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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jin's Book Story

1. 마치 박사의 네 아들(브리지트 오베르, 양영란 역. 엘릭시르. 2024. 320쪽)

: 이전에 일했던 집들에서 모두 도둑질을 했던 가정부 지니. 지금은 과거를 숨기고 시골의 마치 박사 집에서 일하고 있다. 마치 부인의 방을 정리하다가 부인의 모피 코트를 입어보던 중, 코트 아랫단에서 수상한 쪽지를 발견한다. 바로 살인을 고백한 쪽지. 글을 쓴 사람은 이 집의 아들들 중 한 명. 의사가 되려는 클라크, 음악을 전공하고 있는 재크,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마크, 공대생 스타크. 이들 중 누가 과연 어릴 때부터 살인을 해왔으며 지금도 단순히 자신의 재미를 위해 여성들을 죽이고 있는가? 처음엔 호기심이었던 지니는 점점 살인자의 섬뜩한 일기 내용에 매몰되고, 끊었던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스포)


이게 그러니까.... 범인은 내가 예측했던 사람이 아니었고(어쩌면 당연) 사건의 진실도 좀... 제목과 표지가.... 하아.... 이거는 좀 아니지 싶다. 이걸 트릭이라고 할 수 있나? 서술 기법이라든가, 반전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 않나? 물론 추리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알아챘을 수도 있다, 그것도 아주 쉽게. 그러니까 이 책은 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시시하고 나처럼 감이 없는 사람에게는 허무한 내용이다. 글은 잘 쓰는데 내용상으로는 좀 비겁했다고 말하고 싶다. 



2. 오해가 없는 완벽한 세상(최정화. 마음산책. 2021. 204쪽)

: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짧은 이야기들이었고 처음부터 이들에게 공감하거나 이들을 이해하기 보다는 그저 그들의 세상이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해서인지 오히려 이질감이 없었다. 보통 다른 단편들을 읽을 땐 그러지 않는데, 이 작품집은 처음부터 왠지 내 이야기가 아닐 것 같았고 - 표지의 영향이었을까? 평소엔 표지 그림에 그다지 신경을 안 쓰는 편인데 이 작품집은 표지 그림이 이상하게 생경한 느낌이었다 - 어딘가에서 살고있음직한, 하지만 어쩌면 소설 속에서만 있을 것도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아주 묘한 매력이 있는. 



3. 호수 속의 여인(로라 립먼, 박유진 역. 아르테. 2024. 396쪽)

: 매디 슈워츠는 갓 스무 살에 남편과 결혼을 한 후 성실한 전업주부로서 살아왔다. 아들 세스를 정성들여 키워냈고 남편 뒷바라지도 잘 해왔다. 어느 날 남편이 운동을 하다 만났다며 고등학생 때 자신을 쫓아다녔던, 하지만 지금은 앵커로 성공한 남자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고, 그가 자신과의 과거를 각색하는 걸 참고 들어주던 중 자신이 어릴 때부터 가졌던 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고, 더 늦기 전에 남편을 떠나기로 한다. 집을 나와 방을 얻지만 자신의 능력으로는 치안이 허접한 동네에 있을 수 밖에 없고, 아들마저 자신을 따라나오지 않겠다고 하자 충격을 받지만 곧 머리를 잘 써서 어느 정도의 자금을 확보했고, 그 과정에서 경찰 애인도 사귀게 된다. 그러던 중 동네에 열 한 살 소녀가 실종되는 일이 생기고 수색대에 합류한 매디는 안면을 터 두었던 보석가게 점원 주디스와 함께 시신을 발견한다. 이걸 알고 자신을 찾아온 지역 양대 신문사 중 하나에서 일하는 칼럼니스트 보브에게 정보를 준 후 신문에 이름이 실리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실종된 소녀를 살해한 용의자에게 편지를 써 자신만의 정보를 확보한 후 신문사에 들고 간다.


