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나뭇잎 일기 : 열두 달의 빛깔 - 열두 달의 빛깔
허윤희 지음 / 궁리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펀딩으로 구매해서 읽고나서 보니 몇해전 뮤지엄 산, ˝식물의 방˝전시회에서 감명받았던 바로 그 작가님의 책이었읍니다.
식물과 문학을 좋아하는 한 독자로 한장 한장에 담긴 잎, 글귀에 한없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월든을 인생책이라고 하셨는데 저에게도 그러하니 이 책이 더 마음으로 와닿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최승자 지음 / 난다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다리던 책이 오늘 도착했고 단숨에 읽기시작했다. ˝내가 살아있다는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던 시구에 얼마나 매료당했던가.
우울하고 슬픈 문장들,
표지의 시인은 움푹패인 볼에 담배를 물고 있다.
인생자체가 슬픔이고 고독이련가,
시인이 건강하기를, 글을 계속 만날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녕, 나의 한옥집 - 내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안녕, 시리즈 1
임수진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안녕시리즈 1권으로, 밤호수님의 나의 한옥이야기가 출간되네요~
이 가을,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표지도 한옥이야기를 이미 이야기하고 있는듯, 느리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겨있을거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파리의 플로리스트
이정은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침에 출근하는 길이 이런 직업이라면 늘 꽃길처럼 설렐까? 일요일 오후부터 슬슬 기분이 나빠지는 월요병도 없을 것같은, 내 기준에 아름다운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직업명은 단연코 '플로리스트'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도 '파리 + 플로리스트'의 조합이라니, 아름다움과 더한 아름다움이 두 겹으로, 두 배로 만났다는 느낌에 그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설렘이 인다.

파리는 가본 적이 없는 예술의 도시이자, 버킷 여행지 리스트에 들어있는 곳이고, 플로리스트는 좋아하는 꽃들에 둘러싸인 직업이니, 내 상상은 금세 직업과 공간이 주는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 찬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직업에 대한 오해와 몰이해는 얼마나 빈번한지, 나는 EBS프로그램 <극한직업> 이라는 프로를 보면서 자주 느끼곤 했다.

우리가 보는 플로리스트는 지극히 아름다운 꽃들에 쌓여있는, 그저 꽃 같은 모습뿐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래도 플로리스트는 아니겠지 했지만, 예외 없이, 오리의 물아래 쉼 없는 발길질 같은 남모르는 고단함이 있다.

무거운 작업물과 화분들을 번쩍번쩍 들어 올리고, 버거운 큰 화병에 물을 가득 담아 옮기고, 행사가 끝난 뒷자리를 마지막까지 정리해야 하는 일,

겨울에도 꽃의 적정 온도를 위해 난방 한번 맘 편히 켜지 못하고 눈사람처럼 옷을 껴입고 핫팩에 손을 녹여가며 일하는 모습들은 꽃에 가려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우아하게 예쁜 것만 보고 담으면 좋으련만 이면에는 불편한 부분들 역시 존재한다. 프랑스에서는 플로리스트를 흙과 식물 그리고 꽃으로 연결되는 모든 작업들을 아우르는 장인, 아티스트로 구분 짓는다" P104


인생의 여정은 아주 우연한 계기로 아이러니하게 열리기도 한다는 것을 이 책의 저자 "이정은" 플로리스트는 보여준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분명히 알고 전 생애에 걸친 커리어를 설계하는 청년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남들 다 가는 대학을 가는 것도, 전공을 택하는 것도 그저 점수에 맞추거나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깊고 진지한 고민 없이 들어서는 경우를 자주 본다.

뒤늦게라도 돌고 돌아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직시할 수 있다면 그래도 다행한 일이고, 평생에 걸친 자신의 직업이 좋아하는 일로 채워진 행복한 나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생이 참 아이러니하다. 먼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올라탄 것처럼. 항해 목표를 다 짜놓고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서 우회한다. 그리고 조금 멀리 돌아가는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희로애락을 맛본다. 20대 중반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30대를 위한 또 다른 선택을 하기까지 계획에 없던 일들로만 채워졌다. 그 선택 뒤에는 희생과 포기해야 할 것들이 사은품처럼 꼭 따라왔다" 147


플로리스트 '이정은'은 우연히 26살 청춘의 나이에 한국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워킹 할러데이로 일본 도쿄로 갔다. 일본에서 아르바이트 등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마음치유 목적으로 플라워숍에서 주말에 꽃을 배우며 꽃에 빠졌다.

