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곰히 씹어먹는 책

인식론 - 햄린
D.W.햄린 / 서광사 / 1989년 4월

인식론입문강좌의 주교재였기 때문에 햄린의 인식론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학교 수업의 교재로 채택된 점이 말해주는 것처럼, 다양한 인식론 입문서중에서 이 책이 갖는 장점은 근세의 데카르트부터 현대의 비트겐슈타인이나 에이어에 이르기까지 인식론의 주요 문제들과 철학자들의 사상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저자가 특정한 입장에서 저술한 것이 아니라 그 비중에 따라 다루면서 각각의 견해에 대한 비판을 소개하고 있어서 근대이래의 인식론의 논의들과 어떻게 전개되어왔는가를 한 권으로 살펴보는데 있어서 가장 적합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각각의 장이 족히 여러 권의 책이 될만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인식론을 공부하려고 시작하는 분이나 쉬운 입문서를 찾는 독자들에게는 인내심이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이 책에서 충분히 다루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김기현의 '현대인식론'을 참고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또 활자가 작고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편집과 여러 번 읽어도 의미가 명확하지 않은 문장들은 이 책의 단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