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 자, 한자어 이름 ‘麥家’, 1964년 용띠 아저씨. 저장성 복양현에서 나서 언제 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17년간 장교로 군 복무를 했다 한다. 중국은 사회 기반 곳곳에 군부가 개입하고 있어서 말이 장교로 군복무이지 사실 사회부문에서 일했을 수도 있다. 책 읽는 독자한테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군대에 있으면서 인민해방군 공병기술 아카데미 무선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부터 집필,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데 이때도 나이로 보면 군 장교였을 터이다. 이후 1991년 인민해방군 예술 아카데미 문학과를 또 졸업하고, 1997년에 청두 TV 방송국 드라마 부서에서 각본을 썼단다. 그리하여 이이의 데뷔작품인 <암호해독자>는 기본적으로 군사조직에 속해 있고, 모든 정보기관을 망라하는 핵심 기관에서 적국의 암호를 해독하는 일을 맡은 천재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다분히 TV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던 것도 수긍이 간다.
이어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해 중국의 다양하고 유명한 문학상을 차곡차곡 받는 등, 성가를 높였다. 하여간 중국이란. 위키피디아에 웃긴 이야기가 있어서 그대로 복사해왔다. 중국어 해독이 어려워 AI가 번역한 우리말이다.
2014년 10월 15일, 마이 자이는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앙위원회 총서기가 주최한 "문학예술 작품 심포지엄"에 참석해 시진핑의 연설을 들었다. "우리의 예술은 사회주의 예술이며, 애국심과 당에 진리, 선, 미의 정신을 증진해야 한다." 회의 후 시진핑은 마이 자와 악수하며 그를 칭찬했다: "당신의 '음모'와 '메시지'를 봤습니다. 당신은 첩보극 1위입니다.”
심포지엄에 가서 시진핑의 훈화를 들은 것이 위키피디아에 적시할 정도의 영광이었다. 게다가 시수석이 칭찬까지 했으니 아마도 어구를 글로 써서 금박 입혀 표구까지 해 놓지 않았을까 싶다.
하여간 <암호해독자>는 1991년에 작품을 쓰기 시작해 2002년에 완성, 출간했으니 무려 11년간을 절차탁마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11년 동안 죽자사자 소설을 쓴 건 아니고, 예술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방송사에 들어가서 일 하는 동안 틈틈이 작업을 했을 터이니 긴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작품은 1873년에 한 청년이 퉁전을 떠나 서양 유학길에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룽容씨 가문의 7대손이자 막내인 룽쯔라이容自來. 서양에 가서 새로 지은 이름은 존 릴리. 릴리의 할머니인 노 마님은 큰 소금상을 했던 거대가문의 당당한 주인으로 슬하에 9남7녀를 두었는데, 릴리가 노마님의 9남 가운데 막내인지, 아니면 손자들 가운데 막내인지는 알 수 없다. 이 노마님이 나이를 많이 자셔서 잠도 없으면서 잠만 잤다 하면 꼭 길고 긴 꿈을 꾸었는데, 좋은 꿈도 있지만 가위눌리는 꿈도 숱했던 지라 이의 해몽에 큰 관심을 가졌다. 당시 많은 해몽가 가운데 서양, 아마도 잉글랜드에서 온 백인 청년을 가장 신뢰해서, 백인 청년이 언젠가는 중국을 떠날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한 노마님은 떠나기 전에 자기 후손 가운데 가장 총명한 룽쯔라이를 청년의 할아버지한테 보내 해몽법을 배워 오라고 시켰다. 그리하여 몇 달 동안 배를 타고 멀미를 해가며 노 대가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전보로 노마님이 운명해버렸다는 연락이 먼저 와 있었다. 쯔라이는 당장 귀국하는 대신 대학에 가서 몇 과목을 청강해본 후에 그곳에 남아 더 공부를 하기로 결심해, 슬라브인과 터키인 선생한테 기하학, 수론 그리고 방정식 즉 대수를 배웠으며 밤에는 바흐의 3대 제자가 가르치는 과목을 청강해 음악도 배우기에 이르렀다.
7년 후인 1880년, 막 따낸 포도 수십 광주리와 함께 귀국선에 오른 릴리가 도착했을 때는 엄동설한이었는데, 사람들은 이이를 보고, 변발을 깎고, 서양식 옷을 입었으며, 포도가 푹 익어 술로 변한 와인을 입에 달고 살면서, 새 지저귀는 소리를 섞어서 말을 할 뿐만 아니라 이상한 이름으로 자기를 부르라더니 급기야 소금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소금상 가문의 천재, 머리가 좋으니 당연히 숱한 아들 가운데 앞으로 소금상의 대를 이어야할 인간이 소금 냄새를 맡지 못한다? 아, 이를 어째?