우연히 떠난 파리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꽃을 공부하겠다며 일본 생활을 접고 건너가 앙제에 있는 <피베르디에르> 학교에서 플로리스트 과정을 밟게 된다. 프랑스어를 배우고, 플로리스트로 파리에서 새로운 30대의 인생을 살게 된다.

"수많은 플로리스트들을 거치며, 아름다움의 기준이 플로리스트들마다 다르며 그에 따른 스타일도 확연한 차이를 지닌다는 것을 느꼈다. 즐겨 사용하는 소재와 컬러는 물론이거니와 꽃에 대한 철학과 플로리스트로서 성장해야 하는 방향성도 다 다르다. 하나 그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 모두 꽃을 통해 사랑과 치유를 얻고 또 전달하는 것이다" P122


방송작가로 평생을 일하다 정원의 평온과 고요함에 위안을 받고, 우연히 뭔가에 끌린 듯 영국으로 가드닝을 배우러 떠난 오경아 가드너의 이야기도 떠올랐다.

인생의 여정은 그래서 늘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숨 쉬는 사람들한테는 흥미로운 한 세계를 열어주기도 하는 것 같다.

"늘 그랬듯 발길을 멈추게 만드는 꽃들이 가득한 매대에서 좋아하는 계절 꽃을 고른다. 초여름이면 아직 작약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상관없다. 향기 가득한 이브 피아제 한 다발에 적당히 향기를 돋우는 유칼립투스를 섞어 화병에 꽃아두면 한 달 뒤 퇴실할 때 드라이플라워로 남겨둘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매주 다양하게 바뀌는 꽃을 고르는 재미를 발견하고 싶다. 하루 내 좋아하는 요리들로만 해 먹으면 좋겠다" P222

자주 들르는 단골 화원 집에 나처럼 식물을 좋아하는 여인들이 손님으로 왔다가 가드닝의 꿈을 안고 아르바이트생을 자처해서 배우러 찾아오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런데, 단 하루를 못 버티고 그만둔다고 한다.

보이는 것을 넘어선 고단함까지 아울러 견디고 좋아할 수 있는 순수한 열정이 없는 한, 그것이 직업으로까지 연결되는 일은 쉬이 주어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봄이다. 플로리스트처럼 꽃 한 다발 사 와서 이렇게 저렇게 매만져 화병에 봄을 불어넣는 이 계절이 좋다.




인생이 참 아이러니하다. 먼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올라탄 것처럼. 항해 목표를 다 짜놓고도 예상치 못한 난관에서 우회한다. 그리고 조금 멀리 돌아가는 과정에서 예정에 없던 희로애락을 맛본다. 20대 중반 내가 선택한 길 위에서 30대를 위한 또 다른 선택을 하기까지 계획에 없던 일들로만 채워졌다. 그 선택 뒤에는 희생과 포기해야 할 것들이 사은품처럼 꼭 따라왔다
- P14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61년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앞으로 40년 뒤, 2061년쯤이면 일론 머스크의 꿈이 상용화되어 사람들은 우주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있을까? 인공지능 로봇 동료가 옆자리에 앉아 있고, 인사고과 평가도 인공지능 상사가 하고 있을 수도 있는 세상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이 빠르게 진화하는 세계에서 2061년쯤이면 우리의 한글은 어떤 형태로 기계어와 병행하고 있을까?


눈깜짝할 사이에 100년전의 세계로, 고구려나 조선시대로 시간을 거슬러 내려가 탐사여행을 한다면? 타임캡슐을 타고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것은 인간의 영원한 꿈이고, 시들지 않고 흥미로운 영화나 소설의 소재이기도 하다.

1993년 발간된 소설 <영원한 제국>, 이인화 작가의 장편소설은 10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이고, 당시의 들뜨게 읽었던 마음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낡은책 한권이 우리집 책장에 자리하고 있다.


영원한 제국의 소설가가 쓴 새로운 장편소설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번에는 세종이 창제한 한글을 소재로 2061년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니 읽기 전부터 몹시 궁금해졌다. 2061년의 소설 현재 공간에서 1896년으로, 다시 어느 해일지 모를 시간에 깨어난 주인공, 심재익의 시간여행을 따라가며 읽다보니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다. 소설은 일단은 정말 재미있어야 한다.