1960년대 미국 소도시의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매디의 생활이 변화하며 매디가 성장하는 모습과 '호수 속의 여인'인 클레오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더라도 당시에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을 많지 않았고 더군다나 오랜 시간 전업주부로 살았던 여성이 신문 기자가 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매디는 해낸다. 자신만의 요령과 노력과 추진력으로. 솔직히 말하면, 매디가 이만큼의 추진력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그녀의 미모가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아름다운 여성으로 살았고 자신의 얼굴이, 행동이 상대방에게 늘 호감을 샀다는 걸 알고 있는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그녀의 원동력이었던 것. 그럼에도 주관이 뚜렷한 그녀가 나아가는 길은 통쾌함을 준다. 이 이야기는 성차별 외에도 당대의 인종차별 풍조와 옐로 저널리즘도 다룬다. 비록 매디가 가는 길이 정의구현은 아닐지언정, 그녀를 응원하게 되는 건 이러한 시대 배경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길을 확실히 알고 발걸음을 내딘 그녀가 주는 대리만족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사건의 진실이 품고 있는 작은 반전도 흥미로웠다. 



4. 꽃 달고 살아남기(최영희. 창비. 2015. 248쪽)

: 감진 마을 유일한 청소년 진아. 온 마을 사람들이 진아에게 모든 신경을 쓴다. 진아는 일흔 여섯 살 엄마의 업둥이 딸이다. 17년 전 대문 앞에 놓여 있던 진아를 엄마와 아빠가 거뒀다. 현재 진아는 읍내에서 하숙을 하며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은 집에 와서 마을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여야 한다. 이번 주말에도 고향 마을에 온 진아는 집 밖 평상에 모여 있던 마을 어른들에게 얼굴 보이러 나가려는 참인데, 자기 이름이 들린다. 장터를 떠돌아 다니는 미친 여자 꽃분이와 갈수록 닮아간다며. 꽃분이가 진아의 친엄마인 걸까? 진아는 갑자기 나타난 중학교 동창 신우와 함께 꽃분이를 찾아 사실을 확인해 보려고 한다. 5일장이 열리는 장터마다 찾아다니는데 상인들에게 꽃분이에 관해 물어볼수록 상인들은 엉뚱하게도 진아에게 병원에 가보라고 하고, 곁의 신우는 자꾸만 상인들에게 덤비려고 한다.


제목이 진짜 이런 뜻일 줄이야. 진아의 앞날이 쉽지는 않을 걸 알기에 즐겁기만 한 기분으로 책장을 덮은 건 아니지만 진아가 씩씩해서 맘이 덜 무겁다. 다만 난 애매한 건 싫어서, 결말에서 끝까지 보여줬으면 좋았을 걸 싶기는 하다. 단순히 진아의 자아 찾기를 넘어서 청소년 그루밍 범죄와 세상의 편견, 좋은 어른의 요건까지 골고루 건드린다. 청소년 대상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좋을 이야기였고, 출간된 지 좀 되긴 했지만 꾸준히 청소년들에게 읽혔으면 하는 소설이었다. 



5. 메일맨(스티븐 스타링 그랜트, 정혜윤 역. 웅진지식하우스. 2026. 404쪽)

: 팬데믹이 시작되던 시기, 저자는 전화로 해고를 통보받는다. 저자의 직업은 마케팅 컨설턴트. 고향 마을에서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살면서 공유 오피스를 두고 주로 출장을 다니며 일하던 저자는 졸지에 직업 뿐 아니라 의료 보험까지 잃었다. 문제는 저자가 암 치료 중이었다는 것. 당장 의료 보험이 필요했던 그는 우체국 시골 배달부로 일하기 시작한다. 시골 배달부는 단어 그대로 주로 시골 지역을 돌아다니는 배달부이다. 잘 갖춰진 우편함에 우편물을 밀어 넣기만 하면 되는 도시 배달부와 달리 길과 우편함이 제각각이라 쉽지 않다. 길을 외우는 것도 힘들지만 그전에 우편물 분류부터가 문제다. 게다가 저자는 평생을 책상 앞에서만 일해 왔다. 이 책에는 저자가 단순히 초보 배달부로서 뿐 아니라 팬데믹 시절에 '배송'을 담당하는 사람으로서 겪었던 많은 우여곡절 에피소드와 사람과 사람 사이, 그리고 물건에 대한, 동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꽉 차 있다. 