노마님은 죽기 전에 천재 수준으로 머리가 좋은 릴리에게 벽장에 든 은덩어리를 주라고 유언을 해, 릴리는 그걸 다 팔아 만든 거금으로 인근 C시에 학교를 세워 ‘릴리 학당’이라고 했다. 이 학당은 후에 남중국의 명문 N대학의 전신이 된다.
릴리 학당은 당시 파격적으로 중국 사회를 놀라게 했으니, 여성의 학당 입학을 허락한 거였다. 하지만 어느 집에서도 자기네 딸을 학당으로 보내, ‘내돌리’지 않았다. 따라서 처음엔 여학생 전부가 룽씨 집안의 딸들이었 수밖에. 이 가운데 릴리의 큰형이 예순 살 먹어서 애첩한테 얻은 아이, 즉 릴리의 조카딸이 무지하게 총명해 아이를 본 릴리는 열일곱 살이 되자 고모네 사촌오빠와 함께 케임브리지에 유학을 보냈다. 갓 나았을 때부터 머리가 하도 커서 대두大頭라고 부르다가, 워낙 숫자에 밝아 수동 계산기 주판을 붙여 대두주판籌板이라 하기도 했다. 케임브리지에 들어가보니 원래 재능이 있던 수학과 더불어 언어에도 재능이 있는 게 밝혀져, 일곱나라 언어에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어까지 합해 여덟 나라 말을 자유자재로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유학 5년만에 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듬해부터 2년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로 날아가 라이트 형제 팀과 합류, 최초의 비행기 날개를 설계했다. 원래 이름이 룽유잉容幼英, 서양식 이름으로 애버커스 릴리로 불렸다.
신해혁명 후 귀국해서 C시의 N대학 수학과 주임교수로 일하다가, 이 때가 이미 마흔을 바라보던 나이의 룽박사는 늦게 린林씨 남자와 혼인을 했으나, 노 릴리를 능가하는 천재는 곧 끊어지고 말았다. 가뜩이나 노산인데다 아이가 기형적으로 큰 머리통을 달고 있어, 룽박사는 몇날 며칠을 과다한 출혈과 지독한 산고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룽교수의 고통을 지켜보던 노 릴리는 이렇게 말했다.
“태어난 녀석은 황제 아니면 악마일 거요.”
유잉은 마지막으로 출산을 위해 발버둥을 치다가 간이 터져 죽었단다. 내 의학 상식으로는 아무리 독한 난산이라도 간과는 별로 상관이 없을 듯한데, 모르지, 의학이 그리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 출산을 위해 간에 치명적인 약물을 투여했을 지도. 하여간 희대의 천재 한 명이 그렇게 갔다.
유잉이 죽으면서 살려낸 아들은 이름도 없었다. 친가인 린씨 집안은 C시에서 재산규모가 어마어마한 명문가이지만 어미를 죽이고 나온 대가리만 큰 자손을 호적에 올리는 걸 거부했다. 그저 별명으로 큰 대가리 달린 귀신이란 뜻의 대두귀大頭鬼라고 불러, 외가인 룽씨 집에서도 그렇게 쓰는 줄 알았다. 이 대두귀는 열두 살 때부터 스무살에 죽을 때까지 근 십 년간 최소 열 건의 살인을 저질렀고, 몰래 담을 타 데리고 와서 논 여자가 백 명을 헤아렸다. 이 가운데 앙심을 품은 기생 하나가 사람을 사서 지나가는 대두귀의 등짝에 비수를 꽂는 바람에 죽었다. 천재의 아들 역시 천재를 지녔으나 다른 방향으로 천재를 보여 죽음에 이르렀고, 큰대가리귀신의 게임값을 물어주기 위하여 엄마의 삼촌 노 릴리의 곳간마저 휑하게 비어벼렸다는 걸 끝내 대두귀는 알지 못했으리.
어쨌건 장례를 마쳐 이제 집안에 없었던 인간으로 취급할 즈음, 이게 웬일, 배가 볼록한 정체불명의 여인이 N대학의 노 릴리를 찾아가 대두귀의 아이라고 주장했다. 릴리는 자기 아들 룽샤오라이, 작은 릴리가 잠시 머물고 있던 고향 퉁전으로 비밀리에 보내 몸을 풀게 조치해주었다.