조지오웰의 <1984>에 영감을 받았다는, 그가 펴낸 장편소설 <2061>년에서는 요즘 뜨거운 화두들, 인공지능, 팬데믹, 바이러스, 기계언어같은 단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2061년에서 1896년으로 시간여행중에, 주인공 심재익은 친일파인 이완용을 쏴버리고 타살되어 2053년에 깨어난다. 그는 시간여행자로 '살라리엔 관통선'이라고 불리는 타임머신을 타고 42회나 과거로 여행했던 사람이다. 소설의 현재공간은 2061년, 시공간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뉴욕주 브라이슨 연방교도서에 8년째 수감중인 전직 교수다. 의대를 나와 의사면허가 있고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인문대에서 받은 복수학위로 초공간 역사학과 교수를 지냈다 (그의 관심사는 한글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1896년이고 그중에서 제물포만 연구했다).


2061년은 이도리안인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다. 세상은 2020년부터 많은것이 사라지고 무너졌다. 기후위기, 거대산불같은 생태계의 파괴, 공장형 가축사육등으로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진화해서 주기적으로 팬데믹의 소용돌이에 빠진 지구는 대분열의 위기를 겪었다.

2040년은 내전시대였고, AI의 장난이 개입된 전쟁으로 한국은 그 와중에 전략핵이 한국땅에 떨어지고 원자력발전소의 폭발로 인해 2049년 이미 멸망해서 유대인처럼 뿔뿔히 흩어져 살고 있다 (소설이지만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끔찍하다).

"이제 인간은 모든 사법적 판단과 현실문제의 해답을 인공지능에게 배워야 했다. 더 이상 인간이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P67

수감중인 어느날, 인공지능 미국대통령인 다말 알린스키의 제안을 받는다. 잃어버렸던 가족을 다시 찾고, 팬데믹을 막고, 역사를 되돌릴수 있고, 4년 남은 형기도 사면될수 있다는 말에 다시 시간여행 탐사자의 길에 오른다. 탐사자들은 '검은 사막'이라고 불리는 비틀린 시공의 허수의 공간을 지나 과거로 들어가고, 누군가의 몸을 빌어 역사의 현장을 목격후 의식을 수습해서 현재로 돌아온다.


30분이면 배울수 있는, 알기 쉽고, 쓰기 쉽고, 읽기 쉽고, 입력하기 쉬운 문자입니다........

여기 제가 좋아하는 이도문자의 시 하나를 인용하고 싶습니다. -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팍팍 눈이 나린다 - 그들은 사랑하면 눈이 내린다고 믿었습니다. 사랑이 우주를 움직인다고 믿었습니다." P51

한달뒤 출현할 거라고 예상되는 '아바돈'이라는 치명적인 최악의 21세기 코로나바이러스, 치사율은 55-95퍼센트 이상이며 인류의 멸망까지 야기할 바이러스다.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와 가장 비슷한 균주인 바이러스 데모닉이 1896년 조선에 있었다. 재익은 시간여행을 떠나 데모닉의 표본을 가져오고 훈민정음 해례본을 태워버려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재익은 37세의 정 3품 경무관 박진용의 몸을 빌어 과거의 탐사자로 1896년 조선에 침투한다. 탐사자가 과거로 전송되는 시간은 겨우 5분, 자신의 모든 정체성을 잃는다.


한글이 기계어를 포함한 모든 전세계의 언어의 언어를 포괄하게 된 소설의 전개는 너무도 흥미롭고 생각만으로도 자랑스러운 기쁜 상상이다. 따라서, 2061년의 이도리안에게 1896년의 조선은 성스러운곳이다. 세종 이도가 1443년 발명한 이도문자가 최초로 사회적 공식문자가 되고, 지구 보편문명의 꿈이 시작된곳이기 때문이다.

천지자연의 소리는 모두 언어이기에 천지자연의 문자가 있다는것이 이도의 생각이었고 이도문자는 만물의 소리를 적는다.

"인공지능시대가 되자 각양각색의 발성기관을 가진 기계들이 자기생각을 표현했다. 기계들의 현란하리만큼 다양한 흡착음, 당김음, 기식음, 떨림음, 공명음 앞에 로마자는 무용지물이었다. 어떤 기계는 음고와 억양만으로 수백 개의 다른 단어를 만들었고 어떤 기계는 배음없이 최소한의 진동수를 갖는 바탕음만으로 말했다.

이도문자뿐이었다. 세종 이도가 1443년에 발명한 이도문자는 초성 중성 종성을 결합하여 398억 5677만 2340종의 분절음을 표시할수 있었다" P14


소설속 2061년은 분열의 극치다. 이도문자의 휴머니즘을 따르려고 하는 이도 우파의 미국 대통령 '다말',인간이 우월하다고 보는 반 이도파, 또, 인공지능 '에마'의 '국제방역연합', 즉 이도 좌파가 얽혀, 역사를 바꾸려고 한다. 미대통령 '다말'도 누가 진정한 이도의 계승자인가를 놓고 치열하게 에마와 주도권 다툼을 벌여왔다.