읽는 내내 자주 깔깔대며 웃었다. 저자가 특별히 유머러스해서라기 보다는 -  저자는 '웃음'을 목표로 글을 쓰지는 않았다 - 상황이며 사람들이 꽤나 웃겼기 때문이다. 저자는 물론 진지함도 잃지 않는다. 처음 하는 일의 힘듦과 그럼에도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자신이 돌봐야 할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버티는 건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일 지도 모르지만 저자의 디테일한 자료 조사과 이 책 곳곳에서 배어나오는 저자의 깊은 사유는 이 책을 그리고 저자의 (임시적이었을지라도) 직업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흔히 하는 말로 '인생이 레몬을 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라고들 한다. 난 이 문장을 처음 들었을 때 맙소사, 레모네이드도 싫으면 어떻게 해? 라고 생각했었다. 아예 레몬으로 된 모든 게 싫은데 삶이 레몬만 주면 어떡하냐고! 저자는 레모네이드에 설탕을 넣는 법을 가르쳐 준다. 아니 꼭 설탕이 아니더라도, 레몬을 싫어하는 사람도 레모네이드를 먹을 만 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찾는 방법을 보여준다. 그건 저자처럼 사랑하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아니면 특정 물건이거나 혹은 그냥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하는 소소한 무엇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하나만 있다면 시디신 레몬도, 취향이 아닌 레모네이드도 꿀꺽 삼킬 수 있게 될 것이다. 



6. 타운하우스(전지영. 창비. 2024. 300쪽)

: 마냥 선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악하지도 않은, 약간의 선의와 범법이 되지 않을 정도의 악의를 지닌, 마치 나같은 인물들이 바라보는 세상. 결말도 그에 걸맞게 적당히 현실적이고 적당히 힘들다. 그래서 읽고 나서 마냥 편하지도 마냥 괴롭지도 않았다. 세상에 대해 꽤나 정확하게 보는 눈을 가진 작가. 삶은 그런 것. 



7.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임태운. 시공사. 2021. 316쪽)

: 아이디어가 매우 좋은 SF 소설집. 하나하나가 다 신선하다. 가벼운 소재들이지만 그 안에서 외(국/계)인에 대한 차별, 성역할 고정관념과 차별, 학교 폭력 등 사회문제를 조금씩 건드린다. 가장 재밌었던 건 표제작. <로봇이라서 다행이야>는 조금 슬펐다.



8. 김밥천국 가는 날(전혜진. 래빗홀. 2025. 352쪽)

: 김밥천국으로 대변되는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만만한' 식사들. 그 메뉴를 중심으로 삶을 이야기한다. 사실 이야기들은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라서 딱히 더 재밌거나 흥미롭지는 않았다. 음식과의 연결이 조금 특별했을 뿐. 그것도 그냥 아 이렇게 연결짓는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다. 하지만 글솜씨가 나쁘지 않았고 모든 이야기를 아우를 줄 아는 작가라는 느낌이 들어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했다. 



9. 지구로부터의 편지(마크 트웨인, 윤영돈 역. 베가북스. 2005. 127쪽)

: 사탄이 아직 천사이던 시절, 사탄은 그 본성을 참지 못하고 이제 막 천지창조를 끝낸 하나님을 비꼰다. 그 벌로 지구에 유배를 가게 된 사탄이 동료 천사 가브리엘과 미카엘에게 인간 사회의 이상함을 일일이 써보낸 편지 11통이다. 단순히 인간의 사회적인 우스꽝스러움 뿐 아니라 후반부로 갈수록 인간이 만든 기독교의 오류와 모순을 지적한다. 진짜 하나님이 아닌 인간 자신이 원하는 신의 모습을 한, 기득권자만을 위하는 신. 저자 특유의 블랙 유머와 시니컬함이 가득하다. 세상의 중심은 인간이라는 오만함과 성에 대한 터부, 인종 차별, 성차별 등 이 책이 쓰여졌던 120여 년 전과 비교해도 별반 나아지지 않은 문제들에 대한 사탄의 비판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10. 어른의 미래(편혜영. 문학동네. 2025. 224쪽)

: 불편하고 불안하고 억울한 어른들. 맵고 짜고 시큼한 이야기들이다. 내 삶이 달달했다면 이 이야기들이 좀 덜 맵고 덜 짜고 덜 시었을까 생각하니 그것도 아니었다. 원인은 '나'일 수도, 타인일 수도 있고 환경일 수도 있고 사회일 수도 있다. 내가 당한 일에 대해 되갚아 주기도 하고 엉뚱한 사람을 힘들게 하기도 하고, 그저 자신만 만족하는 소심한 복수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버티고 견디는 게 어른의 삶. 책 속 누구도 지금의 이런 어른이고 싶지는 않았을, 하지만 이대로 살아내야 하는. 