지금 처음 소개하는 작은 릴리. 노 릴리의 아들이고, 노 릴리의 좋은 머리를 타고 난 인물로 나중에 N대학의 총장까지 오른다. 대학에서 자리를 잡자 아버지와는 달리 친척 등을 대학에 두지 않고 멀리 하여 훗날 청렴한 천재의 면모를 보이는 중요한 조연을 한다. 그럼 주연은? 아직도 안 나왔다.
이 임신한 여성의 배 속에 든 인물이 주인공이다. 1932년경 대두귀의 씨를 받아 임신한 여성은 대두귀처럼 머리가 큰 아들을 낳는 동안, 대두귀의 어머니처럼 죽고 말았다. 아이가 누구 아이인지 확신하지 못했던 룽씨 사람들은 아이를 보자마자 완전히 죽은 대두귀가 다시 나온 듯해서,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자기네 집안 씨도 아닌 버려진 아이. 그리하여 이름도 지어주지 않고 그냥 도깨비, 사귀死鬼라고 하고, 늙은 하인 부부에게 거두어 키우라고 했다.
과거에 노부인의 꿈 해몽을 해주던 서양 청년이 이젠 늙어 양洋선생이라 불렸다. 아이한테 어찌 도깨비라 할 수 있겠느냐, 싶어서 대두귀의 아들이니 대두충大頭蟲이라 하며 자기가 데려다 키웠다. 룽씨 집안 사람들이 흉한 일 이후에 다시는 들어가지 않던 배나무 정원, 이원梨園의 작은 건물에서. 이 대두충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근데 이제야 나왔다. 늙은 꿈 해몽가 양선생은 오직 하나, 이 대두충에게 영어로 말하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들고, 서양 철학의 큰 가지 가운데 하나인 그리스도교 철학을 몸에 배게 만드는 역할을 하다가 1944년에 숨을 거두며 중요한 조연, 작은 릴리에게 편지 한 장을 보내고 늙어 죽는다. 그걸 정리하면 이렇다.
아이의 천부적 자질이 대단하다. 남에게 괴팍하고 냉담한 것 빼고는 아이의 할머니와 두 물방울의 물처럼 서로 흡사하다. 머리가 남다르고 이해력이 높으며 강하고 침착한 성격이다. 이제 열두 살. 누군가의 보호와 사랑과 교육이 필요하며, 진짜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하여 작은 릴리가 대두충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산다. 무뚝뚝하고 말이 없지만 특히 작은 릴리의 아내에게 대단히 큰 정을 느껴, 평생 사모님에 대한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걸 굳이 이로 손가락을 물어 뜯어 혈서로 쓴 것을, 얼마 후 사모님이 보고 감격 먹는다.
작은 릴리는 대두충에게 대두충 대신 진전金眞이라는 이름을 주었다가, 남자가 여자 이름을 가지면 더욱 재주가 뛰어나게 된다는 얘기가 생각나 곧 진전金珍으로 수정한다.
그리고 공부를 시켜보니, 이게 천재도 천재 나름이지, 여태 살면서 이런 천재는 본 적이 없을 정도. 나이는 겨우 중학교에 가야 하지만 실력은 고등학교를 넘어 대학에서 수학을 수강해도 최상위 등급은 우습게 받을 정도이다.
릴리는 중국의 유학파. 작은 릴리 역시 유학파라서 때마침 N대학 수학과에 적을 둔 대단한 학자 시스 교수의 지원을 받아 미국으로 유학을 가려 하는데 그만 어린 시절에 양선생을 따라 어린아이한테 맞지 않는 약초를 오래 복용해서 그랬는지 심각한 신장병에 걸려 미국행이 이루어지지 않았었다. 그리하여 지상 최고의 선진국 미국에서 인공지능, 그러니까 컴퓨터 공학 비슷한 걸 하라는 시스 교수의 희망, 권유가 꺾이고 말았다.
이 책은 순문학이라기보다 추리물에 가깝다. 그러면 유대인 시스 교수도 무슨 꿍꿍이가 있겠지? 세상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의 최고 천재를 그냥 놔둘 턱이 없다. 누구라도 발견하기만 하면 자기 욕심대로,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 이런 동네 종사자들 아닌가? 그러나 대두충, 진전, 후에 진전이 작은 릴리이게 부탁해 룽씨 성을 얻어 룽진전이 되는 주인공은 세계 과학의 발전이 아니라 중국의 정보기관에서 적 X국에서 만든 암호, 퍼플코드와 블랙코드를 해독하게 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