3개의 세력은 아바돈 바이러스의 원형인 데모닉과 이도문자의 훈민정음 해례본이 나타났던 제물포로 모여든다. 심재익처럼 시간여행을 해서1896년의 인물들을 숙주로 하여 모여들고, 전염성 바이러스로 (데모닉)로 사망한 영국인을 둘러싸고 음모와 스릴이 반복된다.

데모닉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덩어리를 2061년의 연구자들은 불순물을 제거해 중합연쇄반응기법으로 증폭시켜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재구성하려고 한다.

AI가 지배하는 '이도의 무지개'는 세계의 독재자처럼 인간을 지배한다. 바이러스의 모든 내용들을 이도문자로 적어 바이러스의 위기를 대응하려고 하는 '이도의 무지개'는 일종의 AI 방역시스템이다. 전지구적 방역시스템으로 인간, 동물, 식물, 기계, 토양, 바다, 공기등 7개의 영역에서 센서로 모든 소리를 듣고, 이도문자로 표기해 바이러스의 변화와 전파를 막는역활이다. 이도문자의 해설인 훈민정음 혜례본이 핵심, 이 훈민정음 혜례본을 없애버리거나, 가져야 하는 각기 다른 상황들이 얽힌다.

"이도문자의 원리가 완전히 사라져야 인공지능의 자율성과 법적 지위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본문만이 아니라 세종실록에 있는 서문과 예의도 안됩니다. 서문이 본문으로 가는 도약대니까요." P265.

한글이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서"라고 발명되게 된 진짜 배경, 훈민정음 해례본이 뒤늦게 1940년에서야 공개되게 된것, 여진족과의 관계같은 숨겨진 비밀을, 그것이 어느정도 사실에 근거하든 작가의 추론에 근거했든 흥미로운 전개의 연속이다.


1940년에 공개되었던 훈민정음해례본을 1896년에 공개했다면, 인간집단 지성의 도약시기가 더 앞당겨지고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작가의 상상은, 읽는 이조차 아쉬움을 담게 한다. 한글의 '문자학적 사치'를 누리는 민족이라는것이, 언젠가 한글이 인공지능기계어조차도 아우를 범세계적 언어가 되는 상상만으로도 소설읽기의 즐거운 상상은 충분했다.

"지금 이 책이 공개된다면 한국인들은 반세기 더 일찍 이도문자의 힘을 갖게 될 것이오. 그렇게 되면 이 사람들은 가장 인공지능에 친화적인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 인간과 인공지능이 같이 일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을 찾아낼 것이오. 데이타 저작권료를 기본소득처럼 받는 서민들의 집단지성이 자본과 기술에 의해 사람이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재설계할 것이도..." P370


과거로 돌아가 AI의 언어인 이도문자를 없애면 아바돈이라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도, 핵전쟁같은 비극도 없을지도 모른다. 심재익은 1896년으로 돌아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태워버리라는 임무를 어떻게 마무리 했을까. 인공지능에게 예속되지 않기위해 이도문자를 없애는 것이 나을일인가? 팬데믹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위해 이도문자의 원본인 해례본을 태워버리는것이 나을일인가.

재익은 2061년도, 1896년도 아닌, 어느해쯤에 어렴풋한 본래 본인의 의식으로 환청같기도 현실같기도 한 세상으로 서서히 깨어난다. 주변에는 젊은 여자들이 조잘대는 한국말이 들려오는.

외래어같은 축약어와 속어들이 넘치는 시절, '문자학적인 사치'를 누리는 민족이라는 자부심에 대해 생각해본다.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들려오고 쓰여지는 이도문자가 영원히 이어지고 확장되는 시공간의 꿈을. 그러면서도, 1896년의 제물포를 돌아보며 심재익이 말하는, 그런 진심으로 연결되는 곳을 꿈꾸는 것은 너무 지나친 욕심일까?

"사람들이 오늘날처럼 파편적으로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머물고 연결되는 곳, 오래된 마을과 길 자체가 살아 있어서 모두가 함께했던 순간을 생생하게 공유하는 곳" P83


사피어 워프의 가설은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하며 언어가 바뀌면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운명이 바뀝니다. 문자는 그것이 표기하는 언어에 영향을 미치죠. 그러므로 문자에 손을 쓰면 언어가 바뀌고 역사가 바뀝니다. - P6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