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오샹선瀟湘神. 가명이다. 본명은 Luo Chuanqiao羅傳樵. 1982년생 타이완 소설가. 그리고 요괴 연구가. 놀랐지? 요괴. 내가 읽은 모든 소설 가운데 요괴가 제일 많이 등장하는 건 명나라 소설가 오승은이 쓴 <서유기>. 그 요괴 연구가, 맞다. 동우東吳대학 중문학과와 국립타이완대학 철학대학원 동양학부 석사과정에서 유교를 전공했단다. 인류학과 민속학에 관심이 지대해 타이완대학 원주민학 센터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샤오샹선의 족族이 궁금했다. 타이완의 여러 원주민 족을 비롯해 오키나와의 북, 중, 남쪽의 구성 족들에도 통달한 거 같아서. 하지만 <마신자>의 핵심 주제가 이 족별 구분, 분리를 지양하고 더 큰 세상을 만들자는 거라서 오히려 궁금해했던 것이 쪽팔리는 순간을 맞았다. 뭐 다 그런 거지.
책은 본문이 24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인데, 그래도 만만하지 않다. 주제를 이야기하기 위하여 샤오샹선은 타이완의 작은 섬에 대한 내력과 그 섬에 내려오는 전설부터 시작해 타이완, 오키나와 등의 요괴, 그 사람들 말로 요마귀괴妖魔鬼傀를 뜻하는 마신자와 삿키의 과거 활약상 같은 것이 정신없이 출현한다. 샤오샹선이 요괴 연구가라잖아? 그러니 요마귀괴가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다만 문제가 독자인 내가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유물론자라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뜻하는 ‘ㅆㄴㄹ 소설’을 지극히 안 좋아하기 때문에 불행하게 됐다.
그러니 간단하게 작은 섬, 옛적에 ‘투만’이라고 불린 곳에서 내려오는 전설을 알아보자.
아주 태고적에 이 작은 섬에 해초와 어란(물고기의 알)로 뒤덮인 거대한 짚신이 떠내려왔다. 얼마나 크냐 하면, 마을에서 제일 발이 큰 남자의 발보다 여덟에서 아홉 배 정도나 더 컸으니, 진짜 몸은 얼마나 큰 거인이겠는가 싶었다. 마을 촌장이 회의를 소집해서 말하기를, 이제 거인이 우리 마을로 쳐들어오면 거덜이 날 터,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냔 말이냐, 했더니 총명한 사람이 있어서, 거인이라도 자기보다 더 큰 거인을 보면 틀림없이 무서워할 것이니, 우리가 그것보다 훨씬 더 큰 짚신을 만들어 바다로 돌려보냅시다.
이렇게 거인이 쫓겨났다는 이야기. 이게 거인한테는 얼마나 슬프면서도 한스러운 일이었겠냐는 것인데 그거야 보지를 못했으니 알 턱이 있나?
다음은 마신자. 처음에 ‘마신자’라고 해서 나는 술 같은 건강음료를 ‘마신 자’를 띄어쓰기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앞에서 말했듯이 요마귀괴를 뜻하는 거였다. 귀괴는 귀괴이지만 타이완 섬에 사는 귀괴가 마신자이고, 오키나와에 터를 잡은 귀괴는 싯키. 즉 속지주의에 따라 타이완 귀괴가 마신자. 문제는 2차세계대전이 터지고 미군이 오키나와에 상륙해 괜히 멀쩡한 오키나와 사람들한테 자결을 강요한 일본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고 픽픽 죽어나간 섬 사람들 말고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타이완으로 배를 타고 피난을 와 있었던 것. 그러면, 타이완에 피난 온 사람들의 귀괴는 속인주의에 따라 싯키일까, 속지주의에 의하여 마신자일까?
이게 만만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본문에 들어가면, 시대는 21세기. 타이완에서 이륙해 일본으로 향하는 여객기가 지상 3만5천 피트, 즉 10킬로미터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기장 이름이 천신야오千鑫壵.
신야오가 말한다. 비행하기 싫다고. 기가 막히는 부기장. 부기장의 이름은 알 거 없다. 나오지도 않는다. 하여간 부기장은 벙쪄서 지상 1만미터 상공에서 기장이 비행하기 싫으면 어쩌냐는 거다. 신야오가 얼버무리기를, 조종사 일을 더 하기 싫다는 뜻이었다고. 그러다 부기장이 화장실에 간 사이에, 천신야오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상공 10km에서. 부기장은 화장실에 가서도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어야 하는데, 기장이 사라지기 바로 직전에 했던 말이,
“어? Appa, 어떻게 여기에 계셔요?”
타이완어였다. 원주민의 말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그러니까 천신야오의 정체성은 타이완 산족山族. 중화인민공화국에 밀려 중국 땅에서 해협을 건너온 중화민국 한족한테 밀려 산으로 쫓겨간 원주민의 후예라서 산족이라 불린다.