11. 감정의 혼란(슈테판 츠바이크, 김선형 역. 세창미디어. 2022. 243쪽)

: 화자(롤란트)는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거둬 추밀고문관의 자리에 오른 학자이다. 그는 환갑 기념 논문집을 받은 후 자신의 젊은 날을 회상한다. 지금의 위치는 상상할 수 없었던, 치기어리고 미숙했던 젊은 날을. 그는 처음 대학을 진학하자 대도시의 환락에 쉽게 휩쓸린다. 여자, 술, 친구들과의 오락에 빠져 학업은 등한시하던 중, 갑자기 아버지가 방문하자 침대에 함께 있던 여자를 허겁지겁 보내는 일이 생기고, 이를 계기로 수치심을 강하게 느낀 그는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지방의 한적한 대학 도시로 적을 옮기기로 한다. 그곳에 도착한 첫날, 그는 학생들에 둘러싸여 엄청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활발하게 토론을 하던 한 교수를 보게 되고, 그 교수를 자신의 지도교수로 삼고자 한다. 그에게 받아들여지고 그와 같은 건물에 세들어 살게 된 롤란트는 거의 매일 저녁 교수와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하며 지식과 지혜를 쌓아간다. 하지만 교수의 태도는 기복이 심하다. 그와의 토론에 심취하다가 어느 순간 싸늘해 지며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다음날이면 아무렇지 않게 전날의 토론을 이어가기도 한다. 


읽으면서 반신반의하긴 했지만 결국 내 예상대로이기는 했다. 가엾은 교수, 가엾은 부인, 가엾은 롤란트...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교수의 저작이 제대로 출간됐는지 그게 제일 궁금하기는 했다. 그러니까, 1부 뿐 아니라 전체가.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그토록 뛰어난 생의 업적을 앞에 두고도 감정 때문에, 마음 때문에 결국은... 하지만 롤란트가 없었더라면 교수도 그만큼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킬 수 없었겠지. 인류 전체에게도, 한 인간에게도 아쉬울 수 밖에 없는 감정의 혼란. 과연 운명은, 아니 인간 자신은 인간을 어디로 끌고 가는지...


ps. 내용과 별개로 번역, 편집, 교정이 너무 엉망이어서 읽기가 힘들었다.



12. 비밀의 책(안나 마촐라, 유소영 역. 인플루엔셜(주). 2026. 436쪽)

: 17세기 로마, 전염병이 휩쓸고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내에 죽은 뒤에도 살아있는 것처럼 뺨이 붉고 피부가 하얀 시신에 관한 소문이 돈다. 신의 도시 로마에 악마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도는 걸 경계한 당국은 초보 수사 판사 스테파노에게 이를 조사하라 명하고, 스테파노는 의사 마르첼로의 도움을 받아 조사를 시작한다. 유족 면담을 진행하던 이들은 유족인 아내들이 모두 학대받은 흔적이 있음을 발견한다. 사실 이들 죽은 자들은 모두 지롤라마라는 여성이 제조하는 '아쿠아'를 먹고 죽은 자들이다.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한, 도움을 청할 곳 없이 끝까지 몰린 가여운 아내들이 지롤라마에게 도움을 청한 것.


(약스포)


읽는 내내 화가 났다. 폭력에 희생당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읽는데 평온할 수는 없겠지만, 그리고 시대상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결말까지 뭐 하나 속 시원한 게 없다. 물론 글은 잘 썼고, 저자가 책 뒤에서 밝혔듯 자료 조사도 철저했으며 당대의 역사적 사실을 크게 왜곡하지 않고 적당히 가공해서 잘 전달했다. 하지만.... 왜 여성에게는 자식이, 가족이, 사랑하는 사람이 약점일 수 밖에 없나. 모든 게 자식을 두고 협박당한 여인의 한 마디에서 잘못되기 시작했다는 게 난 너무나 슬펐다. 그녀가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그걸 약점으로 잡고 협박한 인간이 잘못이긴 하지만... 사회는 그때나 지금이나 기득권자의 이익을 위해서 돌아가고, 가진 게 없는 이들을 위한 시스템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다. 그래도 소설 속에서나마 약간의 희망이 남아 있었다는 데에서 위안을 받아야 하나. 



