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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편이 실린 소설집. 출판사 워크룸프레스의 ‘입장들’ 시리즈의 세 번째 책이다. 이 시리즈 앞 번호에는 1번 이상우, <warp>와 2번 정영문, <강물에 떠내려가는 7인의 사무라이>가 있다. 이상우의 <warp>는 어디서 한 번 읽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고 그렇다.
이상우, 정영문에 이어 정지돈이라면 이 시리즈 읽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정영문이 끼었다? 좀 터울이 있을 텐데. 하긴 예술 하는 사람들끼리 그깟 터울이 대수랴. 잘 어울려 한 판 잘 때려 놀면 그걸로 장땡이지.
내가 읽은 정지돈은 꼴랑 세 권 밖에 안 되지만 모두 2020년 이후에 출간한 책이다. 그런데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에서 살 것이다》는 2019년. 이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내가 정지돈을 계속 읽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었을까? 반 이하의 확률로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반 이상의 확률로는 이 책이 마지막 정지돈이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고.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memex. 나는 이 단어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 지 모르겠다. 사전을 뒤져봐도 이해가 잘 가지 않아 일단 읽기 시작했는데 저 뒤에 가니까 memory와 index를 합해서 만든 조어라고 한다. 그러니까 일부 소설가들이 사용한다고 하는 메모철을 일컫는 건가? 뭐 비슷한 거겠지. 꼰대식 어법으로 하면 일종의 카드. 작가 특히 장편 작가들이 유용하게 사용한다는 카드. 이 정도면 될 거 같다.
이 다음 문제는 그럼 메모리 인덱스를 나열하면 그걸로 소설이 될 수 있을까?
독자는 조심해야 하리. 특히 창작작업과 관련 없이 오직 독서를 즐기는 아마추어 독자의 경우에 함부로 입을 놀렸다가는 코피를 쏟거나 놀림을 받기 십상인 것이 눈에 훤하니 입조심이 필수이다. 될 수 있는 대로 이렇게 말하라. 당연히 소설이 될 수 있고, 이 책도 분명히 소설이라고.
그러나 작가와 독자인 나 사이에, 관심의 공집합이 거의 없는 게 문제였다. 말 그대로 시, 공, 장르를 넘나드는 메타 픽션인데, 어떻게 그것들이 하나도 내 관심사에서 벗어나 있는지 그것도 놀라울 정도. 나는 작가의 memex를 보는 것보다 작가의 memex들이 적절하게 이합집산, 내부 투쟁을 거쳐 이 책 보다는 순한 읽을 거리로 등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내 소양으로는 이게 잘 쓴 소설인지, 아닌지 그걸 구분하는 것부터 기대 난망이다. 하여간 정지돈, 글 쓰느라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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