이제 족보가 복잡해진다.
밀폐된 10km 상공의 조종실에서 실종된 기장 천신야오의 할머니 이름이 천황칭쯔. 이름이 칭쯔. 칭쯔의 엄마 이름이 나쓰코 오바. 오키나와 여성이다. 피난을 와 오빠 집에서 살다가 황씨 성을 가진 상인과 결혼해 딸 청쯔를 낳았다. 황청쯔가 천씨 성을 가진 남자하고 결혼해 천황칭쯔가 된 것. 그러니까 칭쯔는 반 오키나와 사람. 엄마와 마찬가지로 양 손등에 문어 먹물로 잔뜩 문신을 그려 넣었다. 오키나와 여인들의 징표라고 한다. 정확하게 오키나와 특정 족들의 징표.
그런데 청쯔의 엄마 나쓰코 오바상이 사라졌다. 쥐도 새도 모르게. 틀림없이 마신자가 데려간 것이라고 말이 나왔다. 마신자가 데려가면 현장에서 1백이나 2백킬로미터 떨어진 곳, 흔히 산 속으로 뚝 떨어지는, 순간이동 비슷한 걸 하게 되는데, 마신자가 먹을 것 비슷한 것을 주어 생명이 끊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때 사라진 사람들은 돼지나 닭고기인줄 알았던 것이 사실은 진흙이거나 동물의 분변이라나? 뭐 귀괴의 장난 비슷한 것일 수도 있고 진짜 납치해 평행우주로 보낸 것일 수도 있다. 하여간 복잡한데 나쓰코 오바가 이렇게 사라졌다.
세월은 흘러 이제 나쓰코 오바의 진증손, 청쯔의 손자 천신야오가 저 높은 비행체에서 또 사라져 버린 것. 엣다, 화끈하게 더 알려드린다. 3년 전에 천쯔 역시 사라져 버렸다. 그것도 집에서. 그러니까, 진증조할머니, 할머니, 그리고 손자가 사라졌거나 순간이동을 했거나,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졌거나, 산속 요괴의 간식거리로 먹혔거나 하여간 그렇게 됐다.
천신야오가 마지막으로 한 말, 부기장이 헤드셋으로 들은 말, “Appa, 어떻게 여기에 계세요?”에서 Appa는 타이완어로 ‘할머니’를 뜻한다. 그러니까 할머니가 갑자기 10km 상공의 밀폐된 비행기 조종실에 홀로 있던 손자 옆에 턱하니 나타나고, 즉각 비행기의 기장이 사라져 버린 것.
그런데, 여태까지 말한 등장인물들 가운데 주인공은 없다.
여객기 기장의 실종이 대단히 특별한 일이 아닐 수 없어서 타이완과 일본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리하여 각 매스컴마다 집중보도에 열을 냈는데, 이 가운데 신문사 한 곳에서 천신야오의 고향인 난팡샤오에 특별 취재 기자 한 명을 파견한다. 이이의 이름이 뤄쉐펀. 천신야오의 학교 동아리 2년 선배. 앞에서는 1년 선배였다가 뒤로 가면 2학번 위라고 하니까 뭐 대강 비슷한 또래라고 생각하면 된다.
비슷한 나이라고 해서 딴 마음먹지 마시라. 최근에 만난 것도 10년 정도 됐다. 신야오는 약혼녀도 있다. 그래, 뤄쉐펀도 미혼 여성이다. 쉐펀이 난팡샤오에 와서 3년 전에 행방불명된 신야오의 할머니 댁을 탐방하고 나오는데, 물론 우여곡절이 있는 방문이었지만 내용은 건너뛰고, 딱 방문에 나오는 순간 마주치는 여성이 바로 신야오의 약혼녀 중유어. 이 두 여성이 신야오와 할머니 칭쯔, 그리고 진도를 더 나가면 진증조할머니 나쓰코 오바, 타이완어로 위청샤쯔의 실종까지 거론하면서 신야오의 행방불명의 실체를 논리적으로 따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마신자>는 이제 추리소설 방면으로 달리기 시작하는데, 이 추리극을 주도하는 사람이 진짜 주인공 뤄쉐펀이다.
그래서 결국 요괴 연구가가 쓴 소설이 잘 꾸민 추리소설로 해결이 되느냐고? 에이, 내가 그걸 어떻게 맨입으로 이야기하나? 나는 체질에 맞지 않아서 별로였지만 이런 엽기, 괴기, 요괴가 출몰하는 기묘한 이야기 좋아하는 분들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 아니더라도 타이완과 오키나와 근방의 근현대사에 관심있는 분한테는 강추할 수 있을 작품. 그래서 좀 길게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