13. 우리 세희(조해진. 현대문학. 2026. 176쪽)

: 연주는 런던에 취재차 왔는데, 도착하자마자 '센세'에게서 '선생님'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는다. 재일동포인 엄마가 돌아가신 후 연주에게 센세와 선생님은 마음을 기댈 유일한 사람들. 연주는 선생님과 센세를 처음 만났던 순간들과 엄마와의 추억, 그리고 한국에서의 엄마의 삶과 선생님에게서 들은 일본에서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린다.


늘 그렇듯 이 작가는 적은 분량에도 이야기를 진하게 응축시키는 힘이 있다. 이 책도 마찬가지. 재일한국인들이 일본 패망 후에도 일본에 남을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이나 그곳에서 받은 차별 대우, 시간이 흘렀지만 오히려 애매해진 사회적 지위 등을 연주의 회상을 통해 풀어낸다. 사실 재일한국인 이야기는 그동안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약자들의 이야기 중 하나이다. 이 작가가 아니었다면 누가 이렇게 쓸 수 있었을까. 무지했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 약자로서의 삶은 어느 나라든 쉽지 않겠지만 고국에서조차 밀려난 삶이라면...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으로, 읽는 것으로 그들에게 작으나마 힘이 되어주고픈 맘이 들었다. 



14. 먹는 기쁨에 대하여(한은형. 인플루엔셜. 2026. 352쪽)

: 먹는 것이 진심인 작가의 음식 에세이. 작가는 어릴 때부터 대식가인 식구들 틈에서 열심히 먹으며, 본인만의 취향과 정확한 입맛을 키우며 살아왔다. 지금도 제철 음식과 영화 속 음식, 파인 다이닝은 물론 고향이 아닌 타지역 명절 음식 등 꽤나 본격적으로 먹는 기쁨을 잘 구하며 잘 살고 있다. 읽는 내내 감탄한 게, 나도 먹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입맛이 저렴하고 귀찮음이 큰 터라 그렇게까지 먹는 것에 아니 식사 준비에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는 게 신기했고 식재료 얘기를 하며 신나하는 게 느껴져 나도 같이 즐거웠다. 제대로 미식가로 살려면 정말 부지런해야 하는 거구나... 사실 먹는 얘기는 언제 읽어도 즐겁다. 입이 짧은 사람이 쓰는 경우가 거의 없고 - 혹시 있다면 추천 좀... - 자신이 좋아하는 걸 얘기하는 글들이 모두 그렇긴 하지만 특히나 더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게 행간에서 읽혀서 더욱 그렇다. 이 책도 읽는 내내 재밌고 즐거웠다. 



15. 마지막 모든 두려움(알렉스 핀레이, 배지은 역. 현대문학. 2026. 576쪽)

: 맷은 밤새도록 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외투와 휴대폰도 잃어버린 채 기숙사로 돌아오는데, FBI 요원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 봄방학을 맞아 멕시코로 여행을 간 가족들 - 부모님과 여동생, 늦둥이 남동생 - 이 가스 사고로 죽었다는 것. 맷은 곧, 기자들이 몰려올 것을 예감하는데 왜냐하면 맷의 형 대니가 고등학생 때 데이트 상대인 소녀를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복역 중이기 때문이다. 맷은 가족의 시신을 인수하러 멕시코로 가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일이 꼬이고,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묵어야 하는 그에게 바에서 어떤 여성이 접근한다. 


솔직히 말하면, 변영주 감독의 추천사가 아니었으면 읽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근데 재밌었다. 범인은 예상하는 그 사람이기는 했지만 그가 중반 이후에 등장하기도 하고 이야기가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기도 해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한다. 사실 이 책은 오래전, 그리고 최근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옐로 저널리즘과 수사 담당자의 확증 편향으로 인해 누명을 쓰게 된 억울한 피해자, 그리고 과도한 권력욕으로 인한 부가적 희생 등을 균형 있게 다룬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꽤 디테일해서 계속 집중해서 읽었다. 다만 드러난 사건의 진실 자체가 살짝 스트레스여서 좀 괴로웠다. 정말, 그럴 필요까지야...



