군이 철수한 이후에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었다. 한국은 이 전쟁을 통해 경제성장에 쓸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었고,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기업은 10대 재벌 순위가 바뀔정도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한편, 미국과 유럽 등지, 일본에서는 베트남 전쟁 참여에 반대하고 전쟁협력에 반성하는 대대적인 운동이 일어났지만 한국에서는 그러한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채로 50여년이 지났다. 한국의 전쟁과 전쟁범죄의 책임을 스스로 묻는 소리는 여전히 미약하다.


 <빈딘성으로 가는 길>은 그 책임의 문제를 지금 여기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 사람들에서부터 찾아간다. 참전부대의 전사자 박순유 중령의 딸이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가며 실제 베트남의 삶과 기억과 마주치는 이야기. 가해와 피해가 서로 얽혀있는 역사를 마주치는 일을 이 책은 다루고 있다. 물론 이 책은 우리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다, 가해와 피해가 얽혀있어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 따위의 책임회피인 논지를 펼치고 있지 않다. 오히려 과거와 현재, 사건과 경험들, 파편화된 기억들에서 거대한 역사, 냉전체제,독재 이야기를 오가며 이미 벌어진 폭력과 상처를 어떻게 다루어야하는지, 참전용사라는 전쟁범죄의 가해자이며 국가폭력의 피해자를 어떻게하면 트라우마와 냉전적 인식에서 벗어나게하며 동시에 가해사실을 말하도록 해야하는지를 조심스럽게 다룬다.


 저자는 아시아인권연대의 일원으로서 이들이 베트남 현지의 지역 주민, 인민위원회와 함께 벌이고 있는 지원사업들의 우여곡절들을 따라가며 학살이라는 해결불가능한 구멍 주위로 형성되고 있는 긍정적인 관계맺기(그러나 결코 망각하거나 책임을 회피하려하지 않는)를 통해 애도와 회복의 과정을 그려나간다. 거기에는 결코 '불가역적'인 해결은 없지만, 고민하고 흐릿하면서도 계속 이어져나가며 서로 회복하는 어떤 삶이 담겨있다.


 피해자가 있는 역사 문제는 그 전으로 회복되기가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역사 문제는 사건 자체와 사건으로부터 문제제기까지 걸리는 시간, 문제를 다루는 현재 사회의 태도라는 이중삼중의 문제다. 그 사이에 피해자들은 노골적인 왜곡과 비난 뿐만 아니라 억압된 세월 자체라는 피해를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국가권력의 피해자이기도 한 가해자들은 가해라는 기억을 스스로 왜곡하고 억압하면서 사실을 숨기고 살아가기 위해 과장과 폭력을 달고 산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억압된 기억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번 베트남학살 시민평화법정에도 참전군인들이 보러왔다고 한다. 비록 피해자들이 건내는 손에 응답하지는 않았지만, 이들은 예상과 달리 재판을 방해하지 않고 끝까지 보고 갔다고 한다. 아주 미묘하고 작은 일이지만, 거기서 회복의 첫걸음이라는 기대를 품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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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설계자들 - 학병세대와 한국 우익의 기원
김건우 지음 / 느티나무책방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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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보수우익의 몰락 속에서, '진짜'보수라는 말이 횡행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45년 이후 학병세대를 주축으로 한 '진짜 우익'의 계보학을 그려내고 있다. 산업화VS민주화의 대립 구도 속에서 둘의 대립과 양립이 동전의 양면처럼 정치적 쟁점이 되어왔다. 저자는 이러한 대립구도 너머 산업화와 민주화 양쪽을 근대화라는 이름으로 얻고자 했던 학병세대 우익들을 조명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패한 현실 우익의 실패 속에서 '진짜 우익' 만들기의 측면이 있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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