16.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김하율,홍지운,오정연,이산화,이루카,윤여경,이수현. 에디토리얼. 2019. 320쪽)

: SF 페미니즘 앤솔러지. 어느 것 하나 나쁘거나 재미가 덜 한 건 없었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 마음 깊이 남아 있는 것도 없었다. 사회적 약자의 현재 상황/입장을 이야기하는 게 대부분이라서 답답하기도 했고, 여성 자신보다는 약자에 방점이 찍혀 있기도 해서 더욱 심드렁하기도 했다. 그래도 페미니즘 앤솔러지의 시작이라는 점에서는 점수를 주고 싶다.



17. 블루버드, 블루버드(애티카 로크,박영인 역. 네버모어. 2021. 404쪽)

: 아프리카계 텍사스 레인저 대런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웃을 도왔다가 정직을 당한다. 그에게 로스쿨 동창이자 FBI에서 일하는 그렉이 전화를 걸어 텍사스 외곽의 소도시 리크에서 두 구의 시체가 이 주의 간격을 두고 발견됐다며 조사를 해보라고 한다. 상사에게서 간신히 암묵적 허락을 얻어낸 그는 먼저 흑인 남성의 시체가 발견되고 다시 백인 여성의 시체가 발견된 개울 근처의 카페로 향한다. 죽은 흑인은 변호사이고 백인은 이 마을에 살던,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여성. 대런은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흑백 양측의 반발을 얻는다. 흑인들은 백안시하며 비협조적인 정도지만 백인 남성들, 특히 일종의 KKK단인 텍사스 브라더후드로 의심되는 이들은 폭력까지 행사한다. 거기에 더해 남편이 사고사가 아니라 살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흑인 피해자의 아내까지 나타난다.


현재의 이야기라고는 믿고 싶지 않은 텍사스의 인종 차별 현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정말이지 대런이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당하는 장면장면이 몸서리쳐질 정도로 싫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조사의 진도는 너무 느리다. 게다가 피해자 아내는 왜 달고 다니는 지 알 수가 없다. 함께 힘을 합쳐 조사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방해만 되는데다가 해당 여성의 캐릭터마저 비호감이다. 내가 결혼 생활을 안 해봐서 모르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지가 남편 살아생전 잘 못 해줬던 거 만회하자고 남편 죽은 장소에 와서 남의 남편 휘두르고 쫓아다니는 게 맞는 거야? 물론 결말에 가서는 진실이 밝혀지고 뚝심있게 진실을 파헤친 대런이 결국엔 옳았던 것으로 밝혀지지만 그 과정에서 대런이 뭘 대단히 해냈다기보다는 그냥 소 뒷걸음질치다가 개구리 잡은 격인 거 같은데... 해서 앞으로 이 시리즈는 물론 이 작가도 안 읽을 거 같다. 



18. 우리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준 이유는(곽유진. 고블. 2025. 200쪽)

: 임종의 자리에 누운 노인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포칼립스의 세계에서 한 노인과 함께 걷던 소녀의 이야기를. 소녀는 얼어붙은 세상의 배달원이었다. 소녀가 머물던 지하철 역에서 다른 역까지 노인을 데려다 주는 게 소녀의 임무였다. 식량도 거의 없이 사방이 얼음인 세상에서 늑대의 습격마저 걱정해 가며 소녀와 노인은 폐허가 된 거리를 걷는다. 그리고 노인과 함께 들어간, 예전에 백화점이었던 건물에서 노인은 자신이 젊었을 때 좋아했던 아역 배우의 광고 사진을 보고 소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그 아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연을 맡았던 영화의 이야기를.


단순히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주제이기는 하지만, 중첩된 이야기 속에서 소녀와 노인이 서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그 이야기 속 이야기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구원한다는 게 핵심이다. 노인과 소녀 뿐 아니라 이야기 속 이야기의 두 주인공 또한. 진실도 중요하겠지만, 진실이 무엇이든 더 중요한 건 상처를 치유하는 게 아닐까? 자신도 몰랐던 상처를, 같은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같은 꿈을 꾸는 것처럼(177쪽) 서로를 치유한다면, 얼어붙은 세상 속에서도 한 발자국 더 갈 수 있는 거겠지. 그래서 이건 아름다운 이야기. 



19. 악보가 말하지 않는 것들(김보람. 사농공상. 2026. 320쪽)



20. 이만원만 빌려줘(안보윤. 자음과모음. 2026. 156쪽)

: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만원. 연작 소설집. 한 남자가 아이를 납치하는데, 요구하는 몸값은 겨우 이만원이다. 그는 왜 이만원만 필요했을까? 함께하고자 했지만 결국 인간은 혼자 태어나고 혼자 죽는다. 모두 자신만의 사정이 있고 상처가 있다. 다른 이를 함부로 재단해선 안 되지만 속사정 모르고 쉽게 내뱉는 말들은 항상 주위를 떠돈다. 작가의 에세이가 가장 희망적이었던 책. 이 작가의 잘 벼려진 시선이 그날따라 많이 슬펐다.



21. 나무 : 삶과 죽음의 이야기(데이비드 스즈키,웨인 그레이디. 이한중 역. 더와이즈. 2024. 296쪽)

: 나무 더글러스퍼의 일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나무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저자는 더글러스퍼가 우뚝 솟아 있는 걸 보며 문득 이 나무가 태어난 건 셰익스피어 시절이었으리라 생각을 하고, 이 나무의 긴 수명(700여 년)을 떠올린다. 화재로 모든 것이 불타버린 숲 속에서 하나의 씨앗이 발아했을 때부터 뿌리를 내리고 키를 키우고 나이테를 늘리는 동안 주변에는 온갖 생물들이 함께한다. 가까이는 다른 종류의 나무와 풀, 이끼 들을 비롯하여 균류와 크고 작은 동물들까지, 과연 생명의 군락이라 할 만 하다. 나무는 이들과 때로는 도움을 주고 때로는 받으면서 상호 작용을 하며 살아간다. 기후를 비롯한 환경 변화에 맞춰 자신 또한 변화시킨다. 이러한 나무의 삶은 고목이 된다고 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다. 고목이 된 후에도 나무는 다른 생명들과의 상호 작용을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인간사와도 닮았을 나무의 이야기는 결국 모든 생명의 이야기이고, 그 숨이 순환하는 이야기이다. 어떤 생명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살아가는 동안, 그리고 마지막 숨을 내쉰 후에도 다른 생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일 것이다, 



22. 1990XX(김아나. 자음과모음. 2023. 252쪽)

: 1990년은 백말띠의 해이다. 백말띠의 여자아이들은 기가 세다고 하여, 많은 아이들이 낙태를 당했다. 단지 여자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책 속에선 그 아이들이 귀신이 되어 돌아온다. 그래서 자신을 죽인 할아버지들을 찾는다. 이 책은 그 여자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운 좋게(?) 살아남아 태어난 아이들도 이 X같은 세상에서 살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이건 책 속에서도 이야기하지만, 아마도 몇 십 년 후에도 그러할 지도 모른다.


사실 여자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세상 빛을 못 본 아이들은 비단 1990년 생이어야 헀을 아이들만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서 읽으면서 난 1978년생이었어야 했을 아이들이 훨씬 많이 죽었을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그 이전도. 또한 이건 말띠에만 국한된 폭력도 아니다. 범띠, 용띠, 닭띠.... 어느 띠인들 여자아이라고 반겼을까. 이 책 속 아이들은 단순히 백말띠만을 대표하지 않는다. 이건 자신이 선택하지도 않은 이유로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했던 모든 영혼들을 위한 애가이다. 처음 기대했던 것 만큼 속 시원한 이야기는 아니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모든 어린 여성 영혼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23. 데이먼 러니언  : 세라 브라운 양 이야기 외(데이먼 러니언, 권영주 역. 현대문학. 2013. 440쪽)

: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의 원작이 되는 단편들. <아가씨와 건달들>이라는 제목을 누가 처음 지었는지 정말 딱 맞는 이야기들이다. 평소엔 건달이지만 아가씨 앞에서는 신사가 되는 인간들과 그럼에도 그녀가 자신과 함께 살게 되면 건달을 넘어서 폭력배가 되는 인간들의 이야기. 그나마 대부분은 신사로 남기는 한다. 표제작 격인 <세라 브라운 양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가장 재밌었던 건 역시 첫 번째 작품인 <광란의 40번대 구역에 핀 로맨스>. 마지막에 나름 반전이 있다. <부치, 아기를 보다>도 재밌었다. 사실 재미 없는 작품이 없었다. 그 시절의 낭만과 나름의 질서가 잘 어우러져 '광란의 시대'를 멋지게 살아냈던 브로드웨이 사람들. 이들에게 작가가 가진 애정이 드러나보이는 사랑스럽고 웃긴 이야기들이었다.



24. 내 남편을 팝니다(고요한. 나무옆의자. 2025. 224쪽)

: 해리는 이미 애정이 식어버린 남편 마틴을 팔아버리기로 결심한다. 보험회사에 다녔던 남편은 오해에 의해 타의로 퇴사한 후 전업주부로 살고 있는데, 갈수록 꼴뵈기 싫어지는 중이다. 남편과 백화점에 갔다가 모르는 여성이 통화하는 내용을 들은 해리는 어떻게든 남편을 팔 수 있는 사이트의 정보를 알아내려 하지만 못 찾던 중, 백화점 화장실 칸막이 아래로 불쑥 내밀어진 명함을 통해 비밀 카페를 알게 되고, 정말로 남편을 매물로 올린다. 약간의 소동 끝에 남편 마틴을 경매에 올리게 되는데, 입찰자가 꽤 많다. 부유해 보이는 카미유, 나이 지긋한 압구정, 반면에 가장 어린 듯한 선글라스, 뭔가 수상한 루비통과 카페를 만든 유회장까지. 각자 사연이 있고 낙찰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처음엔 뭔가 신박한 이야기일 거라 기대했는데, 진짜 남편을 경매에 올리는 게 다라서 좀 실망했다. 나 이 책 왜 끝까지 읽은 거지? 내가 남의 결혼 생활에, 아니 결혼이라는 거 자체에 관심이 없다는 걸 나 자신도 깜빡했다. 난 뭐, 못 되어 먹은 남편한테 복수라도 할 줄 알았지. 경매 낙찰가로 위자료 준다는 말에 흔쾌히 응한 남편이나, 그런 인간을 경매에 올린 아내나 유유상종이기는 하다. 그냥 뻔하디 뻔한 이야기.



25. 랭스턴 휴스 : 내가 연주하는 블루스 외(랭스턴 휴스, 오세원 역. 현대문학. 2015. 440쪽)

: 아프리카계인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녹아 있는 단편들. 단순히 흑인이어서 당한 차별과 억압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부당한 대우에 대한 이야기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기는 하지만 흑인으로서의 정체성, 유색 인종끼리의 견해차와 반목, 피부색이 같은 사람들의 대륙 아프리카에서도 차이를 보이는 태도 등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삶의 페이소스가 진하게 배어나온다. 읽으며 유색인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다 재밌고 좋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천사들의 문제>와 <누가 누구인 척을 하는가?>. <내가 연주하는 블루스>는 최애 생각하며 읽었더니 과몰입하게 되어서 나중엔 조금 슬프기까지 했다. 좋은 독서였다.



26. 제사를 부탁해(박서련, 정영롱. 문학동네. 2023. 144쪽)

: '제사상 코디네이터'인 수현. 남의 집 제사상을 제대로 차려주는 일을 하는데, 늘 거짓말을 재미삼아 하던 고등학교 동창 정서가 죽었다. 정서는 죽으면서 수현에게 자신의 일주기 제사상을 부탁했고, 수현은 짐을 챙겨서 정서의 집으로 향하는데 그곳엔 정서의 고등학생 딸만이 있다.


초단편이지만 읽은 후 생각이 길게 이어졌다. 앞의 글은 박서련 작가가 썼고, 뒤의 만화는 정영롱 작가가 그렸는데 뒤의 이야기는 정서의 관점이다. 글이 더 재밌긴 했다. 글을 읽으며 상상했던 걸 만화가 채워주려는 의도였던 거 같은데 오히려 상상의 폭을 제한해 버린 느낌이랄까. 여운을 없애버린 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신선한 느낌은 있었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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